[Ben Folds] Cologne

Posted at 2012. 12. 31. 03:22// Posted in 리뷰놀이/띵가딩가딩

 

 


 

 

나는 음악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해서 만큼은 장르에 대한 편견이랄게 없어서 이것저것 찾아서 듣는편이고

찾아서 듣다보면 이렇게 가끔 보석같이 내마음을 홀리는 곡들을 발견하곤 한다.

벤폴즈도 노래 몇곡만 알고 있었던 게 다였는데

얼마전 이 노래를 듣고 꽂혀서 하루 웬종일 무한반복. 

2008년 [Way To Normal]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 노래의 내용은 독일의 콜론이라는 도시에 살고있는 여자친구를 찾아간

남자의 이별의 감정에 대해 얘기를 하고있다.

 이 곡 중간쯤에 나오는  four, three, two, one~

이부분이 뭘까. 어떤의미일까. 하고 검색해봤더니

'넷, 셋, 둘, 하나. 난 널 보내줄께.'

 사랑하는 연인들이 전화를 끊을때 먼저 끊으라고

서로 달콤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가사 중간에 나오는 우주 비행사 이야기는 실화로 NASA의 한 여자 우주비행사 '리사 노악', 그녀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한 남자 우주비행사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다른 여자 비행사 때문에 헤어지게 된다.

그 다른 여자비행사가 걸림돌이었다는 걸 알게되고, 그 여자를 만나기위해 18시간을 차를 타고 달려간다.

18시간 동안 쉴새없이 달리기 위해 실제로 그녀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그 여자를 납치했지만 결국 경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four, three, two, one.

널 보내줄께. 니가 날 보낸다면.

슬프고도 아름다운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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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사랑후에 오는 것들

Posted at 2012. 12. 26. 23:47// Posted in 리뷰놀이/책이라는삶

 

 

예전에 같이살던 동생에게 선물해줬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여성작가가 여자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남자작가가 남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시리즈로 엮인 이런 소설류가 한참 흥행하던 때(?)였다. 읽고싶었던 책이였기에 분명 선물해 줬으리라.

그이후로 7년이 흘렀지만 그 시간동안 서점에서 늘 지나쳐 가기만했었는데

도서관에서 마침 빌릴 책도 없고해서 시리즈로 두권 다 빌려서 단숨에 후루룩 읽어버렸다.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

 

여자들은 말이야, 너무 매사를 사랑에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어. 사랑에 집착하는 순간, 거기에 모든 걸 거는 순간,

남자는 떠나가는 거야. 남자의 본성은 사냥꾼이거든. 잡아놓은 짐승보다는 아슬아슬하게 도망 다니는 언덕 위의

날랜 사슴을 쫒아가고 싶어하거든. 우리 여자들이 할 일은 그들의 그런 본성을 인정하고 쿨해지는 거야.

그래야 남자들의 사냥본능을 만족시킬 수 있거든.

 

[홍이의 이야기 중,.]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 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그날 둘의 행복에는 작은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때 생긴 것인지, 그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것인지

두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 사소한 한마디, 별 뜻 없이 한말이 그 틈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아무도 그것이 심각한 줄을 모른다.

 

홍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홍이가 말하는 혼자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그녀가 떠난 뒤였다.

우리는 행복의 절정에서부터 이렇게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날, 우리 둘은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이했다. 그건 느닷없이 들이닥친 것이 아니라 쌓이고 쌓인

고독과 오해의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마지막 날은 기정사실로 두 사람 앞에 다가온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곳에 와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같습니다.

 

[준고의 이야기 중,.]

 

 

술술 읽힌다. 아무래도 연애소설류고, 전개를 따라 책장을 한장 두장 넘기다보면 결말이 슬금슬금 보이기에.

그래도 좋았던 건 여자의 이야기를 먼저 읽고, 남자의 이야기를 읽으니

여자의 입장에서 몰랐던 부분들도 다시 보이고 읽혔던 것 같아서 나름 재밌게 읽은 듯.

그냥 가볍게 읽기좋은. 가볍게 읽지만 너무 가볍지만도 않은. 그런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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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막다른 골목의 추억

Posted at 2012. 12. 14. 10:14// Posted in 리뷰놀이/책이라는삶


 

 

요즘 다시 독서에 심취 중,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예약까지 다해놓고

'예약도서 받으러 오세요' 라고 친절히 문자까지 받아놓고,. 너무 추워서..

그냥 오프라인에서 덥썩 사고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책은 처음이라 작가의 필체가 어떨지 좀 걱정도 됐는데.

나름 책하나를 읽는데도 작가의 필체를 따질만큼 좋아하는 스타일이 확고해서인지

일본소설을 특히나 좋아하는 이유가 간결한 문체에 따스한 감성이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인데

그 간결함과 특유의 따뜻함은 이 책에도 어김없이 스며들어 있더라.


