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17

Posted at 2012. 3. 20. 22:00// Posted in 우뎅빵긋/제목없는글


#_1
친구를 만나 위로를 받았다.
생각치 못했던 위로는 썩 달갑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나를 어두운 구석으로 몰기에 적당했다.



#_2
대학 새내기때 처음 친해진 그 친구는
그 시절의 나보다 항상 언니같이 의젓하고
하고싶은 일에 열정을 쏟는 그런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였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나에게 쓴소리를 퍼부어 주던 유일한 사람이였다.

시간이 흐르고. 졸업을 하고 각자의 길을 걸어오며
나름 그 시절 그친구를 역전했다고 착각 했었는지 모른다.
쓴소리를 듣기만 하던 입장에서
이젠 그 친구에게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_3
내안에 꿈틀대던건
'두고봐라' 라는 마음이였나보다.
어쩌면 그 십년넘는 세월을 보내오며
내가 그 친구에게 받았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지금 여기까지 끌고 온건지도 모르겠다.



#_4
위로가 필요했던게 아니였다.
그냥 감정의 공유를 원했을뿐.

그 시간, 그 위로는
나를 더 처절하게
그렇고 그런 현실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마치 위로를 받아 마땅한 처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게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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