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보싸노바음악을 처음 접하게 해준 나희경.

그녀의 계보는 거슬러슬러 보싸다방까지 올라간다. (앞선 보싸다방의 리뷰 참고..)

보싸다방 활동을 접고 브라질에 다녀온 그녀의 음악은 저번 앨범부터 브라질의 색채를 한껏 내뿜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새 앨범이라니. 더군다나 듣도보도 못한 노래가 아닌, 이 소중한 곡 리스트는 뭐란 말이냐!!

 

8,90년대를 추억속에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첫 음절을 듣고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올지도 모를만한 곡 들.

사랑하오 [김현철] / 우울한편지[유재하] / 춘천가는 기차[김현철] /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조덕배] / 흩어진 나날들[강수지] 이렇게 5곡이 수록 되어있다.

나 또한 김현철과 유재하의 감성을 사랑했던지라 한곡, 한곡이 흘러가는게 아쉬워 돌려듣고 또 돌려 들었다.

 

 

 앨범쟈켓은 어느 따스한 오후의 아늑한 공간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나를 머물게 하는'  이 앨범에서 그녀는 추억이 기억이 되기 전. 기억이 경험이 되기 전.

'처음' 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의 설렘을 소개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 그리고 상처입은 밤마다 위로를 건네줬던 음악들.

 

 

음악은 참으로 잔잔하고 그윽하다.

불과 1년전, 나희경씨 공연을 보러갔을 때. 그녀는 마치 새벽녁의 라디오 디제이처럼 조곤조곤하고 포근한 느낌이였는데..

그녀의 그런 느낌이 잔잔하고 그윽하게 깔려있다. 

 



 

앨범쟈켓의 이런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다음번 앨범이 또 사뭇 기대된다.

리메이크란 이런것이라는걸 한수 보여준 그녀의 '나를 머물게 하는'

정말 이 봄에 내 기억과 추억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머물러 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말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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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저는 힘들 때마다 옆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됩니다.
지금도 연애를 하고 있지만, 내가 힘들어서 만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기대지 않고도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흔히 결혼을 반쪽 두개가 합쳐져서 온쪽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쪽과 반쪽을 합치면 가운데에 금이 생깁니다.
모양은 온쪽 같지만, 영원히 반쪽입니다. 그러다 한쪽이 떨어져 나가면 다시 반쪽이 됩니다.
그래서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 없습니다.

상대가 없이도 내가 완전해야 합니다.
즉, 온쪽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온쪽과 내 온쪽이 겹쳐져서,
가운데 금이 없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가 없어져도, 다시 온쪽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부족해서 상대를 필요로 하면 안됩니다.
내가 온전한 상태에서 상대와의 관계를 맺어야 됩니다.
그래야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온전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습니다.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됩니다.

힘들때마다 옆에 사람을 찾는 식의 연애를 하면, 연령 차이가 많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 사람과 같이 살면, 평생 의지해서 살 수 있는 반면, 평생 종살이를 해야 합니다.
나이 많은 그 사람이 내 말을 잘 들을까요? 안 들을까요? 안 듣지요.
내가 힘들어 하니까 돌봐는 주지만, 진짜 진정한 대화는 안 됩니다.
늘 위계가 생깁니다. 남편인 동시에 아버지 같이 생각해야지, 친구이기는 포기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정진을 하고 수행을 해서 완전한 사람끼리 만나면 훨씬 관계가 부드러워집니다.
결혼이 서로를 속박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결혼 생활은 서로를 자꾸 속박해요.
결혼 생활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결혼 생활 때문에 정의로운 활동도 못하고,
결혼 생활 때문에 여행도 못하는 이런 일이 생깁니다.
이것은 결혼 생활의 출발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외로워서 만나 같이 살면, 나중에는 서로에게 속박이 되어 귀찮게 느껴집니다.
귀찮게 느껴지면 헤어지게 되고, 헤어지면 다시 외로워집니다.
잘했다 잘못했다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그렇게 작용하는 성질을 알고 대응해야 합니다.

기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내 카르마(업)이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어요.
그러나 기대고 싶은 마음에 사로 잡히면 안됩니다.
거기에 빠지면 안됩니다. 그 마음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기대려는 마음을 따라가게 되면 결국은 나를 속박하게 됩니다.

