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셋째날. 혹은 마지막날. 

다음날 월요일 오전 이른아침 7:55분 서울행 비행기를 티켓팅 한 덕에. 내게는 여행의 마지막날이 될수 밖에 없었던 하루.

그래서 뭔가 더 재밌게 놀아야지. 하며 하루를 불끈 시작한다.





어제 하루종일 꾸물거렸던 흐린하늘은 온데간데 없이 맑고 쨍한 날씨로 하루를 시작한다.

들뜬 마음으로 우도로 출발.  오늘의 1차 목적지는 우도.





친구의 뒷통수마저 신나보인다. 머리가 칠렐레팔렐레.




11시 3분전에 도착한 관계로 11시 배는 놓치고 11시 반배를 기다려 승선했다.

스쿠터를 싣고 우도를 들어가 한바퀴 돌고 올 생각. 스쿠터를 싣는 비용은 단돈 1650원! 어른 한명 타는 것보다 싸다니. 




배를타고 들어가는데 또 날씨가 흐려진다. 이러지마... 

파도도 높게 넘실대는 탓에 약간의 어지럼증이 온다. 고작 그 짧은 10분간에도 말이다.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스쿠터를 몰고 서빈백사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좁은 해변때문인건지.  날씨가 흐린탓에 그렇게 황홀한 뷰가 펼쳐지지 않은 탓인지. 

아침에 출발할 때 보았던 월정리 해변이 훨씬 더 이뻤던것 같기도 하고... 뭐 암튼 그런 느낌?





그래도 기념사진은 주구장창 찍어둠.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 의식안하는 척. 

하지만 온몸의 신경과 세포가 카메라를 의식중임.






날씨가 맑은 날 오면 이것보다 200%는 더 아름답겠지?






우도에 배까지 타고 들어온 가장 큰 목적. 땅콩아이스크림!!  과연 무슨 맛일까.....궁금해 하지마라.  그냥 땅콩카라멜 얼린 맛이다. 

땅콩아이스크림 하나 먹겠다고 아무 생각없이 서빈백사장 뒤편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었는데,

스쿠터를 타고 우도를 좀더 돌다보니,. 아무생각없이 그냥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던 내 자신을 탓할 순간이 몇번이나 닥친다.

이쁜데다가 맛있는 서브메뉴까지 판매하는 카페가 곳곳에 많이 보이기 때문.

라떼킹은 프랜차이즈 체인을 운영하는 카페였을 뿐이고...




우도를 반바퀴이상 돌며 느낀 것. 제주도에서 가장 부농부농한 곳이 우도였던가...?

우도를 한바퀴는 다 못돌고 배시간에 맞춰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남은 일정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리고 최대의 목적, 땅콩아이스크림을 먹었으니까.



나는 유독 발사진에 집착하나보다. 여행을 다닐때마다 이런 컷 또는 혼자 찍은 발 사진이 넘쳐난다.

이날따라 나도 롱스커트. 친구도 롱스커트.  나는 긴옷을 입었음에도 더 짧아보이는 착시효과를 연출했다. 




스쿠터를 타고 제주도를 도는 내내 길가의 저 수국을 못꺾고 그냥 지나친 아쉬움을 토로했던 배나.

가던길을 갑자기 멈춘다. 왜..? 스쿠터에서 내리더니 꽃을 꺾기 시작.

헬멧까지 쓰고 저러고 찍어달라며 섰다. 귀여운 녀석. 사실,.나보다 한참 큼.




오늘은 마자막날이니깐. 회를 먹어주자! 생각하고 횟집을 검색했지만 2인에 5-6만원을 웃도는 비용이 부담되어

게스트하우스 주인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원래 그 지역주민이 회를 싸게먹는 법을 가장 잘 아는 법!

주인언니의 명쾌한 해답, 근처 하나로마트에가서 회를 끊어오면 2-3만원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

우도에서 돌아오는길에 세화 하나로마트에 들러 국민카드로 우럭 세마리를 낚았다. 




돌아가는 길에 전망좋은 정자나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아 회를 까먹고 가자며 맥주까지 준비한 채 해안도로를 달렸다.

비어있는 정자를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동네 어르신들이 점령한 상태.

스쿠터로 달리며 장소를 물색하던 중, 너무 이뻐보이는 바다를 발견했다.

여기다!! 자리를 잡고 회를 깐다. 바람도 살랑살랑. 날씨는 쾌청. 내입속엔 살살 녹는 우럭 한점.








제주도에서 똑똑하게 회 먹는 법.avi

우리 엄청 신나하는 거 다 보이냐?






모래톱이 두군데 살짝 드러난 조용하고 얕은 해변. 너무 이뻐서 지도검색을 해봤지만 그냥 이름없는 해변일 뿐.

그래서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 바닷가가 아니라서.

지나가다 멈추지 않았다면 영영 알지못할 그런 곳이였기 때문에.




아무런 발자국도 새겨지지않은 모래톱에 발자국을 새기며 뛰어 논다. 너무나 특별한 순간.




지나가다 멈춘것이였기 때문에 수영까지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가서 수영복을 입고오면 되지..?

그길로 숙소로 가서 수영복을 입은채 다시 스쿠터를 타고 돌아왔다. 월정리해변에서 대략 10분정도릐 거리.(차로 이동시)




모래톱을 사이에 두고 고인 물은 따듯하고 반대쪽 파도가 밀려오는 곳 물은 엄청 차갑다.

여행 전 곱게 바른 패티큐어가 군데군데 다 벗겨졌지만 그런것따위 상관없이 온몸으로 즐거움을 누리던 순간.








얕은 모래사장에 앉아 쓸려오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본다.

머릿 속 레코드에선 이미 음악이 플레이 되고 있다.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 배나는 수영복을 벗기가 못내 아쉬웠는지 숙소 앞 깊은바다로 스노쿨링을 하러가고

나는 게스트하우스 옥상으로 올라왔다. 이 옥상에서 맥주를마시며 바람을 맞던 그 시간이 그리워

다시 이곳에 묵기로 한건 참 잘한 결정이였던 듯. 바람에 잠깐 몸을 녹인다. 흐물흐물 풀리는 시간. 

