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Posted at 2013. 2. 6. 19:38// Posted in 우뎅빵긋/감성백만개



어릴때 나는 외할머니 손에서 많이 컷다고 한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같은 동네에 사셨던 외할머니 댁에 가서 놀다가 저녁되면 집으로 왔다고 한다.(사실 기억이 없다)

나를 많이 이뻐해주던 외할머니는 내가 7살때쯤부터 아프기 시작하셔서 초등학교 4학년때쯤 돌아가셨다.


아직 친가쪽에 할머니가 생존해 계시지만 친할머니는 뭔가 좀 어려운 느낌인데다가 멀게만 느껴져서..

그래서 생각해 보건데.

외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그래서 나를 계속 이뻐해 주셨다면.

나는 좀 달라졌을까? 좀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힘들때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투정도 부리고. 할머니 보고 싶다고 떼도 써보고.

명절엔 할머니한테 스마트폰도 구경시켜드리면서 같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을까?  


이 모두 드라마같은 이야기 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내가 많이 사랑하는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나는 좀 더 포근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서른 셋 내 기억속, 어떠한 이미지로도 형상화 되지않는, 

그런 외할머니가 궁금하고. 문득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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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散策

Posted at 2012. 4. 9. 23:08// Posted in 우뎅빵긋/감성백만개

 

슈퍼를 가기위해 동네어귀를 어슬렁 거리는일.

복잡해진 머리를 말끔히 비우기위해 햇살아래를 신나게 걷는 일.

한가로운 휴일 오후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고 보는 일.

 

이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산책의 일부분이다.

올해는 더군다나 길고 긴 겨울의 끝자락이 4월초까지 질질 끌려오는 바람에, 조금 늦어진 봄 산책.

머릿속이 복잡했고, 일단 햇살을 받으며 걷다보면 그 복잡한 생각마저 풍경으로 흘려보낼 수 있었기에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 날도 골목을 헤맸다. 모르는 골목을 걷고, 또 걷다 길을 발견하는 일.

매우 짜릿한 경험이라는건 길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골목은 나를 이끌어 또 다른길로 데려다 놓더니 이내 막다른길 앞에 나를 세웠다.

막다른 모퉁이에서 길을찾지 못한 채 돌아 나오느라 발길을 돌려야 하는 수고를 얻는 대신에

골목을 들어 설 때와는 또다른 내려올때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고민하고 전전긍긍하던 일 또한 그런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막다른 골목을 만나면 다시 돌아나오면 될 일.

저 앞을 꺽고난뒤 어떤 길이 나올까 두려워하며 한걸음 더 떼지 못하고

늘 다니던 길, 내게 편한 길만을 걷는다면 가보지 않은 그 골목이 어떤 새로운 길을 안내할지.

어떤 풍경을 준비하고 있을지, 평생 알수 없을 일.

 

그래서 오늘도 난  산책을 나간다. 모르는 골목을 헤맨다.

그리고 보지 못했던 풍경을 만날것이다. 산책은 그런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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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關係

Posted at 2011. 11. 18. 10:03// Posted in 우뎅빵긋/감성백만개



관계맺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적이 있다고 묻는다면.
20대 초반. 재수시절.이라고 답할것같다.

답답하기만 하던 고등학교의 굴레를 벗어나 갑자기 들이닥친 자유를 다들 어찌할 바 모르던 그 시절.
나는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재수를 하게 되었고 그당시 신입생 명찰을 달고 대학문화에 푹 빠져있던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없었다.

그 중 정말 소중히 생각하고 가까이 두었던 친구 한명이 있었는데.
(참고로 이 친구와는 고등학교 졸업식날 10년후 개봉예정 타임머신 편지까지 교환했었다.)
이 친구 역시 예외는 아니였기에 밀려오는 대학의 푸룻푸릇한 분위기에 쓸려 나와의 관계가 조금 소원해졌었다.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닌데다가 한정된 사람들에게 막 퍼주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마음을 다 주었던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일도 한두번이 아니였던터.
언젠가부터 그렇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나서 나 혼자 경고 횟수를 세기 시작한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처음. 내 타겟이 되었던 것이였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지만.
그만큼 그 친구가 내게 소중했고 또 그런 내 마음만큼 친구도 나에게 관심을 쏟아주길 원했던게 아니였을까.
더군다나 평생 어느 단체에 속해서 지내오다가 재수란걸 하게되며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재수생의 신분에서 오는 느낌이란. 그 당시로서는 꽤나 큰 블랙홀같이 느껴졌다.(이건 정말 해본 사람들만 아는...)

그렇게 그 친구에게 실망에 실망을 더해 큰 상처를 받은 어느 날. 나는 마음을 닫아버리고 연락도 끊어버렸다.
"이제 넌 더이상 내친구가 아니다" 라는 연락한통을 한 채.
이 무슨 삼류드라마 삘이나는 대사란 말인가!.....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런일들도 이젠 정말 별것 아닌 일이 되어갈때 쯤...
그당시 남자친구가 내게 그 일에 관련해서 한마디 충고를 해주었다.
너에게는 별것 아닌일로 이렇게 잊혀지고 있겠지만. 그 상대방은 그 일때문에 몇년을 마음한켠이 불편한채로
지낼수도 있을꺼라고. 정말 이제 별것아닌 일이 되었다면 별 대수롭지 않게 연락을 할 수 있는거 아니냐고.