 

 

그 날의 그 시간을 상자에 담아 평생의 보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그때의 설정이나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무자비 할 정도로 무관하게, 행복은 불쑥 찾아온다.

어떤 상황에 있든, 누구와 있든. 다만 예측은 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다음 순간에 찾아 올지도 모르고, 줄곧 기다려도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마치 파도와 날씨의 변화처럼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다. 기적은 누구에게나 고루,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

 

 

가을 하늘은 투명한 색감으로 경치에 녹아드는 곳까지 맑게 개어 있고,

한없이 애매하고 분명한 느낌이 하나도 없이 어중간하게 지내는 나를 부드럽게 위로했다.

 

 

약혼이라는 그 말의, 그 축복 같은 형태에 나는 매달리고 있었다.

모두가 두말없이 '그것은 행복한 일이다. 견고한 것이니까 걱정없다' 라고 생각하는 힘이 그 말에는 숨겨져 있었다.

그것을 한없이, 이렇게 썩어 빠지도록 소중하게 여겼던 자신이 한심했다.

 

네가 있는 자리에서 큰 원을 만들어 나가면 되는거야. 너에게는 그럴 힘이 있고 그게 너의 인생이니까.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할 필요없어. 상대가 너의 인생에서 뛰쳐나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그날들은,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던 내게 신이 덮어 준 포근한 담요처럼, 어쩌다 우연히 찾아온 것이었다.

카레를 만들다 먹다 남은 요구르트와 스파이스, 사과 같은 것까지 넣다 보니, 그리고 양파의 양을 평소보다 좀 많게 했더니,

정말 백만분의 일이라는 확률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카레로 완성된 경우처럼.

두번 다시 재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의 행복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내 마음 속 보물상자 같은 곳에 간직되어 어떤 상황에서 보았는지, 어떤 기분으로 보았는지,

까맣게 잊힌 후에도 내가 죽을 때 행복의 상징으로 반짝반짝 빛나며 나를 데리러 와 줄 광경과 하나가 되리라.

 

 

 

이번책을 통해 요시모토 바나나 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유빛으로 번진 달콤한 겨울 하늘 아래' 라는 한줄의 문장에서도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진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지금의 나를, 저 멀리멀리 이끌어서

푸른 봄의 새싹냄새를 맡게하고, 노란 가을하늘을 올려다 보게 해주고, 겨울의 우유빛 하늘도 보고 오게 해준 이쁜 책.

요시모토 바나나 <막다른 골목의 추억> 서평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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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very] 헤이! 브레드,1탄

Posted at 2012. 12. 4. 18:03// Posted in 리뷰놀이/먹고마시기


 


세상이 살기가 좋아지다지다... 이런 서비스가 생기는 날이 도래 할줄이야...!!

본인도 나름 빵순이라 집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까지 장장 한시간걸려 빵만 사러 갈때도 있었던터.

서울 곳곳에 숨겨진 맛있는 빵집들이 궁급했지만 늘 게을러서 못먹고, 멀어서 못먹던 일도 이젠 옛일!!

헤이브레드라는 멋진 딜리버리 서비스가 쨘-! 하고 나타났다.



 


 

http://www.heybread.com/

고객이 당일 오전 11시 이전에 주문을 완료하면 그날 밤 배송이 시작된다.  그리고 밤새 집앞(이나 사무실 앞)에 

빵봉지가 쨘! 하고 하루만에 집앞까지 배송되는 시스템. (오전 11시 이후에 주문하면 하루 반이 걸리는 셈.)

오픈 초기에는 입점된 빵집이 세군데였고 빵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몇번 염탐하다, 조금더 기다려 보고자 결심.

몇달이 채 안되서 배송시간도 초기보다 짧아지고 베이커리도 5군데로 확장! 

케익류를 판매하는 곳 하나와 수제쨈 판매처까지 입점!!

역시. 누가봐도 좋은 서비스는 모든사람의 마음을 열게 되어있는 법인가 보다.


 

 

 

빵봉지 안에 빵을 맛있게 먹는법까지 상세히 안내해주는 귀여운 안내장.

종이봉투에 빵이 들어가있다. 역시나 검열은 두부먼저..(이거뭔데..킁킁...)

 




롤링핀의 크랜베리스콘(2,800원), 피터팬제과 아기궁뎅이(2,000원), 브레드피트 우유크림빵(1,500원)

총 6,300원에 배송비 2,500원, 합계8,800원. 거기다 금주의 이벤트로 증정된 단호박오렌지 수제쨈. 



 


회사에 가지고 와서 직원분과 나눠먹었는데.. 괜히 나눠줬다는 후회가 물밀들이 밀려오는 맛. 엄청난 맛.