이것좀 봐. 나 발에 집착하는 거 맞지..? 



저녁은 낮에 회쳐먹고 싸온 우럭 매운탕거리로 게스트하우스 어머님께서(주인언니의 어머니) 손수 매운탕을 끓여주셨다. 

하나같이 입맛을 돋궜던 밑반찬 퍼레이드. 어젯밤 술자리에서 인사하며 하하호호거렸던 동네주민분들이 다 모이신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일을 하다가 제주도에 방을 얻어 내려온 언니, 제주도에서 카페를 준비중이신 예비사장님...등등..

지나가다 인사를 하면 밥을 권하는 이곳이 난 너무 좋다. 




해가 지는 하늘. 여행의 마지막 날이 저물고 있다. 

늘 마지막은 아쉽다. 저 구름이 내 마음 같이 아련했던 한 때.




수영으로 몸은 이미 녹초가 되었지만, 뭔가가 아쉬워 밤바다를 산책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장난감같았던 대나무 낚시대를 가지고 자릴 잡았다. 배나가 능숙하게 갯지렁이를 끼워준다.

물반 고기반. 그러다 나같은 애한테 덜렁 낚여올라온 전갱이. 너 정신이 있니없니. 나한테 낚이면 어쩌자는거야.





다음날 아침. 일찍 나선다. 주인어머님이 마중을 나와주신다.

전날 스노쿨링을 하던 친구가 어머님께 보말따는 법을 알려줬더니 어머님은 너무 즐거우셨다고 한다.

'언니들 잊지 못할꺼야.' 하시며 스쿠터가 떠날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바라봐 주시는 어머님. 아. 따뜻해. 





항상 그렇듯. 마지막 날은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 그 어느때보다도 날씨가 쾌청하다못해 미치게 좋았다.

서울가는 내 발목을 붙잡는 날씨.





우리의 마지막 프레임. 

만약 우리 인생에서 다음이 예견되어 있다면 이 프레임은 아쉬울리 만무하겠지..?

다음을 알 수 없기에, 이 사진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밖에.



2013.7.4 - 7.8 . 여행을 마치며. 제주도야 안녕.  with 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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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둘째날이 밝았다.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체크. 날씨어플의 예고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비가 후두두두 떨어진다.

스쿠터 한대로 찰싹 달라붙어 달려야하는 우리에게는 비소식이 참으로 암담할 수 밖에.

비가 좀 잦아드는 걸 기다려볼까.. 하다가 그냥 출발하기로 결정.  제주의 날씨란 그야말로 이곳 다르고 저곳 다르기 때문이다.

 



비에 젖는 걸 최소화 하기위해 숙소에서 쓰레기봉투를 몇개 빌려 가방을 꽁꽁 동여맨다.

핸드폰 네비를 켜서 달려야되기에 핸드폰도 비닐에 꽁꽁 동여매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산방산 숙소에서 출발. 대략 25km를 열심히 달려 외돌개 도착. 가는 내내 비가 흩뿌린다.

외돌개 입구. 대장금 촬영지였다는 표지판도 볼 수 있다. 사실 대장금을 안봐서 그렇게 큰 감흥이 오진 않았다.




외돌개는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분출하여 굳어진 기암으로 바다에 외로이 홀로 서있어 외돌개라 불린다고 한다. 어쩌고 저쩌고...

 



비가와도 일단 신난다.  짧은 기럭지도 쭉쭉 뻗어봅니다. 

 



외돌개에서 바라보는 방향 우측으로 범섬이,  좌측으로는 문섬이 보인다. 풍경이 아름다운 외돌개.

 



아리따운 이영애님 왔다가셨나 보군요. 

대장금 극중 어떤 장면에 외돌개가 배경이 되었을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덜 아리따운 이영애도 요기잉네?

 




돌솥밥으로 유명한 대우정. 네비를찍으니 자꾸 제주시에 있는 대우정을 검색하길래

네이버 검색까지 동원해 주소를 찍어 찾아왔다. 대우정은 제주시와 서귀포 두군데 위치하고 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오분작돌솥밥.1인에 12000원.

전날 먹었던 게스트하우스 바비큐 1인에 15000원보다는 맛으로나, 가격면으로나 여려가지가 훨씬 더 좋게 느껴지는건.. 왜죠.




돌솥밥이 나오고 마가린과 간장도 같이 나온다. 돌솥밥을 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마가린!!

사실 어릴때부터 우리집 저녁상을 회상해 보면, 아빠앞엔 항상 돌솥밥이 차려져 있었고, 돌솥밥 맨밑 누룽지는 우리의 특식이였다.

이렇게 말하면 70,80년대를 산것 같이 느껴지겠지만, 그 정도로 아빠는 돌솥밥을 좋아하셨다.

마가린 향이 가득베인 그 누룽지의 고소한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 어린시절 향수라고나 할까..

여튼, 다시 오분작돌솥밥으로 돌아와.. 엄청 쫄깃하고. 고소하고.... 맛있다.

돌솥밥이기에 양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여자 둘이서 밥한톨 안남기고 쓱쓱 다 흡입해 버렸다는거!


 



부른 배를 두드리며 달린다. 어느새 쇠소깍 도착. 투명카약은 당연히 운행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고,

그냥 경치를 둘러본다. 멍하니 앉아 고요한 쇠소깍과 바닷가 파도소리를 벗삼아 식곤에 빠진다.

시간은 오후로 접어들었지만 날이 갤 생각은 않은 채, 비가왔다 말았다. 하늘이 꾸물꾸물.




쇠소깍 다음 코스. 서연의 집. 

동행한 친구는 이미 와봤는데 그냥 그랬다고.. 했지만

90년대를 살고, 영화<건축학개론>을 보았다면. 김동률의 목소리가 귓가에 감동의 멜로디로 남았다면... 

누구나 한번은 와보고 싶지 않을까.