집은 안온하게 보살펴주지만 대신 감옥입니다.
부모도 보살펴 주는 대신에 잔소리꾼이고 감옥입니다.
두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감옥이 싫어서 집을 뛰쳐 나가면 나그네가 됩니다.
나그네가 되면, 다시 외로워서 집으로 돌아와요.
집에 돌아오면 온갖 사람들 눈치보고 살아여 하니까, 또 뛰쳐나가죠.
뛰쳐나가면 또 외로워지니, 다시 돌아오죠. 이게 우리 인생의 방황입니다.

즉, 혼자 있으니 외롭고, 둘이 있느니 귀찮습니다.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에요.
그래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야 하고, 둘이 있어도 귀찮지 않아야 합니다.
온쪽이 되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둘이 있어도 귀찮지 않게 됩니다.

왜 둘이 있어도 귀찮지 않게 되느냐.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귀찮을 일이 없습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역시 누구한테 바랄 것이 없으니 혼자 있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혼자 살아도 되고, 같이 살아도 되니까 선택이 자유롭습니다.

현재 본인이 기대는 성격이 있다면, 이대로 따라가면 약간 속박 받는 것을 자초하게 된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래서 카르마(업)대로 살든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외로울 때 일수록 사람을 만나서
해결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겁니다.

이 외로움이라는 것이 어디서 오느냐?
결국 내가 마음의 문을 닫을 때 외로워집니다.
그건 내 옆에 사람이 없어서 외로워지는 게 아닙니다.
그걸 알아차려서 스스로 외로움에서 벗어나 버리면, 외롭기 때문에 사람을 구하지는 않게 됩니다.

돈이 없어서 돈 있는 남자를 구하고, 외로워서 위로해 줄 사람을 구합니다.
이건 어쨌든 나의 이기심 아닙니까? 이기적으로 만나면 반드시 과보를 받게 됩니다.
어쩌면 이게 인생살이인 줄 모르죠.
그러면 그 과보를 각오해야 하는데, 그 과보가 따르는 줄을 모른다는 겁니다.

내가 남자를 사귀어서 좋다고 하면서도
'저게 앞으로 장래가 어떨까? 저게 건강은 어떨까? 저게 나만 바라봐줄까?'
이렇게 속으로 헤아려요, 안 헤아려요?
그렇다면 상대도 역시 헤아릴까, 안 헤아릴까요? 당연히 헤아리겠죠.
내 기대가 있으면 상대도 기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살아보면,
내 기대가 무너지듯이 상대 기대도 무너집니다.
한쪽만 그런 게 아니에요. 양쪽이 다 그래요.
그래서 내가 기대를 갖고 있는 것만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도 이해해서, 상대가 실망할만 하다는 것을
내가 인정하고 받아주면 관계가 좋아집니다.

또 내가 상대에 대해 실망을 할 때, 이게 상대 문제가 아니라
내 기대가 높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쉽겠죠.
조금 정진을 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남편 만나게 해주세요' 이런 기도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진을 해나가면 스스로 서는 힘이 생깁니다.


 

법륜스님 <온전한 사랑을 하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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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2012

Posted at 2012. 4. 24. 00:25// Posted in 리뷰놀이/눈으로읽다

 

 

 

특별히 스폐셜한 라인업도 아닐뿐더러.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개봉한 것도 아니였던

이 영화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내귀에까지 '재밌다더라' 라는 평을 들은 어느 날.

백수 생활에 조조영화 보기는 위시리스트 중 하나 아니겠는가. 라는 마음으로

비오는날 대학로 CGV에서 조조상영을 감행했다.

 

영화 정보프로에서 '90년대 청춘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 라는 정보와

그 시절 귀가 닳도록 들었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영화 배경음악으로 쓰였다는 정보를 가진 채.

 

 

 

 

 

90년대를 보낸 청춘들이라면. 특히 나보다 3~4살 윗세대(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대학시절에 삐삐를 사용하였던 세대)

그 세대들이 100% 공감할 만한 내용이였다. 물론 나또한 중간중간 소소한 이야기에 빵 터지기도 하며

나름 추억을 되짚어볼 만 한 장면들도 있었다. 특히 내가 정말 공감했던 부분은. 

과거의 승민이 친구와 독서실 앞 계단에 앉아 나누던 얘기들.

그 아이가 나한테 관심있는거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며 고민하는 둘의 모습에서 모르기도 했고 몰라야만 했던 나의 그런 순수한 시간들이 떠 올랐다.