그중 단연 최고는 소문으로만 듣던 여의도의 BreadFit 우유크림빵!! 정말... 사진조차 찍을 생각도 못하고 삼켜버린 맛...이였다.

근데 생각보다 빵들이 너무 작아서 정말 금새 먹어치웠다. 다음번 주문시 유의해야겠다. 

 


 

 

첫번째 리뷰후 다시 주문할때 시킨 빵. 브레트피트의 초코코로네.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속에 꽉찬 초코가 너무 진하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거기다 겉의 빵은 쫄깃!

 

 


베이커스 필드의 올리브화이트와 피터팬제과의 트리플스콘.

올리브화이트는 뭐 생각한 맛 그대로 맛있었고!!

트리플 스콘은 생각보다 좀 달았다. (빵의 겉부분에 설탕이 발라져 있음)

 

 

 


배송된 빵 봉지 겉면에 친절히 써진 배송일자. 30일아침에 배송받았는데 바로 그전날 제조가 된 신선한 빵.

헤이브레드는 정말 트렌드에 맞게 요즘 사람들의 니즈를 잘 꿰맞춘듯한 딜리버리 서비스인 듯 하다.

사이트 들어가보니 크리스 마스 시즌에 맞춰 크리스마스 케익배달도 하더라. 이젠 추운겨울에

손시렵게 케익사들고 들어가는 거추장스러운 일도 줄일수 있게된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빠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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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제주도를 오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방주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교회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전날부터 예배시간을 맞추려면 언제 기상해야하는지. 시간계획을 짜놨던터. 일찌감치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땅이 약간 젖어있고, 곧 비가 내릴 것만 같은 하늘. 3일째 묵었던 대평리는 교통이 좀 불편한 곳인지라.

동네를 나가는 버스 한대를 무작정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기사아저씨께 여쭤봤다.

중문까지 갔다 중문에서 다시 버스를 타야된다는 것이다. 아뿔사. 내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황급히 다음 지도앱을 키고 내가 탈 버스가 있는 버스정류장을 검색하다

중간에 길이있는 것을 확인하고. 중문까지 가는 시간에 이길을 걸어서 통과하자. 라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기사아저씨가 '여기서 내려서 어디로 가려고요?'라고 말씀하시며 고개를 갸우뚱 할 때.

난 알아차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내게 벌어질 험난한 시간들을...


 

 

다음 지도어플을 켜놓고 방향을 확인하며 길을 따라 가다보니 골목길이 점점 좁아지며 길은 이미 산길로 변해있었다.

어..머..나....세..상..에......   지도에 나타나있던 이길은 산길이였던 것...!

산등성이 중간중간 감귤밭이 있고 그 옆엔 창고가 하나씩 있고 가끔씩 좁은 그 길사이로 차가 한대씩 지나갔다.

웬지모르게 창고의 분위기와 그 길. 그리고 지나가는 차에서 어떤 미친놈이 "헤이 아가씨~"

외치는 순간. 그때부터 긴장감이 배로 엄습해오며 식은땀을 흘리며 흙탕물이 튀는지도 모른채 산길을 넘었다.


 

 

그 길을 넘고나니 만신창이가 된 내 신발과 샤워를 한듯 땀에 쩐 몰골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잠시 생각. 방주교회를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고민.

그래도 이렇게까지 개고생하며 산하나를 넘었는데, 이제와서 일정을 접기엔 아쉬워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방주교회로 향했다.


 

 

교회는 산 깊숙한 곳에 있어서 택시아저씨조차 지도로 확인이 안되는 곳이라 교회에 몇번이나 전화를 해

위치 안내를 받은 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주교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회당 주변으로 물길이 나있었고 정갈한 느낌의 건축디자인이 마음까지 차분하게 가라 앉혀 주는 듯했다.

방주교회에 들른 목적이였던, 본당예배는 아무래도 관광객에게는 오픈되지 않는 듯하였다.

예배당 자리가 다 찼던탓인지. 아니면 관광객에게는 본당예배를 오픈하지 않는 까닭인지.

지하예배실로 안내를 받아 티비생중계로 애배를 조금 보다가 이내 나왔다.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아 가는 길. 이 시간은 지금 돌이켜봐도 어찌나 막막하고 끝이없던지.

7km정도의 거리의 2차선 도로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며 지나가는 택시를 애처롭게 기다렸던 시간.

이 부근이 제주도의 정가운데. 산중턱 부근으로, 여길 걸어다닐 생각을 하는 여행자는 아무도 없을 수 밖에!.

(주변에 있는거라곤 골프장 뿐이였으니...)

걷고 또 걷고. 걷는걸 좋아해서 시작한 걷기여행은 어느새 걸어야만 하는 여행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결국 택시를 한번 타고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렸지만 실제로 버스가 서지않는 무정차 구간이였고.(택시아저씨 밉습미다.)