나 또한 그랬고, 꼭 한번은 이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영화의 한장면을 회상하고 싶었다.

 



서연의 집 앞에서 오가는 손님들의 발목을 붙잡던 귀여운 백구. 엄청 순하게 생겨서는 오라 그러면 오고,

만질라 그러면 애교 부리던 이쁜이.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야옹야옹 하던게 습관이 됐는지.

이렇게 길을 가다 개를 만나도 이젠 머리보다 입이 먼저 움직인다. 나도 모르게 야옹야옹.




서연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깨달은 것. 김동률의 감동을 느껴보고자 했던 건 큰 욕심이였나보다.

카페로 변신한 내부는 정말 그야말로 시장바닥처럼 너무나 붐볐으며. 

김동률의 노래가 흘러퍼지길 기대한 내 바램과는 달리 걸그룹의 최신 유행가가 발랄하고 시끌벅적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카페 내부는 음료를 마시는 사람과 그냥 둘러보며 구경하다 사진찍고 가는 사람으로 양분화되어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 냈으며,

영화의 대사를 떡에 찍어내 건축학개론 떡까지 메뉴화 되어버린 카페는 내 촉촉했던 감성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아..이게 뭐죠..



다시 스쿠터를 타고 열심히 달려 표선을 지나 섭지코지에 도착. 

친구는 말을 참 좋아한다. 섹시한 말 궁둥짝.  




섭지코지 올인하우스. 이곳도 내부를 관람하려면 입장료가 있다. 

하지만 올인 또한 보지 않았다는.. 그랬기에 딱히 내부가 궁금하지는 않았다.


 


섭지코지 주차장에 스무대의 관광버스가 있다면 딱 한대를 빼놓고는 전부 중국어가 써져있을 정도로

이곳에 와서야 제주도에 중국인 관광객이 판을 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좌, 우. 앞에도. 뒤에도. 중국인들이 떠든다. 여기가 제주도야,? 중국이야..?


'저기갈까?'  '날씨도 흐린데 올라가봐야 안이뻐'  '그래, 그럼 담에보지 뭐.'  '그래, 가자.'

집착을 버리고 순간의 기분에 따라. 그 순간의 결정에 따라 간편하게 생각하는 것.

그래서 이 친구와의 여행은 즐겁고 편하다. 고민할 것도. 집착할 것도 없어지기에. 






그렇게 하도리, 세화를 거쳐 월정에 다다르도록 열심히 달린다. 마지막 목적지인 오늘의 숙소로 향하는 길.

여행내내 듬직했던 노란헷맷과 그녀의 등짝.


 


해안도로로 빠지니 해안을 따라 낚시를 하는 아저씨들. 가족들이 드문드문 눈이띈다. 

또 주저함없이 가던 길을 꺾어 스쿠터를 세운다. 낚시하는 아저씨에게 쫄래쫄래 다가가더니 이런 걸 얻어온 친구. 

 



미끼를 한움큼 주신 아저씨가 대나무로 만들어진 장난감같은 낚시대를 하나 던져주며 인심을 베푸신다.

낚시를 좋아하는 친구는 신이났다. 근데 그걸로 뭐가 낚이겠....니..?




낚았...네?? 뭔가를. 조그마한 전갱이...? 

전갱이 한마리 낚고는 낚시대를 팽개치고 맨손으로 잡은 게들. 그리고 뭣도 모르는 내가 먹는건줄 알고 집어넣은 소라게들.



 


기나긴 하루의 운행을 마치고. 숙소도착. 

월정리에는 딱히 식사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5000원에 식사를 제공해 주기도 하신다.

오늘의 저녁메뉴는 콩국수. 사실 내가 콩국수를 싫어해서 저녁을 먹으려고 앉자마자 굉장히 당황했는데

일단 먹어보자. 하고 넘겼는데. 이게 웬걸!  직접 우유와 콩을 갈아 만드신 콩국물이 정말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작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라서 무인카페 이용도 능숙하게. 샥샥. 

맥주두개를 꺼내고 밤 고구마 말랭이를 꺼내  돈통에 8000원을 넣고 식후 음주를 간단히 시작했다. 




그러다 아까 잡아온 아이들이 문득 생각났다. 어떻게든 해결보아야 할 밤.

게딱지를 쓱쓱 씻고 전갱이 머리를 따내고 비늘을 밀고 내장을 제거한다. 친구가 대단해 보이는 순간.

그리고 라면 육수에 첨벙. 과연 이게 무슨 맛이려나..




맥주 두캔과 고구마 말랭이로 시작한 소박한 술상은 해물라면을 가장한 라면, 쥐포구이, 제주 막걸리, 피자에 우유빙수까지 이어지며

어느새 카페엔 열댓명의 인원이 바글바글. 즐겁게 마시고 떠든다. 이 여행이 끝나면 일상속에서 잊혀질 얼굴들.

잊혀진다 한들, 그 순간의 만남이 즐거움으로 기록된다면 그것만으로 족하지 않을까.





제주도 반바퀴를 돌아 온 날.  약 100km의 여정.

100km를 달리며 비바람을 맞았더니 하루가 저물어 갈때쯤엔 온몸에 열이 후끈후끈 오른다.

몸살이 올까봐 걱정하며 이른 잠자리에 든다. 비가와도 달리고, 보고, 즐기고, 먹고, 웃었던 하루.

2년만 지나도 이젠 그렇게는 절대 여행 못한다며 너스레를 떨며 렌트카를 알아볼 우리겠지만.

지금의 기억이 2년뒤에도 남을테니깐. 그 기억을 회상하면 나는 나이가 들테니까.

그래서 행복하다는 말을 친구한테 해주고 싶다. 

나를 싣고 달려줘서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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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제주도-1] 다시 떠나오다

Posted at 2013. 7. 16. 00:24// Posted in 리뷰놀이/떠나온일상


2012년 9월. 프리랜서 배나와 백수인 내가 처음 제주도를 여행하고 약 10개월이 흘렀다.

그사이 배나는 제주도를 열번도 더 왔다갔으며 (부러운 것...)