 

첫 사랑의 두근거림과, 설렘. 그리고 아픔을,

첫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하게 잘 묘사했던 것 같다.

 

 

 

 

특히나 전람회를 너무나 좋아했고, 김동률을 너무나 사랑하는 본인인지라.

극 중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BGM으로 흘러나올 때는 온 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로....감동했다.

왜 감동했냐고? 사실 김동률의 목소리를 그런 큰 상영관에서 멋진 배경화면에 감정이입해서 듣다보니.... 하하..

 

 

건축학개론을 보고 나면 다들 첫사랑의 그 누군가가 생각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 첫사랑은 그보다 더 어렸던 때 였기 때문에 딱히 그 누군가가 명확이 떠오른게 아니였다.

그냥 그 시절 그런 아련했던 내 모습과, 그런 감정을 느꼈던 순간들이 머리속에 불분명한 채로, 몽글몽글한 감정으로 자리했을 뿐.

애틋했던 승민과 서연의 감정으로 떠오른 명확한 대상은 없었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를 추억해 줄 그 누군가가 떠올랐다.

승민의 마음으로 나를 기억해줄 사람. 내게 그런 첫사랑같은 추억을 많이 안겨줬던 사람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였다' 라는 영화 포스터의 문구처럼.

첫사랑이 있었기에, 첫사랑의 아픔을 겪었기에.

지금의 사랑이 더 소중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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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보고 관심이 갔던 영화. 한번봐야지. 하다가 또 기회를 놓쳤었는데.

어제 마침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을 갔다왔던터라. 웬지 플레이 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보통 집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게 되면 급한 성질머리에 컷트컷트 넘기며 지루한 부분은 잘라버리기 마련인데.

이 영화를 플레이하는 124분동안 넘긴장면이 하나도 없었다니..  그렇다고 이 영화가 눈에 띄는 화려한 영상미를 갖춘것도 아니고,

관심이 끌릴만한 혹한 소재도 아니지만 이들의 삶을 관찰하는 제 3자의 입장에서 흥미롭고 몰입도있게 본 것 같다.

 

 

영화는 14년동안 함께 살아온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기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딸 아이의 미래를 위해 이민을 강요하는 아내,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버리고 갈수 없어  이민을 거부하는 남편.

그리고 아내가 친정으로 간 사이 일을 하러 온 가정부와의 불화.

거기서 시작된 소송과 서로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하게되는 각자의 거짓말.

 

 

 

 

보고 난 뒤. 가장 떠오르는 것은 가정부 라지에의 딸. 그 딸 아이의 눈 빛이다.

모든것을 투영하는 듯한 순수하고 맑은 눈. 그 눈 또한 세상을 바라보며 변해 갈것이다.

그 눈 빛이 아련하게 뇌리에 남았다.

 

영화의 리뷰들을 보면 이영화는 사람의 이기심으로 부터 시작 된 모든걸 말해주고 있다고도 하고,

온갖 가족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고도 한다.

 

뭐, 아무렴 어떠냐. 내가 보고 느낀대로 간직하면 될 일.

세상을 사는것도 지치고 벅찬데 영화 한편을 보면서도 머리 쥐어뜯으며 일일이 분석하고 정의 할 필요가 있나. 싶어졌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이란이라는 나라의 생활을 한번 엿보기도 했던 괜찮은 영화한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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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4월초의 날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다가

한주가 시작되고 해가뜨고 갑자기 여름이라도 된 것 마냥 햇살이 따사로와서

집구석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 판단, 재빨리 산책채비를 하고 나섰다.

 

목적지는 경복궁역. 주말마다 뉘집 드나들듯이 경복궁 부근을 왔다갔다해서 알만큼 아는 동네라 생각했건만.

그것 또한 큰 착각이였다는걸 남피디님의 책, <두근두근 종로산책>을 보고 뉘우쳤다.

그때부터 날이 풀리기만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었던 것.


 

 

경복궁역에서 내려서 오늘의 목적지, 인왕산 둘레길을 가기위해 일단 사직공원쪽으로 향했다. (산책이 등산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사직공원에서 단군성전 방향으로 오르막길을 오르면 조금지나 세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은 다시 내려가는길, 오른쪽 샛길말고 정면을 향해 난 길이 인왕산 둘레길로 접어드는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쭉 오르다보면  한참지나 초소가 나오고 초소의 오른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된다.