또다른 택시를 겨우 붙잡아 제주시까지 갈수 있었다. 

 

 

 

제주시터미널에서 동일주버스를 타고 50여분 정도를 달려 월정리에 도착. 날이 흐릿흐릿

사실 여행 4일차인 오늘은 대평리에서 출발해 제주도의 동남쪽 구간을거쳐 성산과 섭지코지를 갈 계획이 있었으나.

험난한 산길 통과 및 방주교회라는 거대한 산을 만난 결과. 예약해놓은 숙소로 바로 올수 밖에 없는 컨디션이였기에

월정리로 일치감치 방향을 선회하였다. 


 

 

월정리. 제주도에 오고싶었던 하나의 이유를 꼭 꼽으라고 한다면 앞뒤 안보고 월.정.리.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해야만 하는 한가지가 있었다. 나름 로맨틱(이라고 해둡시다) 한 사람인지라.

여행을 가기위한 동기부여는 한가지 이유에서 시작되곤 한다. (한가지의 이유,또는 한줄의 카피. 누군가의 한마디....등등)

이번 제주도 여행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월정리 해변을 바라보며 커피마시고 돌아오기' 를 꼭 해야만 했기에.

월정리에 이틀숙박을 잡고 유유자적하게 남은 일정을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월정리 대표카페 '고래가 될 cafe'  일요일이였고, 날씨까지 흐릿해서 관광객이 한차례 빠져나간 상황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명세를 탄 이 카페 부근은 사람들의 발길이 제법있었다.

커피한잔하러 들렀더니 때마침 무료 공연이 있다고 해서 잠깐 기다리다 어쿠스틱 공연을 잠시 관람했다.

비가오는 월정리 해변. 어둑어둑한 오후 5시의 창밖. 두눈을 감게 만드는 따스한 기타 소리. 온기를 머금은 아메리카노 한잔.


 

 

 

험난한 길들을 만나며 길위에서 길을 찾은 하루.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결국 길의 끝엔 또 다른 길이 나타나더라.

계획과 예상이란게 없었던 여행 4일차도 이렇게 지나갔다.

가끔은 이런 예상밖의 일도. 지나고 나면 다 즐거운 기억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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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2011

Posted at 2012. 10. 19. 11:24// Posted in 리뷰놀이/눈으로읽다

 

 

 


제목에서부터 나를 사로 잡았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영화 포스터의 '설레임이 익숙함으로 변할 때' 이 한줄의 카피에 홀딱 반해

이건 꼭 보고 말아야 한다. 라는 마음을 먹고 부리나케 영화정보를 검색하고,

그 주 바로 광화문 씨네큐브로 직행했다.

 

개봉 초기였고, 거기에 큰 홍보나 입소문을 타지 않았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오전 첫상영 시간의 좌석을 채우고 있었다. 



 

 

 

결혼 5년차의 다정한 부부 마고와 루. 늘 함께 눈을 뜨고 함께 잠이 들고.

서로 사랑하는 커플이지만,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부부의 삶.

매년 결혼기념일엔 늘 극장을 찾고, 같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반복되는 삶이지만 서로에 대한 관심을 원하는 마고에게 루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싫다고 말한다.

평범함 속에 스며드는 일상을 원하는 루와 평범함 속의 반짝임을 원하는 마고.

 

루가 매일같이 요리하는 닭고기 요리처럼. 그들의 일상도 변화없이 하나의 템포로 흘러간다.

 

그런 마고에게 설레임을 안겨준 다니엘. 그녀는 다니엘을 사랑하게 되지만

또한 함께해 온 남편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따라 행동하게 되고,

 영화는 마음과 욕망에 따라 행동한 그녀를 극적으로 묘사한다.


 

 

 

문화센터 수영장 샤워실에서. 아직은 젊은 그녀들과 나이 든 할머니들의 샤워 장면이 극적으로 대비되고.

할머니 한분의 대사. " 새것도 헌것이 되고 , 헌것도 한때는 새것이였던 때가 있었다."

그녀들처럼 젊고 아름다운 적이 있었던 할머니.

그 할머니가 늙은 것처럼 그녀들도 늙어갈 것이고

그녀들의 옆에 있던 새롭고 설레던 상대도 언제가는 평범함으로 퇴색할 것이다.



 

알콜중독을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가족들을 실망시키는 루의 남매인 제럴딘,

다시한번 술에 손을 대고 경찰과 동행하며 그녀는 말한다.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일일이 미친놈처럼 다 메꿔가며 살 순 없어."

"넌 너의 마음 흘러가는 데로 갔지. 하지만 긴 인생을 봤을 때 넌 큰 실수를 한거야."

 

어느것이 옳은 것이고 어느것이 그릇된 것이라고 할 순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영화를 보고 난 뒤 애써 노력하지 말고 마음이 흐르는대로,

마음가는대로 살자. 라고 평하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이기도 하다.