틈틈이 특가항공을 노리던 4월. tway 항공 초특가 9900원이 떴고, 주저함없이 예약을 완료했다.

그리하여 2013년 7월. 다시 짧은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왕복티켓, 54200원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말이다.

목요일 밤 19:35분 제주행 - 월요일 아침 7:55 서울행. 정확히 따지자면 금, 토, 일 3일간의 여정.



 

목요일 밤. 19:35분 출발이였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씨 탓에 출발이 지연되어 

제주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9시쯤.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근처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낮에 미리 도착해있던 친구. 쫄쫄 굶으며 나를 기다려주었고 게스트하우스 특식, 해물라면을 한그릇씩 뚝딱 해치우며 저녁을 해결. 


 

 


 해물라면 5000원. 새우살이 통통한게. 맛이 좋다.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다녀보며 늘 1층침대를 고집했었는데, 그날따라 1층 침대가 너무 더운탓에 2층으로 기어올라갈수 밖에 없었다. 

근데 2층의 높이는 좀 무시무시하다. 그래도 나름의 분위기가 생긴다. 그건 분명 2층에 아무도 없었던 탓이겠지.

  

 

 

다음날 아침. 조식 서비스. 일단 많어 먹어야 해서 밥을 푸짐하게 담았다.

사실,.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먹고나서 배가 아팠음.  

 


 

 예약한 스쿠터를 픽업. 여행 중 운전과 안전을 책임진 배드라이버.

 

 

 

나는 여행 내내 배드라이버 등짝에 거북등딱지처럼 찰싹 달라붙어

찰나의 기록과 유흥을 제공하고자 힘썼다.

 

 


첫 목적지. 애월. 대략 20km를 달린다. 

 


 

작년에 묵었던 봄날 게스트하우스.  성수기 시즌이라 미리예약하지 못한 탓에 이번엔 묵지 못했지만

스노쿨링이라도 하고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숙소에서 출발 할 때부터 속옷대신 수영복을 착용하고 다녔는데.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로 인해 스노쿨링의 꿈은 물건너 갔다.





제주도의 미친바람.avi

 



 


애월에서 스노쿨링 못한게 한이 됐던지.. 우리 드라이버님. 그냥 무지막지하게 그 길로 달려가더니 사고를 치고말았다.

해안도로는 오토바이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그 길로 바로 진입. 아스팔트 도로가 끊기며 모랫길이 나오며

미처 브레이크를 잡지못한 스쿠터 두여인은 바닥에 꼬꾸라지고 말았다.

피가 철철.jpg

 

 

 

아쉬움은 뒤로하고. 다시 길을떠난다. 애월에서 내륙쪽 길을따라 오설록 티뮤지엄까지. 약 26km.

사실 지난번 여행이 뚜벅이st. 이였던 탓에 못먹으며 여행했던게 한이 되었는데,

이번 여행은 그래도 나름 바퀴 두개달린 스쿠터가 있기에 방향만 찍어주면 배나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쾌적운전을 해주었기에

이코노미에서 비지니스로.. 한 그레이드가 업된 느낌이랄까.. 



 

둘다 유선전화기를 들고다닌 탓에 (즉시즉시 충전해줘야 사용이 가능한 조루밧데리들을 지칭함)

일정 중간중간에 한번씩 쉬어줘야했다. 여기서도 잠시 멍하니 앉아 충전을 가장한 휴식.


 

 

기럭지가 참 긴 배나. 그리고 고목나무 코딱지스러운 우뎅. 멀리서도 보이냐? 내 기럭지 짧은거 다 티나냐? 

 

 

 

오설록 티뮤지엄 근처에 위치한 초콜릿뮤지엄. 감귤초콜릿이나 좀 살까해서 들러봤는데 입장료가 5000원이다. 

입구 안내하시는 분에게 '뭐 볼꺼 많나요.?' 라고 물었더니 별로 볼께 없다시기에..(너무 솔직하심)

그냥 이쁜 배경삼아 사진이나 찍고 다시 출발. 

 

 

 

제주도와서 산방식당 밀면은 꼭 먹어보고 가야지. 했던 염원을 풀기라고 하라는 하늘의 뜻인지.

초콜릿뮤지엄에서 산방식당을 찍어보니 2km 안밖의 거리. 신나하며 달려가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사실 산방식당은 수육이 더 일품이라고들 하던데, 밀면 먼저 먹어보고 양이 안차면 수육을 시키자. 하며 밀면을 시작했는데.

글쎄, 밀면안에 고기가 한,두점이 아닌 적어도 일곱여덟점정도.. 푸짐하게 들어있다. 

밀면을 열심히 먹다보니 수육까지 먹은 느낌...? 

 


 

배를 채우고 다시 달린다.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엔 조금 아쉬운 시간.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산방산온천게스트하우스가 그날 머물 숙소였기에 근처 용머리 해안을 들르고자 돌고 돈다.  안개가 자욱한 산방산.

 

 

 

역시나. 날씨탓에 용머리해안도 출입이 제한되었다. 


 


그냥 게스트하우스로와서 저녁시간 전까지 수영하고 온천을 하기로 결정, 바로 숙소로 향했다. 

산방산온천게스트하우스. 용머리해안에서는 5분도 안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차 또는 스쿠터 이용시)

게스트하우스에 1박 묵으면 2회 온천 이용이 무료. 우중충한 날씨에 바다에 못들어 가게되면

온천 수영이라도 하자 위안삼으려고 예약한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

 

 

 

수영 후 게스트하우스 바베큐. 1인당 15000원.

제주흑돼지와 수제소세지가 무제한으로 구워져 나온다.


 

 

2층 침대 위, 개인등을 새벽까지 밝힌채로 미드를 보며 유유자적하게 하루를 마무리.


다시떠나 온 제주의 첫날. 확실히 뚜벅이st.여행보다는 원하는 곳을 바로바로 들릴 수 있었던 스쿠터 여행은

교통편이 불편한 제주의 쾌적한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걷는 것보다는 스쿠터, 바람을 직접 맞는 스쿠터 보다는 차가 가장 편하겠지만

몸이 편해질수록 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는 것들의 소소하고 일상적인 매력은 사라진다.


