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무던히도 쏟아져. 수도권 서울의 많은 교통수단이 통제되던 어느 날.
수원까지 왔다갔다 고생할게 뻔해 보였는지 그냥 오늘 하루 쉬라는 반가운 전화가 왔던 어느 날.
어김없이 또 동네 근방을 쏘다니며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던 길.이였다.

커피쯤이야 핸드드립으로 집에서 마셔도 충분한데다가
카페에가서  뭘 한다는게 딱히 생산적인 결과를 낳지도 않지만.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순간의 산책이 나에게 꽤나 많은 기쁨을 주기에.
그날도 비가 흩뿌렸지만 버스를 마다하고 난 걷겠다. 를 선택하여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였다.

문득. 나 참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건 왜. 일까..

31살의 이런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하루를 살아가며 그 하루에 감사하고
많은것들을  겪고. 그것들을 겪어오며 천천히 다듬어지고 있는 지금의 내모습이 조금은 기특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20대의 난 너무 급했다.
생각하는건 바로 결정짓고, 행동으로 옮겨야했고.  바로 선택하고. 또 곧 후회하고.
그러다보니 놓치고 온 것도 많았고 어쩔수 없이 놔 버려야 했던것도 많았다.
비워지면 그 비워진 부분을 채우느라 급급했었다.

31살, 겨울같았던 봄을 지내오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이별을 하며 처음으로 내자신이 아닌 상대방을 위한 기도를 해보았고
내속에 비워진 부분을 조용히 바라보기도하며.
쏟아냈던 말들을 잠시 아끼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악이라서 듣기 싫다. 가 아닌.
그 사람이 그런 좋은 음악을 알게 해줘서. 참 감사하다. 가 되고

그 사람이 늘 마시던 홍차나 그린티라떼라서 난 이제 절대 안마실꺼야. 가 아닌.
늘 커피밖에 몰랐던 나에게 이런 입맛을 갖게 해준 그 사람이 참 고맙다. 라고 생각할수 있어서.

그래서 참 고맙고 감사하다.

한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감정을 보내는 이 시간들이
내게 있어서 참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어서.
나를 이렇게 변화시켜 줘서.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내모습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어서.

그래서 난 참 행복하다. 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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