 

 

 

이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

빛이 스며드는 주방에서 마고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설레던 순간이 지나면 다시 평범하고 반복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뜨겁던 상대또한 시간이 흐르면, 5년전 그녀의 옆에 있던 익숙함의 대상과 다를것이 없게 된다.

 

설레임이 익숙함으로 변할 때. 그걸 받아들이는 인간의 감정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영화.

일상과 일탈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영화.

 

나는 늘 새것같은 헌것이 되고싶다. 라는 생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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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차. 오늘도 얼리버드 여행자 모드. 어제와 같이 새벽 6시에 기상해서 7시에 길을 나섰다.

용수리에서 버스를 타고 산방산근처에서 하차. 사계리 형제해안도로를 찾아 나섰다.

여행 3일째쯤 되니 이제 버스나 길찾는것쯤은 식은 죽먹기. 라고 자만감이 고개를 쓱- 하고 내밀 정도.

(하지만 실상은,. 스마트폰과 어느 정도의 방향 감각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수월한 일이라고..)

 

 

 

여행오기 전, 서점에서 제주도 관련 책들을 펼쳐보다가 형제해안도로에 대한 소개를 봤는데,

정면엔 산이 보이고 길옆엔 바다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하기 좋은 길. 이라는 말에 혹하고 빠져

냉큼 여행 일정에 콕. 집어넣었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 우리나라에서 걷기 아름다운 길 네손가락안에 꼽힌다는 말까지.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뭐. 크게 실망한 정도까지는 아니였지만.

이틀동안 제주도의 이길, 저길을 걷다보니 형제해안도로가 너무너무 감격할 정도의 뷰는 아니였다. 라는 정도..?

그래도 정면에 위풍당당하게 솟은 산방산을 바라보며 바다를 끼고 걷는 산책로가 아침의 기운을 한껏 느끼게 해줘서 참 좋았다.

 

 

 

오전 8시. 이른시간이였지만 모닝카페인이 너무 땡겼고. 당연히 이시간에 문연 카페는 없겠지... 했지만

길가에 문이 열려있는 카페 하나 발견. 여행 전 블로그 검색을 통해 봤던 씨앤블루cafe. 

정식 오픈시간은 멀었고 청소도 하기 전이였지만, 인심좋으신 사장님이 허허 웃으시며 흔쾌히 한잔을 내려주셨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illy커피! 덕분에 아무도 없는 2층에 올라가 나혼자만을 위해 틀어진 음악을 들으며 

잠깐 넋놓고 바다를 바라보며 쉬다갈 수 있었다.

 

 

 

카페를 나와 다시 길을 나서는데. 고양이 대가족 발견! 다들 고만고만 한게 형제 또는 남매. 아니면 이웃사촌쯤으로 보이는 대가족이였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저 똘망한 눈빛들. 아가들 안녕? 여기 인심은 좀 살만하니?


 

 

 

 

산방산이 더욱 가까워 지는 길. 용머리 해안을 찾아 나서는 길.


 

 

 

용머리해안 도착. 입장료가 2000원 남짓. 용머리해안은 오랜시간에 걸쳐 바람과 파도에 의해 깍여나가고 만들어진,.

말그대로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곳. 이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 이라니.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위대하고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용머리해안 끝에 걸쳐있는 산방산의 절경이. 감탄을 자아내던 곳.


 

 

 

위대한 자연의 풍경앞에 선 사람이 정말 보잘 것 없어 보일정도로. 이 겹겹이 쌓인 해안의 절경은 내 눈을 이끌었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게 만들었다.  중간중간에 관광객을 위한 해산물 즉석 시식코너(?)도 간간히 보였다.

 


 

 

셋째날 숙소가 있는 대평리를 잠깐 들러 짐을 풀고, 쇠소깍 투명카약을 타보고 싶어 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갔지만...

이리도 좋은 날씨에 '기상 악화로 운행 중단' 이 웬말!! 아무래도 카약을 띄우는게 파도의 영향을 받아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가득안은 채.. 돌아가야만 했다. 

 

 

 

 

아쉬운 마음은 올레꿀빵으로 달래자. 냠냠


 

 

 

쇠소깍에서 돌아가는길에 일부러 서귀포에서 하차했다. 서귀포에가면 꼭 먹어봐야 할 '오는정김밥'

김밥도 워낙에 좋아하는데다가. 여행내내 도보 및 버스를 이용하다보니 수두룩한 맛집정보도 무용지물이였고.

찾아갈수 있는 곳이 시내에 버스가 다니는 곳. 정도로 한정되어 있던터라. 여기는 꼭 가봐야지. 하고 미리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 주문을 하려하니 '전화로 예약하셨어요?' 라고 묻는다. 김밥 한줄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될 곳.