 

 

 

평일이라 그런지 주변에 등산하시는 어르신 몇 분을 빼고는 사람이 드문 산 길.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문득 이 장소, 이 길은 이어폰 속의 음악소리마저

소음이 되는 곳이란 걸 느끼고 난뒤, 새소리, 숲소리를 벗삼아 길을 올랐다.


 

 

그렇게 40여분 정도를 걸어 오르니 길이 끝남과 동시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눈앞에 보였다.


 

 

경복궁근처의 창성동이나 옥인동, 누하동만 돌아다닌게 아니였던터라. 부암동역시 늘 자주 발길을 옮기던 곳.

그래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종종 와보기도 했지만 제대로 둘러본 적은 없었던가 보다.

 

성곽을 둘러싼 언덕의 풍경과 그 성곽에 서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아래동네를 멍하니 보고있자니

마치 어느 섬 한가운데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윤동주시인의 언덕에서 내려오면 창의문 앞 삼거리가 나온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았던 터에 조금 걸었다고 허기가 져, 근처 클럽에스프레소에서 아이스카페라떼를 테이크 아웃했다.

그리고 그 다음 코스, 백석동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석동천으로 향하는 능금나무길.

부암동의 유명한 동양방앗간 오른쪽으로 난 길을 오르면서 능금나무길이 시작된다.

남피디님의 책에서 서술한것처럼 이 동네를 걷다보면 마치 어느 시골길을 걷는 것처럼 마음이 평온해지고 차분해진다.

아직 추위가 가신지 얼마 채 되지않아 꽃들이 만개하진 않았던 산책길. 조만간 꽃들을 보러 한번 더 올라야겠다.


 

 

백석동천의 '백석'은 백악(북악산) 주변에 흰돌이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동천'은 숲과 계곡물로 둘러쌓인 경치좋은 곳을 말한다.

그러니까 백석동천은 '북악산에 있는 경치 좋은 곳' 이라는 뜻을 담고있다고 한다. [두근두근 종로산책 220p. 참조]

 

사실 그전부터 백사실계곡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오게 될줄도 몰랐을뿐더러,

이렇게 도심에서 멀지않은 곳에, 서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한 이런 자연 그대로의 계곡이 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랬다.


 

 

이곳 주변의 경치가 워낙좋아 18세기부터 양반들이 이곳에 별장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그 별장과 연못의 터가 그대로 남아있다.


 

 

조용한 산 속 계곡물 소리를 벗삼아 책을읽는 사치를 누려보았다. 이런맛에 여기다 양반들이 별장짓고 놀았겠지. 싶은 순간이다.


 

 

해도 뉘엿뉘엿. 5시가 넘어갈 무렵. 다시 왔던길을 돌아가기 보다는 앞으로 난 길을 택 해 세검정으로 내려가는 길을 걸었다.

이 쪽 방향을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할만한 풍경도 만나고. 잘 알지 못했던 동네, 세검정도 한번 둘러보며

그렇게 오늘의 산책같은 등산을 마무리 했다.


 

 

 

중간중간 멈추기도 하고, 쉬기도 하며 걸었던 터라 여유롭게 3시간정도의 코스로 돌아볼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산책이 가벼운 등산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을 잔뜩 받아가지고 온 행복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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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똥집맛나

Posted at 2012. 4. 9. 21:35// Posted in 리뷰놀이/먹고마시기


 

주 1회 기타수업을 받으러가는 홍대 말고. '오늘놀자'의 목적으로는 오랜만에 홍대를 찾은 이 날.

사실 건너건너의 지인이 닭똥집가게를 오픈했다고해서 그 가게도 들를겸. 오랜만에 콧구멍에 바람 좀 쐬자 싶었다.

처음 들었을땐 닭똥집가게라고 하여, 닭똥집만 파는건가..싶었는데.

닭똥집과는 조금 매치가 안될법한 깔끔하고 센스있는 외관에 일단 호감도상승.


 

 

 

그냥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닭똥집이 아닌 대구 평화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원조 닭똥집튀김이 주 메뉴이다.

사실 나도 경상도출신(부산) 이지만 닭똥집튀김은 처음 들어본 터라. 상당이 그 맛이 궁금할수밖에.

똥집튀김외에도 스팸도시락, 해물알계란탕, 가슴살 생면국수, 양푼샐러드의 사이드 메뉴가 있다.

 

일단 모듬똥집을 주문하고. 모듬똥집에는 후라이드, 마늘간장, 양념 똥집이 같이 나온다.