걸으며 고스란히 느꼈던 길위에 많은 매력은, 거센바람이 되어 온몸의 감각을 깨웠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그 고생도 깔깔대며 맞이 할 수 있었던 여행의 첫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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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올것 같지 않았던,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비행기 시간은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12시 타임.

일찍 일어나 함덕 서우봉 해변을 갔다 주변을 좀 둘러보고 가자. 라고 결정했었기에 오전7시에 짐을싸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날이 흐리다. 월정리의 흐릿한 아침 풍경.  안녕. 나 또올꺼야. 다음에 봐?

 

 

 

제주시 방향으로 가는 동일주버스를 타고 함덕 서우봉해변에서 하차.

바다를 휘--둘러본다. 만조때라 물이 차올랐지만 함덕의 해변은 중간중간에 이런 이쁜 모래길이 보인다.

이런 풍경만으로 수심이 얕을 것으로 판단해, 물놀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조심, 또조심.

 

 

 

우리는 조금 많이 아쉽나 보다. 삐죽삐죽



 

 

함덕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조천읍까지 걸었다. 대략 2시간 가까이 걸은 셈.

걷는 사이 하늘은 또 다시 방긋. 쨍- 하고 해가 떠오른다. 조천리 사무소에 도착해 동일주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길었던 5박6일의 제주도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향한다.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위로받고 싶었다. 충분히 위로받고, 행복했던 시간.

걷느라 힘들었지만 걸었기에 볼 수 있었던 제주도의 느릿한 풍경.

마음에 한 평 남짓한 여유를 품고. 열평 남짓한 추억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떠난다.

다시 그렇게 복작대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면, 나는 또 어느새 어디론가 향한는 여행의 길에 올라있겠지.

그 두근거림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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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제주도를 오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방주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교회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전날부터 예배시간을 맞추려면 언제 기상해야하는지. 시간계획을 짜놨던터. 일찌감치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땅이 약간 젖어있고, 곧 비가 내릴 것만 같은 하늘. 3일째 묵었던 대평리는 교통이 좀 불편한 곳인지라.

동네를 나가는 버스 한대를 무작정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기사아저씨께 여쭤봤다.

중문까지 갔다 중문에서 다시 버스를 타야된다는 것이다. 아뿔사. 내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황급히 다음 지도앱을 키고 내가 탈 버스가 있는 버스정류장을 검색하다

중간에 길이있는 것을 확인하고. 중문까지 가는 시간에 이길을 걸어서 통과하자. 라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기사아저씨가 '여기서 내려서 어디로 가려고요?'라고 말씀하시며 고개를 갸우뚱 할 때.

난 알아차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내게 벌어질 험난한 시간들을...


 

 

다음 지도어플을 켜놓고 방향을 확인하며 길을 따라 가다보니 골목길이 점점 좁아지며 길은 이미 산길로 변해있었다.

어..머..나....세..상..에......   지도에 나타나있던 이길은 산길이였던 것...!

산등성이 중간중간 감귤밭이 있고 그 옆엔 창고가 하나씩 있고 가끔씩 좁은 그 길사이로 차가 한대씩 지나갔다.

웬지모르게 창고의 분위기와 그 길. 그리고 지나가는 차에서 어떤 미친놈이 "헤이 아가씨~"

외치는 순간. 그때부터 긴장감이 배로 엄습해오며 식은땀을 흘리며 흙탕물이 튀는지도 모른채 산길을 넘었다.


 

 

그 길을 넘고나니 만신창이가 된 내 신발과 샤워를 한듯 땀에 쩐 몰골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잠시 생각. 방주교회를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고민.

그래도 이렇게까지 개고생하며 산하나를 넘었는데, 이제와서 일정을 접기엔 아쉬워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방주교회로 향했다.


 

 

교회는 산 깊숙한 곳에 있어서 택시아저씨조차 지도로 확인이 안되는 곳이라 교회에 몇번이나 전화를 해

위치 안내를 받은 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주교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회당 주변으로 물길이 나있었고 정갈한 느낌의 건축디자인이 마음까지 차분하게 가라 앉혀 주는 듯했다.

방주교회에 들른 목적이였던, 본당예배는 아무래도 관광객에게는 오픈되지 않는 듯하였다.

예배당 자리가 다 찼던탓인지. 아니면 관광객에게는 본당예배를 오픈하지 않는 까닭인지.

지하예배실로 안내를 받아 티비생중계로 애배를 조금 보다가 이내 나왔다.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아 가는 길. 이 시간은 지금 돌이켜봐도 어찌나 막막하고 끝이없던지.

7km정도의 거리의 2차선 도로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며 지나가는 택시를 애처롭게 기다렸던 시간.

이 부근이 제주도의 정가운데. 산중턱 부근으로, 여길 걸어다닐 생각을 하는 여행자는 아무도 없을 수 밖에!.

(주변에 있는거라곤 골프장 뿐이였으니...)

걷고 또 걷고. 걷는걸 좋아해서 시작한 걷기여행은 어느새 걸어야만 하는 여행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결국 택시를 한번 타고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렸지만 실제로 버스가 서지않는 무정차 구간이였고.(택시아저씨 밉습미다.)

또다른 택시를 겨우 붙잡아 제주시까지 갈수 있었다. 

 

 

 

제주시터미널에서 동일주버스를 타고 50여분 정도를 달려 월정리에 도착. 날이 흐릿흐릿

사실 여행 4일차인 오늘은 대평리에서 출발해 제주도의 동남쪽 구간을거쳐 성산과 섭지코지를 갈 계획이 있었으나.

험난한 산길 통과 및 방주교회라는 거대한 산을 만난 결과. 예약해놓은 숙소로 바로 올수 밖에 없는 컨디션이였기에

월정리로 일치감치 방향을 선회하였다. 