거의 모든 판매가 전화예약을 통해 이루어지고, 예약없이 직접 가서 주문을 하면 조금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오래 안기다리고 김밥 두줄을 사서 다시 숙소가 있는 대평리로 돌아왔다.

김밥맛은,. 평범한 것 같지만 꽤나 맛있다. 일반 김밥 맛에 뭐가 하나 더 추가된것 같은 맛. 근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는 거.

(비법이 뭐지...)

 


 

 

제주도 위쪽동네 중 월정리가 대세라면, 아랫동네는 대평리가 대세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대평리에는 그 만의 톡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교통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셋째날 머물 게스트하우스를 부러 이곳으로 잡은 이유도 이 마을을 좀 느껴보고 싶었던 터.

동네를 한바퀴를 돌다보니 소소한 재미가 느껴진다.

 

귀여운 벼룩시장에서 친절한 언니와 인사도 나누고. 부메랑도 하나 구입했다. 재밌는 옷가지들도 싼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2000원 짜리 신기한 홀터넥을 안사온건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하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영화나 한편 볼까 하고 들어선 카페.

마침 다음주가 오픈이라며 아쉬운대로 공짜 커피 한잔을 내려주신다. 아.! 대평리 만세.


 

 

 

동네를 돌다가 또 발견한 카페. 아무생각없이 들어섰는데 손님이 은근 많다.

아.!? 이곳이 얼핏 들었던 영화감독 장선우가 내려와 운영하고 있다는 그 카페. 인가보다.

직접 주문도 받으시고 계산도 하시고. 서빙도 직접 하신다. 식사와 주류도 가능한 곳이라 카페안은 파스타 냄새가 솔솔 피어올랐다.


 

 

이렇게 대평리 동네탐험까지 마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사랑하는 무한도전 본방사수로 여행 3일차를 마무리.

더 많이 보고 싶은 욕심과 더 많이 느끼고 싶은 욕심을 조금 접어놓고, 계획한대로 되지 않은 것도.

계획에 없던 것들을 겪는 것도. 모두가 조금 더 천천히, 느리게 느끼기 위한 것이였음을 깨달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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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틀째. 여행을 오게되면 나름 얼리버드 여행자모드로 변신해서 새벽 6시에 기상.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쯤은 간단히 접고 길을 나섰다. 애월의 푸른 바다를 뒤로하고 떠난 시각은 오전 7시.

동행한 친구도 오늘부터 3일간 스킨스쿠버다이빙 라이센스 취득을 위해 다른 곳에서 일정을 보내기로 했으므로

오늘부터 좀 걸어볼까. 라는 걷기모드로 변신. 아침 일찍 나섰다.


 

 

애월에서 서쪽 서일주도로 라인을 타고 가다보면 곧 한담해안산책로가 나온다. 한담해안산책로 입구에 서있는 해녀 동상.

여기서 아래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산책로가 시작된다.




 

산책로의 길은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걷기 편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인적도 드물고 조용한 산책로를 파도치는 소리를 벗삼아 여유롭게 걸었다. 


 

 

걷다가 잠깐 쉬어가는 길에 만난 하늘.

 


 

산책로는 쭉 이어져 곽지과물해변까지 길을 통해 갈 수 있다. 

'혼자홉서예' 혼자 서 계신 해녀아주머니. 그리고 혼자 온 나의 그림자. 안녕?


 

 

저 멀리서 아저씨 한분이 자꾸 손짓을 했다. 여기 와 보라는 말인가..? 

무슨소리인지 잘몰라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따라 가보니 웬 노천탕..!

남탕, 여탕 구분도 되어있고 안을 들여다보니 바닷물이 스며들도록 만들어 놓은 노천탕이였다.

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흔적. 갯강구가 바글바글. 음...이런곳도 있구나. 까지 접수.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곳. '귀덕궤물동산'

처음엔 명칭이 특이하고. 주변에 세워놓은 하르방이 웃겨서 잠깐 멈췄다가, 여기서 좀 쉬다가지. 라는 생각으로 올라섰다.

 

 

 

계단을 올라서자, 정자를 통해 보여지는 탁트인 바다와 푸른하늘. 시원한 바람이 삼박자를 이뤄내던 곳.

아무 생각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다보니 한시간이 훅 지나갔다. 그 어떤 블로그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소.

제주도 여행책에는 실릴것 같지도 않을, 그렇게 지나칠만한 곳에서 나는 이번 여행중 가장 귀한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패드를 꺼내 이 장소에 딱 어울릴만한 음악, 이병우의 앨범을 플레이 시키고.

엽서를 꺼내 편지를 쓰고. 쓰다말고 하늘을 보고. 바다를 바라보고. 맥없이 웃고.

이곳이 나에겐 우도였고. 이곳이 나에겐 성산일출봉이였고, 섭지코지였다. (사실 저 세곳은 이번여행동안 가지 못한곳들..)