파닭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파똥집튀김이 살짝 궁금하긴 했지만. 그건 다음기회로..


 

 

 

모듬똥집이 나왔고 후라이드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소금도 네가지 종류가 함께 나온다.

똥집튀김의 맛은 사실 꽤 놀라웠다. 치킨스러운 외관에 쫄깃한 식감이라니!

후라이드나 마늘간장도 괜찮았지만 본인은 개인적으로 양념똥집의 매콤한 맛을 선호한다.

사실 이날 먹고나서 주중에 계속 그 똥집튀김의 맛이 생각나서 일주일뒤에 다른곳에 볼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홍대를 거쳐 똥집튀김을 먹고 갈수 밖에 없었다.


 

 

사이드 메뉴 스팸도시락과 양푼샐러드.

물론 이 두가지도 괜찮았지만 본인은 해물알계란탕의 톡톡터지는 알이 좋더라는. 소주안주로 일품이였다.


 

 

넉살스러운 대학동기랑 많이 닮으신 똥집반장님. 그 사투리가 정겨워서 친구 생각이 더 났나보다.

 

 

오픈은 오후 5시에 하지만 곧 점심메뉴도 시작 할 예정이라고 하시니 직장이 근처라면 한번쯤 낮에도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홍대근처에서 편하게 술 마실 곳이 없었는데, 똥집튀김의 바삭쫄깃한맛이 자꾸 생각나는 것이....

당분간 자주들르지 싶어진다. 똥집튀김의 맛이 궁금하다면 적극추천해 드리는 바!

위치는 캐슬프라하 골목부근. 테이크 아웃포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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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증이 쉽고 포기가 쉬웠던 이유는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어중간한 아이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저 내가 나를 어중간하게 만들어버린 걸지도. [싫증이 쉬운 아이. 17p]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무엇보다 가장 신났던 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는 것.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 것이였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유구나 싶었던 자취 초보생 시절.

그런데 언젠가 꽤 오래 혼자 자취를 한 선배 집에 갑자기 들를 일이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퍼지는 스테이크 냄새.

"선배는 혼자 스테이크도 해 먹어요?" 선배는 그냥 웃었다. 그런데 미니오븐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스테이크.

"너 먹고 싶으면 먹을래? 한 지 좀 되서 다시 데워야하긴 하지만."

좀 의아했다. 이렇게 먹음직스런 냄새를 풍기는 스테이크를 지금까지 왜 안먹고 놔뒀는지.

"그냥 갑자기 먹기 싫어져서."  그땐 그 선배가 참 이해가 안 됐는데 애써 만들어 놓은 스테이크를 왜 몇시간이나 방치해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는데. 어젯밤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치킨이야? 자꾸 야식을 먹어대니까 속이 안 좋지." 이런 잔소리는 존재하지 않는 나의 자취방.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냥 치킨을 시켰다. 그리고 방 안 가득 퍼지는 치킨 냄새에 흐뭇해하며 맥주캔을 똑 하고 따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나도 잘 모르겠는, 아니 어쩌면 두가지 다 아닌 듯한 묘한 느낌.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 거다.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자유로운 걸까, 외로운 걸까? [자유로운 걸까, 외로운 걸까? 47p]

 

 

"그것 봐, 인생은 타이밍이라니까!"

사랑을 시작할 때도 이별을 말할 때도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려 할 때도.

심지어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도 타이밍을 생각해야 하다니. 그래서 우리는 늘 피곤한가 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저지르고 싶은 일들을 이것저것 생각 안하고 확 저질러버릴 수가 없어서.

언제나 그 '적당한 타이밍'이란 녀석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해서.

그런데 정말 그 '적당한 타이밍' 이라는 게 있긴 하는 걸까. [적당한 타이밍. 61p]

 

 

많은 사람들이 말렸던 일을 덜컥 저지르고만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블로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언제까지 상상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내가 해봐야 하는 거다. 혹여 나중에 "거봐, 내가 뭐랬니?"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할지라도

정말 언제까지나 상상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니까. [엄마 마음. 93p]

 

 

"나 이렇게 살다 죽을까봐 두려워." 친구는 말했다.

그날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헉헉대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맞은편에 앉은 선배를 보니 5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건너편 과장님을 보니 1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저 멀리 부장님을 보니 2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갑지기 두려웠단다.

