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거려볼 필요도 없이,단지 제목 한줄로 아무 망설임없이 고를 수 있었던 책. 

마스다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한권을 후루룩 읽어내려간 후,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마스다미리 수짱시리즈를 주문하고 말았다.




나름 수짱시리즈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

1.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2.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3. 아무래도 싫은 사람

4. 수짱의 연애

(그외 주말엔 숲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건 뭐지? 등이 있음)

등등의 나름의 순서가 있다지만 그건 수짱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른 순서일 뿐. 

사실 한권만 읽어도, 순서를 바꿔 읽는다해도 크게 중요한걸 놓치고 갈 법한,. 그런 내용은 아니다.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수짱에 공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있는 미래, 노후를 걱정하며 현재를 구차하게 만드는 지금의 내 모습.

직장생활을 하며 소소하게 받는 상처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며

바뀌어가는 상황들. 전과같지 않음에 허전함을 느끼는 내 모습.




그리고 내가 모르고 외면했던 그녀들의 쓸쓸함.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어른이라는 삶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 천지인 우리들의 모습.

내가 외면하며 저만치 미뤄놨던 인생의 고민들을,. 수짱을 통해 다시 살며시 끄집어 내어본다.



20대의 꿈만같던 청춘을 지나와 30대의 싱글여성이 흔히 느낄법한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이야기들.

결혼과 연애. 앞으로의 인생과 늙어간다는 것. 내 삶에 대한것들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일상의 일기 같은 만화.

특별함을 담고있는 너와나의 이야기, 마스다미리 수짱시리즈. 30대여성이라면 꼭 필독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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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막다른 골목의 추억

Posted at 2012. 12. 14. 10:14// Posted in 리뷰놀이/책이라는삶


 

 

요즘 다시 독서에 심취 중,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예약까지 다해놓고

'예약도서 받으러 오세요' 라고 친절히 문자까지 받아놓고,. 너무 추워서..

그냥 오프라인에서 덥썩 사고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책은 처음이라 작가의 필체가 어떨지 좀 걱정도 됐는데.

나름 책하나를 읽는데도 작가의 필체를 따질만큼 좋아하는 스타일이 확고해서인지

일본소설을 특히나 좋아하는 이유가 간결한 문체에 따스한 감성이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인데

그 간결함과 특유의 따뜻함은 이 책에도 어김없이 스며들어 있더라.


 

 

그 날의 그 시간을 상자에 담아 평생의 보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그때의 설정이나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무자비 할 정도로 무관하게, 행복은 불쑥 찾아온다.

어떤 상황에 있든, 누구와 있든. 다만 예측은 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다음 순간에 찾아 올지도 모르고, 줄곧 기다려도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마치 파도와 날씨의 변화처럼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다. 기적은 누구에게나 고루,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

 

 

가을 하늘은 투명한 색감으로 경치에 녹아드는 곳까지 맑게 개어 있고,

한없이 애매하고 분명한 느낌이 하나도 없이 어중간하게 지내는 나를 부드럽게 위로했다.

 

 

약혼이라는 그 말의, 그 축복 같은 형태에 나는 매달리고 있었다.

모두가 두말없이 '그것은 행복한 일이다. 견고한 것이니까 걱정없다' 라고 생각하는 힘이 그 말에는 숨겨져 있었다.

그것을 한없이, 이렇게 썩어 빠지도록 소중하게 여겼던 자신이 한심했다.

 

네가 있는 자리에서 큰 원을 만들어 나가면 되는거야. 너에게는 그럴 힘이 있고 그게 너의 인생이니까.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할 필요없어. 상대가 너의 인생에서 뛰쳐나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그날들은,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던 내게 신이 덮어 준 포근한 담요처럼, 어쩌다 우연히 찾아온 것이었다.

카레를 만들다 먹다 남은 요구르트와 스파이스, 사과 같은 것까지 넣다 보니, 그리고 양파의 양을 평소보다 좀 많게 했더니,

정말 백만분의 일이라는 확률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카레로 완성된 경우처럼.

두번 다시 재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의 행복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내 마음 속 보물상자 같은 곳에 간직되어 어떤 상황에서 보았는지, 어떤 기분으로 보았는지,

까맣게 잊힌 후에도 내가 죽을 때 행복의 상징으로 반짝반짝 빛나며 나를 데리러 와 줄 광경과 하나가 되리라.

 

 

 

이번책을 통해 요시모토 바나나 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유빛으로 번진 달콤한 겨울 하늘 아래' 라는 한줄의 문장에서도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진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지금의 나를, 저 멀리멀리 이끌어서

푸른 봄의 새싹냄새를 맡게하고, 노란 가을하늘을 올려다 보게 해주고, 겨울의 우유빛 하늘도 보고 오게 해준 이쁜 책.

요시모토 바나나 <막다른 골목의 추억> 서평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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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우연히 스쳐 지나간 적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그런데 헤어지고 난 후에는, 우연히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너지게 했다.

영원히 머물줄 알았던 사랑이, 또다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세상에서 배운 가장 슬픈 사실이다. [어떻게 만났는데 이렇게 잃어버리는 거니]

 

 

그녀가 말했다. "쿨하다는 건 모든 것으로부터 일부러 거리를 두는거지. 새한테 먹힐까봐, 커다란 소라껍질을 쓰고있는 게처럼"

[마음의 온도]

 

 

우리는 작고 연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어떤순간에는 크고 강하고 담대해진다.

사람들은 강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린 모두 괜찮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밥을 먹기 위해 시내를 헤매고 있다.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은 배고픔이니까.

하지만 배불리 먹고 나면 또 다른 걸 원하게 되지 않을까.

"지금은 나한테 월남쌈이 가장 중요해. 언제나 현재만 생각하려고 하거든.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만 생각하려고.

너무 멀리 생각하면, 현재를 즐길 수 없잖아." 라고 말했다.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평선을 쳐다보고,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발밑을 쳐다본다. [지평선을 볼 때와 발밑을 볼때]

 

 

"네가 그리워하는게 무엇인지 알아? 내가 보기엔 그건 그냥 외로움이야"

무언가 막연히, 하지만 못 견디게 그리워질 때, 외로움이 그대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외로움이 말을 걸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엄마와 난 똑같은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희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순간, 그리움은 조금씩 증발한다. [증발]

 

 

매일의 삶은 내면의 보석을 발굴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자기만의 색깔로 빛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보석을 품고 있는 거대한 별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 반년 만에 들른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옛 친구의 안부 쪽지.

피로에 지친 하루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이불을 잡아당길 때의 느낌.

새로 산 신발이 발을 편하게 만들어 줄 때의 안도감. 유난히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라디오.

이런 목록들을 만들고 나니 우리의 24시간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복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 된다.

 

 

 

 

이런류의 에세이를 좋아해서 종종 사보고 다시 중고서적으로 되팔고는 하는데.

그 중 마음에 들어 소장할 정도의 가치를 지닌 에세이가 나타나면 줄을 긋고 본다.

그 줄긋기의 의미는 내 감성을. 내 기억을. 내 마음을 콕 하고 찌르는 타이밍.

이책을 읽다보면 상처받고 외롭던 젊은 날의 나와 닮아 있어 서글픈 웃음이 피식피식 난다.

나뿐만 아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랐던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글들이 가득 담겨있다.

라디오 작가의 감성이 녹아 있어서인지. 모든 챕터의 글들이 깊은 밤 라디오에서 흐르는 사연같고. 내 이야기 같은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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