그만큼 나에게 느껴지는 이 순간의 감흥은 남달랐다. 그냥 '여유' 그 자체를 온몸으로 느꼈으니 말이다. 

계속 앉아만 있을 순 없었기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떼었다.

 

 

 

귀덕궤물동산을 시작으로 한림해안도로가 시작된다. 본인은 물론 걸어서 해안도로를 지났지만,

걷는 이 보다는 차를타고 드라이브 하는 사람에게 더 좋을 법한 곳. 인적이 드물고 좀 가다보면

냉동창고 같은 공장도 나오고 하길래 몇 키로 걷다가 다시 동네로 방향을 턴 했다.

 

 

 

한림리에서 버스를 타고 몇 코스 가지 않아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자마자 '아!' 하는 감탄과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해변의 풍경.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약간 흐려졌던터라 날씨가 약간 아쉬웠지만. 제주도에서 여러 바다를 봤지만

내 기억엔 비양도가 보이는 이 협재해변이 가장 아름다웠던 걸로 기억되었다.

협재해변에서 보이는 비양도는 드라마 <봄날>에서 유명세를 탄 작은 섬이다. (고현정이 맨발로 뛰어가던 곳..)


 

 

 

협재해변에서 조금만 걸으면 금능으뜸해변이 나온다. 협재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풍경.

그리고 금능으뜸해변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모습.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  



 

 

길을 걷는데 이상한 풍경이 눈길을 끈다. 돌사이에 삐쭉삐죽 선인장같이 생긴 아이들이 엄청나게 군집해 있는 풍경.

이게 말로만 듣고 마트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백년초. 이래서 자연을 통한 학습이 중요하다는거다.

 


 

 


 

금능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용수리로 왔다. 둘째날 묵을 숙소가 용수리 한경면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

일단 짐을 잠깐 내려놓고 그 근처를 돌고자 했던터라, 숙소를 찾아가는데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순례자의 교회>

무인교회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입구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기도를 드렸다. 여행 중 갑작스럽게 만난 그 기도의 시간은

일상에서의 묵은 짐을 조금더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곳.


 

 

 

교회에서 나와 조금더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제주모모하우스. 무료숙소로 운영되고 있는 캡슐하우스.

이곳에 대한 소개는 조금 더 자세히 따로 포스팅 하겠다. 일단 짐을 풀고 근처를 좀 더 돌아볼까 싶어 나섰다.

 


 

 

 버스를 타고 모슬포까지 내려와 모슬포항에서부터 하모해변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서쪽바다에 해가 질 무렵이라 바다의 풍경이 발길을 자꾸 멈추게 만들던 시간. 



 

 

걷다보니 이곳이 올레길임을 표시해주는 리본끈과 화살표 조형물을 자꾸 만나게 된다.

올레길을 걸어야지. 라는 특별한 다짐이 없어도 걷다보면 걷는 그 길이 올레길이 되는 제주. 그만큼 모든 길이 아름답다는 말이겠지. 


 

 

이렇게 모슬포의 바다를 바라보며 이틀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던 하루.

하지만 걸어도 새롭고 또 걸어도 새로웠던 제주의 풍경. 걸으며 행복했던 여행 2일차는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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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된지도 어언 두달째. 뭔가 새로운 일이 없을까 두리번 거리던 중. 해외여행을 한번 지르고 싶었으나,

빠른시일 안에 해치워야 하는 일정을 살펴보니 최고가 항공료를 부담해야 하는 압박에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제주도. 안그래도 작년부터 주변에서 제주도여행 뽐뿌가 곳곳에서 나를 찔러댔고,

일 때문에 출장만 두 번 가봤을 뿐. 여행또는 놀 목적으로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터라. 내심 조만간,곧..

하고 있었기에 바로 소셜사이트에 접속. 싸게 나온 항공권을 곧장 예매했다.

 

 

 

 

일사천리로 여행계획 착수. 동행할 친구와 동네 별다방에 안장 여행계획 삼매경. 응쌰.

 

 

 

그리고 일주일 뒤. 제주도 여행 시작. 소셜로 항공권을 구입하다 보니... "새벽 6:25분 인천국제공항 출발" 티켓뿐이였던지라..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겨우 오전7시를 조금 넘긴시각. 근처 시내로 일단 방향을 잡았고.

가까이 갈수있는 곳을 검색하니 한라수목원이 나왔다. 그래서 시간때움용으로 방문한 한라수목원.

그냥 풀있고. 나무있고. 뭐 운치있고. 거기에 수학여행온 초딩, 중딩, 고딩이 바글바글. (아뿔사...)

한라수목원 입구를 지키는 야옹이. 사람이 오든말든 신경안쓰고 여유롭게. 늘어지게. 잠만잔다.