"그냥 그냥 이렇게 살다 죽는 건 아닌가 두려웠어. 그럼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세계여행. 113p]

 

 

남들은 다 뭐라도 하고 있는 것 같고 남들은 다 뭐라도 배우고 있는 것 같고

남들은 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가만히 서 있는 나는 마냥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

사실은 그것도 힘든건데. 제자리에 서 있는 것도, 제자리를 지키는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기며 사는 것도, 사실은 참 힘든 건데.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131p]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남을 테고 이렇게 고민하면서 시간만 끄는 것보단

뭐든 빨리 결정해서 시작하는 게 나을 테니까.

그래야 그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 나올 여유도 생길 테고. [동전던지기. 141p]

 

 

실망하면 어떻하지. 상처받으면 어떻하지. 실패하면 어떻하지. 그렇게 주저주저.

여러번의 실망. 여러번의 상처. 여러번의 실패.

그 사이 어느덧 나는 겁쟁이로 변해 있었다.

설렘보단, 두근거림보단,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 겁쟁이로. [실망하면 어떻하지. 143p]

 

 

스무살, 딱 그나이에만 할 수 있는 사랑

스무살, 딱 그 나이에만 꿀 수 있는 꿈.

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 내 나이 스무살 때.

내가 그리웠던 것은 그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

스무살의 꿈을 꾸던, 스무살의 내 자신이었을 뿐. [스무살, 딱 그 나이에만. 171p]

 

 

참 이상하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땐 상대를 알아가는 일이, 그리고 상대에게 나를 알려가는 일이 참 재미있다.

서로의 이름부터 생일, 성격, 식성, 취미,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긴장하면 눈을 자주 깜빡인다든가 거짓말할 땐 고개가 약간 오른쪽으로 기운다 등의 내 작은 습관이나

지나치듯 했던 내 말을 상대가 기억해주면 점점 더 즐거워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정보에 대한 공유는 즐거움이 아닌 당연한 것, 혹은 의무로 변해버려서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왜 나를 이해 못 해주지? 왜 그거 하나 기억 못 해주는 거냐고!'

상대에게 화가 나거나 짜증내는 일이 잦아진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오래 알아왔는데.'

그런 이유로 날 이해 못 해주는 상대가 답답하다 말하면서도

그렇게 오래 알아온 상대를 내가 이해해주자는 생각은 왜 못 하는 건지. [우리가 이렇게 오래 알아왔는데. 185p]

 

 

 

다른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

다른 사람들의 듣기 싫은 한마디를 흘려들을 수 없는 건,

웃어넘길 수 없는 건, 결국 그런 거다.

자격지심.

나 자신도 나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격지심. 271p]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이다. 내친구의 이야기. 어느 선배의 이야기. 동생의 이야기. 그 시절 그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가장 숨기고 싶은 나의 이야기. 2년전 서른의 나이에 읽으며, 지금의 나를 말해주는 책이라고 메모까지 남겨놨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또 여전히 이곳저곳에 나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렇게 어른이 되기에는. 아직은 더, 꿈꾸고 싶은 나. 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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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우연히 스쳐 지나간 적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그런데 헤어지고 난 후에는, 우연히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너지게 했다.

영원히 머물줄 알았던 사랑이, 또다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세상에서 배운 가장 슬픈 사실이다. [어떻게 만났는데 이렇게 잃어버리는 거니]

 

 

그녀가 말했다. "쿨하다는 건 모든 것으로부터 일부러 거리를 두는거지. 새한테 먹힐까봐, 커다란 소라껍질을 쓰고있는 게처럼"

[마음의 온도]

 

 

우리는 작고 연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어떤순간에는 크고 강하고 담대해진다.

사람들은 강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린 모두 괜찮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밥을 먹기 위해 시내를 헤매고 있다.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은 배고픔이니까.

하지만 배불리 먹고 나면 또 다른 걸 원하게 되지 않을까.

"지금은 나한테 월남쌈이 가장 중요해. 언제나 현재만 생각하려고 하거든.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만 생각하려고.

너무 멀리 생각하면, 현재를 즐길 수 없잖아." 라고 말했다.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평선을 쳐다보고,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발밑을 쳐다본다. [지평선을 볼 때와 발밑을 볼때]

 

 

"네가 그리워하는게 무엇인지 알아? 내가 보기엔 그건 그냥 외로움이야"

무언가 막연히, 하지만 못 견디게 그리워질 때, 외로움이 그대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외로움이 말을 걸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엄마와 난 똑같은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희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순간, 그리움은 조금씩 증발한다. [증발]

 

 

매일의 삶은 내면의 보석을 발굴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자기만의 색깔로 빛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보석을 품고 있는 거대한 별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 반년 만에 들른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옛 친구의 안부 쪽지.