 

 

월정리. 제주도에 오고싶었던 하나의 이유를 꼭 꼽으라고 한다면 앞뒤 안보고 월.정.리.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해야만 하는 한가지가 있었다. 나름 로맨틱(이라고 해둡시다) 한 사람인지라.

여행을 가기위한 동기부여는 한가지 이유에서 시작되곤 한다. (한가지의 이유,또는 한줄의 카피. 누군가의 한마디....등등)

이번 제주도 여행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월정리 해변을 바라보며 커피마시고 돌아오기' 를 꼭 해야만 했기에.

월정리에 이틀숙박을 잡고 유유자적하게 남은 일정을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월정리 대표카페 '고래가 될 cafe'  일요일이였고, 날씨까지 흐릿해서 관광객이 한차례 빠져나간 상황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명세를 탄 이 카페 부근은 사람들의 발길이 제법있었다.

커피한잔하러 들렀더니 때마침 무료 공연이 있다고 해서 잠깐 기다리다 어쿠스틱 공연을 잠시 관람했다.

비가오는 월정리 해변. 어둑어둑한 오후 5시의 창밖. 두눈을 감게 만드는 따스한 기타 소리. 온기를 머금은 아메리카노 한잔.


 

 

 

험난한 길들을 만나며 길위에서 길을 찾은 하루.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결국 길의 끝엔 또 다른 길이 나타나더라.

계획과 예상이란게 없었던 여행 4일차도 이렇게 지나갔다.

가끔은 이런 예상밖의 일도. 지나고 나면 다 즐거운 기억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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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차. 오늘도 얼리버드 여행자 모드. 어제와 같이 새벽 6시에 기상해서 7시에 길을 나섰다.

용수리에서 버스를 타고 산방산근처에서 하차. 사계리 형제해안도로를 찾아 나섰다.

여행 3일째쯤 되니 이제 버스나 길찾는것쯤은 식은 죽먹기. 라고 자만감이 고개를 쓱- 하고 내밀 정도.

(하지만 실상은,. 스마트폰과 어느 정도의 방향 감각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수월한 일이라고..)

 

 

 

여행오기 전, 서점에서 제주도 관련 책들을 펼쳐보다가 형제해안도로에 대한 소개를 봤는데,

정면엔 산이 보이고 길옆엔 바다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하기 좋은 길. 이라는 말에 혹하고 빠져

냉큼 여행 일정에 콕. 집어넣었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 우리나라에서 걷기 아름다운 길 네손가락안에 꼽힌다는 말까지.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뭐. 크게 실망한 정도까지는 아니였지만.

이틀동안 제주도의 이길, 저길을 걷다보니 형제해안도로가 너무너무 감격할 정도의 뷰는 아니였다. 라는 정도..?

그래도 정면에 위풍당당하게 솟은 산방산을 바라보며 바다를 끼고 걷는 산책로가 아침의 기운을 한껏 느끼게 해줘서 참 좋았다.

 

 

 

오전 8시. 이른시간이였지만 모닝카페인이 너무 땡겼고. 당연히 이시간에 문연 카페는 없겠지... 했지만

길가에 문이 열려있는 카페 하나 발견. 여행 전 블로그 검색을 통해 봤던 씨앤블루cafe. 

정식 오픈시간은 멀었고 청소도 하기 전이였지만, 인심좋으신 사장님이 허허 웃으시며 흔쾌히 한잔을 내려주셨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illy커피! 덕분에 아무도 없는 2층에 올라가 나혼자만을 위해 틀어진 음악을 들으며 

잠깐 넋놓고 바다를 바라보며 쉬다갈 수 있었다.

 

 

 

카페를 나와 다시 길을 나서는데. 고양이 대가족 발견! 다들 고만고만 한게 형제 또는 남매. 아니면 이웃사촌쯤으로 보이는 대가족이였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저 똘망한 눈빛들. 아가들 안녕? 여기 인심은 좀 살만하니?


 

 

 

 

산방산이 더욱 가까워 지는 길. 용머리 해안을 찾아 나서는 길.


 

 

 

용머리해안 도착. 입장료가 2000원 남짓. 용머리해안은 오랜시간에 걸쳐 바람과 파도에 의해 깍여나가고 만들어진,.

말그대로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곳. 이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 이라니.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위대하고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용머리해안 끝에 걸쳐있는 산방산의 절경이. 감탄을 자아내던 곳.


 

 

 

위대한 자연의 풍경앞에 선 사람이 정말 보잘 것 없어 보일정도로. 이 겹겹이 쌓인 해안의 절경은 내 눈을 이끌었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게 만들었다.  중간중간에 관광객을 위한 해산물 즉석 시식코너(?)도 간간히 보였다.

 


 

 

셋째날 숙소가 있는 대평리를 잠깐 들러 짐을 풀고, 쇠소깍 투명카약을 타보고 싶어 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갔지만...

이리도 좋은 날씨에 '기상 악화로 운행 중단' 이 웬말!! 아무래도 카약을 띄우는게 파도의 영향을 받아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가득안은 채.. 돌아가야만 했다. 

 

 

 

 

아쉬운 마음은 올레꿀빵으로 달래자. 냠냠


 

 

 

쇠소깍에서 돌아가는길에 일부러 서귀포에서 하차했다. 서귀포에가면 꼭 먹어봐야 할 '오는정김밥'

김밥도 워낙에 좋아하는데다가. 여행내내 도보 및 버스를 이용하다보니 수두룩한 맛집정보도 무용지물이였고.

찾아갈수 있는 곳이 시내에 버스가 다니는 곳. 정도로 한정되어 있던터라. 여기는 꼭 가봐야지. 하고 미리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 주문을 하려하니 '전화로 예약하셨어요?' 라고 묻는다. 김밥 한줄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될 곳.

거의 모든 판매가 전화예약을 통해 이루어지고, 예약없이 직접 가서 주문을 하면 조금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오래 안기다리고 김밥 두줄을 사서 다시 숙소가 있는 대평리로 돌아왔다.

김밥맛은,. 평범한 것 같지만 꽤나 맛있다. 일반 김밥 맛에 뭐가 하나 더 추가된것 같은 맛. 근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는 거.