 

 

 

이제 서쪽라인을 돌아 첫째날 목적지인 애월까지 가기위해

일단 서쪽라인의 시작이라고 할수 있는 이호테우해변으로 향했다.


 

 

 

나이 서른둘, 서른하나를 먹도록 둘 다 면허가 없는 순수한(..) 처자들이였기에 뚜벅이+버스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의 허벅지와 내 외다리. 그리고 쉴새없이 나를 도촬한 그녀의 카메라.

4박5일의 짐을 넣은 배낭을 메고 계속 걷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였다.

더군다나 9월초의 제주도 날씨란.. 한여름을 능가하는 뜨거운 햇살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호테우해변. 처음에는 지명이 참 외국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봤더니 '이호리'의 지명인 '이호'와

배를 뜻하는 '테우' 가 합쳐져서 '이호테우' 라는 지명이 된것이였다.

이호테우해변에는 귀여운 빨간 목마등대와 흰 목마등대가 나란히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다.

 

 

 

조용한 해변 정자에 자리 잡고 앉아 근처 중국집에서 매운 쟁반짜장과 굴짬뽕을 시켰다.

어플의 힘은 대단하다. 이런곳에 앉아 즉석주문까지 가능한 시대를 살고있다니.

해변의 풍경을 벗삼아 먹는 여유로운 짜장 한 젓갈. 여행의 쾌감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다.

 

 

 

먹고 다시 해변을 끼고 난 길을 따라따라 다음 목적지. 내도 알작지로 향했다.

차를 타고 다녔다면 보지 못했을 제주의 소박한 길 풍경.

 

 

 

이호테우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내도 알작지.

제주에서 유일하게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 그리 크지도. 그다지 멋진것도 아닌 조용한 동네의 조그만 자갈해변이다.

단지 다른것이 있다면 자갈에 씻겨내려가는 파도의 소리에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 이란 것.

 

 

 

신발을 벗고 발만 첨벙대다 이내 발길을 재촉한다. 아직 갈 곳이 많이 남았기에, 조금 더 걷다가 지친 우리는 남은 구간은

버스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서일주도로 버스를 타고 애월로 향했다. 첫날의 숙소, 봄날 게스트하우스가 그날의 목적지였으므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짐을풀고 애월 봄날 게스트하우스에 온 단 하나의 목적!

스노쿨링을 하러 애월바다에 첨벙 뛰어들었다. 처음 해보는데다가 바다가 깊어 초반엔 꽤나 겁을 먹었다.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신나게 첨벙첨벙. 온몸이 오돌오돌 추워질때까지..

 

 

 

스노쿨링을 하며 제주도가 이리도 깨끗한 곳 이였음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어쩜이래? 어쩜. 말도안되!" 를 연발하게 만들었던 제주 바닷 속.


 

 

 

 

'여행의 첫날' 이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행복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그렇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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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마일, 1999

Posted at 2012. 9. 20. 01:12// Posted in 리뷰놀이/눈으로읽다

 

 

 

그린마일. 톰행크스가 나오는 영화라 제목부터 익히 알고있었고.

웬지 익숙한 영화제목에서부터 예전에 내가 봤었나.. 한번 본것 같기도하고..라고 착각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를 플레이 하는 순간. 그건 나의 착각이였다는 걸 이내 깨닳는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폴이 늙어서 하루하루 요양원에서 산책을 소일삼아 살아가는 일상에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날, 소파에 앉아 티비에서 흘러나오던 영화의 한장면을 보고 폴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게 된다.

자신이 교도소에서 일하던 시절, 한 사형수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형수 존 커피와의 만남. 단순히 저능아라고만 생각했던 존 커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특별한 사람이였고

폴은 그와의 우정을 쌓게되지만, 결국 사형수를 죽여야 하는 임무를 지닌 간수였기에. 힘든 결심을 하고 존 커피를 떠나보낸다.

 

가장 악질적인 죄를 저지르고 대중에게 인간 이하의 모멸찬 시선을 받으며 사형을 앞둔 사형수들이 모여있는

그 곳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가장 선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존 커피.

부인의 병을 고치러 몰래 감방을 빠져 나오던 그 밤, 밤하늘의 카시오페아를 보며 감동하던 존 커피의 눈빛이 생각난다. 

 

 

 

많이 울었고 조금 슬펐다. 그들의 우정에 감동했고,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구..

그 모든이가 다 떠난 세상에 홀로 남겨져 꿋꿋히 살아가는 폴이 슬펐다.

무섭게도 외롭고 고단한 여정이겠지.

아무도 나를 모르는 세상. 홀로 남겨진 세상은 말이다.

 

요즘, 특히나 사람과의 관계에 좀 지친터라. 홀로 남겨진 폴이 슬펐지만.

한번쯤은 그가 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으니. 치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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