피로에 지친 하루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이불을 잡아당길 때의 느낌.

새로 산 신발이 발을 편하게 만들어 줄 때의 안도감. 유난히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라디오.

이런 목록들을 만들고 나니 우리의 24시간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복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 된다.

 

 

 

 

이런류의 에세이를 좋아해서 종종 사보고 다시 중고서적으로 되팔고는 하는데.

그 중 마음에 들어 소장할 정도의 가치를 지닌 에세이가 나타나면 줄을 긋고 본다.

그 줄긋기의 의미는 내 감성을. 내 기억을. 내 마음을 콕 하고 찌르는 타이밍.

이책을 읽다보면 상처받고 외롭던 젊은 날의 나와 닮아 있어 서글픈 웃음이 피식피식 난다.

나뿐만 아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랐던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글들이 가득 담겨있다.

라디오 작가의 감성이 녹아 있어서인지. 모든 챕터의 글들이 깊은 밤 라디오에서 흐르는 사연같고. 내 이야기 같은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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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같이 면 많은 마음

밤새도록 안 자고 밤찬 라면보다 더욱 꼬부라진 아픔들

사색에 더 까맣게 질려야 하나

혼자 마구 가면 몸은 육신이 있으므로 못따라오나  / 삼십대 [김경미]

 

 

나이를 먹는 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열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스무살이 수월하게 멀어진다 / 서울 [강윤후]

 

 

 

서른 여섯을 넘긴 다음부터 거울 앞에 서지 않는다

거울에 비친 내가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내가 거울에 비친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명종 소리를 들으며 하루는 시작되고 만원 지하철의 졸음과 함께 하루는 끝난다

장례식과 결혼식 사이 잠시 나이 든 부모의 생일 잔치가 있고 잊혀진 여인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하지만

누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죽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 / 베니스에서 죽다 [남진우]

 

 

 

오래된 장롱을 열었을 때처럼 살다보면 세월에서 문든 나프탈렌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어딘가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온 사랑이

두고 온 마음이 쿡, 코를 찌를 때가 있다

...인생의 노래가 쓸쓸한 것은 과거가 흘러간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살면서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 불쑥 튀어나오는 낯익은 바람처럼

햇빛 아래를 걷다가 울컥 쏟아지는 고독의 멘스처럼. / 세월의 갈피 [권대웅]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서점의 시집코너에서 톡특한 표지와 끌리는 제목에 집어들었던 책.

후에 제일 좋아하는 시집이 되어 지인에게 빌려주고 못 돌려받아

다시 구입해서 또 밑줄 긋고 봤던 시집. 설운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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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화의 인연으로 거슬러가자면 작년 씨네코드 선재에서

상영중 무료 시사회까지 당첨됐었는데 그 당시 시간이 나질 않아 보지 못했고.

그 이후 한번 보러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극장 상영이 종료되고

또 다운받아놓고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그것도 아이패드에 넣어두고 나눠서 쪼개서 보고만 작품.

사실, 아이패드로 보면서도 재생을 몇번이나 끊을만큼 처음 도입부의 느낌은 좀 많이 느슨하고 루즈하다.


 

 

 

 

행복한 노년의 부부 톰과 제리의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 세상의 모든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계절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메리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한 인간의 내면속 가장 솔직하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그녀는 여실히 보여주며 나를 안달나게 했다.

안타깝고 절망적일정도로 그녀가 안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안타까운 모습이 세상사람들 모두가 감추고 싶어하는

그런 우리의 숨겨진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장 원초적인 감정들. 남들과 같지 않은 자신의 처지.

그런 환경에서 밀려오는 외로움. 초조함과 질투.


 

 

 

그리고 나를 가장 먹먹하게 했던 마지막 엔딩장면.

모두가 웃고 떠드는 식탁 위 메리는 그들과 함께 웃을 수 가 없다.

절망적인 그녀의 삶에도 봄이 올수 있을까.. 라는 여운을 남기고 영화는 끝이난다.

너무 결과론적인 요즘의 이야기들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이런 엔딩을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자막이 올라가는데도 한참동안이나 그녀의 마지막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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