(비법이 뭐지...)

 


 

 

제주도 위쪽동네 중 월정리가 대세라면, 아랫동네는 대평리가 대세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대평리에는 그 만의 톡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교통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셋째날 머물 게스트하우스를 부러 이곳으로 잡은 이유도 이 마을을 좀 느껴보고 싶었던 터.

동네를 한바퀴를 돌다보니 소소한 재미가 느껴진다.

 

귀여운 벼룩시장에서 친절한 언니와 인사도 나누고. 부메랑도 하나 구입했다. 재밌는 옷가지들도 싼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2000원 짜리 신기한 홀터넥을 안사온건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하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영화나 한편 볼까 하고 들어선 카페.

마침 다음주가 오픈이라며 아쉬운대로 공짜 커피 한잔을 내려주신다. 아.! 대평리 만세.


 

 

 

동네를 돌다가 또 발견한 카페. 아무생각없이 들어섰는데 손님이 은근 많다.

아.!? 이곳이 얼핏 들었던 영화감독 장선우가 내려와 운영하고 있다는 그 카페. 인가보다.

직접 주문도 받으시고 계산도 하시고. 서빙도 직접 하신다. 식사와 주류도 가능한 곳이라 카페안은 파스타 냄새가 솔솔 피어올랐다.


 

 

이렇게 대평리 동네탐험까지 마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사랑하는 무한도전 본방사수로 여행 3일차를 마무리.

더 많이 보고 싶은 욕심과 더 많이 느끼고 싶은 욕심을 조금 접어놓고, 계획한대로 되지 않은 것도.

계획에 없던 것들을 겪는 것도. 모두가 조금 더 천천히, 느리게 느끼기 위한 것이였음을 깨달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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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틀째. 여행을 오게되면 나름 얼리버드 여행자모드로 변신해서 새벽 6시에 기상.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쯤은 간단히 접고 길을 나섰다. 애월의 푸른 바다를 뒤로하고 떠난 시각은 오전 7시.

동행한 친구도 오늘부터 3일간 스킨스쿠버다이빙 라이센스 취득을 위해 다른 곳에서 일정을 보내기로 했으므로

오늘부터 좀 걸어볼까. 라는 걷기모드로 변신. 아침 일찍 나섰다.


 

 

애월에서 서쪽 서일주도로 라인을 타고 가다보면 곧 한담해안산책로가 나온다. 한담해안산책로 입구에 서있는 해녀 동상.

여기서 아래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산책로가 시작된다.




 

산책로의 길은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걷기 편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인적도 드물고 조용한 산책로를 파도치는 소리를 벗삼아 여유롭게 걸었다. 


 

 

걷다가 잠깐 쉬어가는 길에 만난 하늘.

 


 

산책로는 쭉 이어져 곽지과물해변까지 길을 통해 갈 수 있다. 

'혼자홉서예' 혼자 서 계신 해녀아주머니. 그리고 혼자 온 나의 그림자. 안녕?


 

 

저 멀리서 아저씨 한분이 자꾸 손짓을 했다. 여기 와 보라는 말인가..? 

무슨소리인지 잘몰라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따라 가보니 웬 노천탕..!

남탕, 여탕 구분도 되어있고 안을 들여다보니 바닷물이 스며들도록 만들어 놓은 노천탕이였다.

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흔적. 갯강구가 바글바글. 음...이런곳도 있구나. 까지 접수.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곳. '귀덕궤물동산'

처음엔 명칭이 특이하고. 주변에 세워놓은 하르방이 웃겨서 잠깐 멈췄다가, 여기서 좀 쉬다가지. 라는 생각으로 올라섰다.

 

 

 

계단을 올라서자, 정자를 통해 보여지는 탁트인 바다와 푸른하늘. 시원한 바람이 삼박자를 이뤄내던 곳.

아무 생각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다보니 한시간이 훅 지나갔다. 그 어떤 블로그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소.

제주도 여행책에는 실릴것 같지도 않을, 그렇게 지나칠만한 곳에서 나는 이번 여행중 가장 귀한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패드를 꺼내 이 장소에 딱 어울릴만한 음악, 이병우의 앨범을 플레이 시키고.

엽서를 꺼내 편지를 쓰고. 쓰다말고 하늘을 보고. 바다를 바라보고. 맥없이 웃고.

이곳이 나에겐 우도였고. 이곳이 나에겐 성산일출봉이였고, 섭지코지였다. (사실 저 세곳은 이번여행동안 가지 못한곳들..)

그만큼 나에게 느껴지는 이 순간의 감흥은 남달랐다. 그냥 '여유' 그 자체를 온몸으로 느꼈으니 말이다. 

계속 앉아만 있을 순 없었기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떼었다.

 

 

 

귀덕궤물동산을 시작으로 한림해안도로가 시작된다. 본인은 물론 걸어서 해안도로를 지났지만,

걷는 이 보다는 차를타고 드라이브 하는 사람에게 더 좋을 법한 곳. 인적이 드물고 좀 가다보면

냉동창고 같은 공장도 나오고 하길래 몇 키로 걷다가 다시 동네로 방향을 턴 했다.

 

 

 

한림리에서 버스를 타고 몇 코스 가지 않아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자마자 '아!' 하는 감탄과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해변의 풍경.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약간 흐려졌던터라 날씨가 약간 아쉬웠지만. 제주도에서 여러 바다를 봤지만

내 기억엔 비양도가 보이는 이 협재해변이 가장 아름다웠던 걸로 기억되었다.

협재해변에서 보이는 비양도는 드라마 <봄날>에서 유명세를 탄 작은 섬이다. (고현정이 맨발로 뛰어가던 곳..)


 

 

 

협재해변에서 조금만 걸으면 금능으뜸해변이 나온다. 협재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풍경.

그리고 금능으뜸해변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모습.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  



 

 

길을 걷는데 이상한 풍경이 눈길을 끈다. 돌사이에 삐쭉삐죽 선인장같이 생긴 아이들이 엄청나게 군집해 있는 풍경.