그리고,.. 그렇게 7년이 흐른뒤. 나는 그 친구와 쑥쑥하게 동네 카페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시간이 만들어낸 공백.그리고 어색함.

그친구와는 지금도 간간히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사실 예전의 그 관계로는 다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에 서로 너무 각자의 시간을 보내왔고. 그 시간동안 내 속에 그사람의 존재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소중했던 사람을 쉽게 놓아버렸던 관계에 대한 후회.




그렇게 후회할 만한 짓을 하고, 또 이 미성숙한 자아는 했던 짓을 또 반복하려고 하고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 마음과 내 일상을 더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더 나를 내려놓고 조금더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관계'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본의아니게 또 상처를 받게 되고.
그 상처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하고 나는 셔터를 내리려고 하고있다.

분명 이것 또한 지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것이고 후회만 남을거란걸 잘 알고있다.
하지만. 관계맺음에있어서 오는 기대. 바램. 그런것들에 있어 덜 상처받고 덜 힘들고 싶어서.
심플하게 살아가고 싶어서 그런 관계조차 놓아버리려 하고있다.

언제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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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무던히도 쏟아져. 수도권 서울의 많은 교통수단이 통제되던 어느 날.
수원까지 왔다갔다 고생할게 뻔해 보였는지 그냥 오늘 하루 쉬라는 반가운 전화가 왔던 어느 날.
어김없이 또 동네 근방을 쏘다니며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던 길.이였다.

커피쯤이야 핸드드립으로 집에서 마셔도 충분한데다가
카페에가서  뭘 한다는게 딱히 생산적인 결과를 낳지도 않지만.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순간의 산책이 나에게 꽤나 많은 기쁨을 주기에.
그날도 비가 흩뿌렸지만 버스를 마다하고 난 걷겠다. 를 선택하여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였다.

문득. 나 참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건 왜. 일까..

31살의 이런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하루를 살아가며 그 하루에 감사하고
많은것들을  겪고. 그것들을 겪어오며 천천히 다듬어지고 있는 지금의 내모습이 조금은 기특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20대의 난 너무 급했다.
생각하는건 바로 결정짓고, 행동으로 옮겨야했고.  바로 선택하고. 또 곧 후회하고.
그러다보니 놓치고 온 것도 많았고 어쩔수 없이 놔 버려야 했던것도 많았다.
비워지면 그 비워진 부분을 채우느라 급급했었다.

31살, 겨울같았던 봄을 지내오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이별을 하며 처음으로 내자신이 아닌 상대방을 위한 기도를 해보았고
내속에 비워진 부분을 조용히 바라보기도하며.
쏟아냈던 말들을 잠시 아끼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악이라서 듣기 싫다. 가 아닌.
그 사람이 그런 좋은 음악을 알게 해줘서. 참 감사하다. 가 되고

그 사람이 늘 마시던 홍차나 그린티라떼라서 난 이제 절대 안마실꺼야. 가 아닌.
늘 커피밖에 몰랐던 나에게 이런 입맛을 갖게 해준 그 사람이 참 고맙다. 라고 생각할수 있어서.

그래서 참 고맙고 감사하다.

한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감정을 보내는 이 시간들이
내게 있어서 참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어서.
나를 이렇게 변화시켜 줘서.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내모습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어서.

그래서 난 참 행복하다. 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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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던 그 봄날

Posted at 2011. 3. 25. 20:43// Posted in 우뎅빵긋/감성백만개


도서관에서 영어회화책한권, 길고양이 에세이 한권, 연애에세이 한권.
이렇게 세권의 책을 빌리고 간만에 백수의 사치를 부리러 스타벅스로 향했다.
그린티라떼라면 이게 웬 똥맛. 이라고 할 정도로 그린티 자체를 거부하던 나였는데.
내마음과 네마음이 변하는 그 시간동안. 내 입맛도 변했나 보다.

3월말의 갑작스런 눈소식에. 하늘도 어둑어둑해지고.
싸늘한 찬 바람에. 따뜻한 그린티 라떼 한잔마시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연애에세이를 펼쳐들었다.

한장.두장. 넘기다보니. 왜이렇게 또 훅.하고 빠져드는지.

"그냥, 누군가를 많이 좋아하게 되면 그만큼 외로워 지는 모양이야."

내가슴에 콕 박힌 한줄.
내가 그토록 외로워 했던건
내가 잘못생겨먹어서도. 니가 잘못한것도 아니였다고.

나를 그렇게 다독여 주는 글귀들.

몇장 읽다가. 웬지 지금 이렇게 빨리 읽어버리면 내마음이
그만큼 빨리 닳아 없어질것만같아. 잠시 덮어 두었다.

이건. 4월에 봐야겠다며. 다시 책을 덮었다.

아직은 3월이니까. 아직은 봄이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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