이게 말로만 듣고 마트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백년초. 이래서 자연을 통한 학습이 중요하다는거다.

 


 

 


 

금능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용수리로 왔다. 둘째날 묵을 숙소가 용수리 한경면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

일단 짐을 잠깐 내려놓고 그 근처를 돌고자 했던터라, 숙소를 찾아가는데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순례자의 교회>

무인교회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입구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기도를 드렸다. 여행 중 갑작스럽게 만난 그 기도의 시간은

일상에서의 묵은 짐을 조금더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곳.


 

 

 

교회에서 나와 조금더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제주모모하우스. 무료숙소로 운영되고 있는 캡슐하우스.

이곳에 대한 소개는 조금 더 자세히 따로 포스팅 하겠다. 일단 짐을 풀고 근처를 좀 더 돌아볼까 싶어 나섰다.

 


 

 

 버스를 타고 모슬포까지 내려와 모슬포항에서부터 하모해변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서쪽바다에 해가 질 무렵이라 바다의 풍경이 발길을 자꾸 멈추게 만들던 시간. 



 

 

걷다보니 이곳이 올레길임을 표시해주는 리본끈과 화살표 조형물을 자꾸 만나게 된다.

올레길을 걸어야지. 라는 특별한 다짐이 없어도 걷다보면 걷는 그 길이 올레길이 되는 제주. 그만큼 모든 길이 아름답다는 말이겠지. 


 

 

이렇게 모슬포의 바다를 바라보며 이틀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던 하루.

하지만 걸어도 새롭고 또 걸어도 새로웠던 제주의 풍경. 걸으며 행복했던 여행 2일차는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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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된지도 어언 두달째. 뭔가 새로운 일이 없을까 두리번 거리던 중. 해외여행을 한번 지르고 싶었으나,

빠른시일 안에 해치워야 하는 일정을 살펴보니 최고가 항공료를 부담해야 하는 압박에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제주도. 안그래도 작년부터 주변에서 제주도여행 뽐뿌가 곳곳에서 나를 찔러댔고,

일 때문에 출장만 두 번 가봤을 뿐. 여행또는 놀 목적으로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터라. 내심 조만간,곧..

하고 있었기에 바로 소셜사이트에 접속. 싸게 나온 항공권을 곧장 예매했다.

 

 

 

 

일사천리로 여행계획 착수. 동행할 친구와 동네 별다방에 안장 여행계획 삼매경. 응쌰.

 

 

 

그리고 일주일 뒤. 제주도 여행 시작. 소셜로 항공권을 구입하다 보니... "새벽 6:25분 인천국제공항 출발" 티켓뿐이였던지라..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겨우 오전7시를 조금 넘긴시각. 근처 시내로 일단 방향을 잡았고.

가까이 갈수있는 곳을 검색하니 한라수목원이 나왔다. 그래서 시간때움용으로 방문한 한라수목원.

그냥 풀있고. 나무있고. 뭐 운치있고. 거기에 수학여행온 초딩, 중딩, 고딩이 바글바글. (아뿔사...)

한라수목원 입구를 지키는 야옹이. 사람이 오든말든 신경안쓰고 여유롭게. 늘어지게. 잠만잔다.

 

 

 

이제 서쪽라인을 돌아 첫째날 목적지인 애월까지 가기위해

일단 서쪽라인의 시작이라고 할수 있는 이호테우해변으로 향했다.


 

 

 

나이 서른둘, 서른하나를 먹도록 둘 다 면허가 없는 순수한(..) 처자들이였기에 뚜벅이+버스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의 허벅지와 내 외다리. 그리고 쉴새없이 나를 도촬한 그녀의 카메라.

4박5일의 짐을 넣은 배낭을 메고 계속 걷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였다.

더군다나 9월초의 제주도 날씨란.. 한여름을 능가하는 뜨거운 햇살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호테우해변. 처음에는 지명이 참 외국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봤더니 '이호리'의 지명인 '이호'와

배를 뜻하는 '테우' 가 합쳐져서 '이호테우' 라는 지명이 된것이였다.

이호테우해변에는 귀여운 빨간 목마등대와 흰 목마등대가 나란히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다.

 

 

 

조용한 해변 정자에 자리 잡고 앉아 근처 중국집에서 매운 쟁반짜장과 굴짬뽕을 시켰다.

어플의 힘은 대단하다. 이런곳에 앉아 즉석주문까지 가능한 시대를 살고있다니.

해변의 풍경을 벗삼아 먹는 여유로운 짜장 한 젓갈. 여행의 쾌감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다.

 

 

 

먹고 다시 해변을 끼고 난 길을 따라따라 다음 목적지. 내도 알작지로 향했다.

차를 타고 다녔다면 보지 못했을 제주의 소박한 길 풍경.

 

 

 

이호테우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내도 알작지.

제주에서 유일하게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 그리 크지도. 그다지 멋진것도 아닌 조용한 동네의 조그만 자갈해변이다.

단지 다른것이 있다면 자갈에 씻겨내려가는 파도의 소리에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 이란 것.

 

 

 

신발을 벗고 발만 첨벙대다 이내 발길을 재촉한다. 아직 갈 곳이 많이 남았기에, 조금 더 걷다가 지친 우리는 남은 구간은

버스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서일주도로 버스를 타고 애월로 향했다. 첫날의 숙소, 봄날 게스트하우스가 그날의 목적지였으므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짐을풀고 애월 봄날 게스트하우스에 온 단 하나의 목적!

스노쿨링을 하러 애월바다에 첨벙 뛰어들었다. 처음 해보는데다가 바다가 깊어 초반엔 꽤나 겁을 먹었다.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신나게 첨벙첨벙. 온몸이 오돌오돌 추워질때까지..

 

 

 

스노쿨링을 하며 제주도가 이리도 깨끗한 곳 이였음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어쩜이래? 어쩜. 말도안되!" 를 연발하게 만들었던 제주 바닷 속.


 

 

 

 

'여행의 첫날' 이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행복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그렇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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