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關係

Posted at 2011. 11. 18. 10:03// Posted in 우뎅빵긋/감성백만개



관계맺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적이 있다고 묻는다면.
20대 초반. 재수시절.이라고 답할것같다.

답답하기만 하던 고등학교의 굴레를 벗어나 갑자기 들이닥친 자유를 다들 어찌할 바 모르던 그 시절.
나는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재수를 하게 되었고 그당시 신입생 명찰을 달고 대학문화에 푹 빠져있던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없었다.

그 중 정말 소중히 생각하고 가까이 두었던 친구 한명이 있었는데.
(참고로 이 친구와는 고등학교 졸업식날 10년후 개봉예정 타임머신 편지까지 교환했었다.)
이 친구 역시 예외는 아니였기에 밀려오는 대학의 푸룻푸릇한 분위기에 쓸려 나와의 관계가 조금 소원해졌었다.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닌데다가 한정된 사람들에게 막 퍼주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마음을 다 주었던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일도 한두번이 아니였던터.
언젠가부터 그렇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나서 나 혼자 경고 횟수를 세기 시작한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처음. 내 타겟이 되었던 것이였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지만.
그만큼 그 친구가 내게 소중했고 또 그런 내 마음만큼 친구도 나에게 관심을 쏟아주길 원했던게 아니였을까.
더군다나 평생 어느 단체에 속해서 지내오다가 재수란걸 하게되며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재수생의 신분에서 오는 느낌이란. 그 당시로서는 꽤나 큰 블랙홀같이 느껴졌다.(이건 정말 해본 사람들만 아는...)

그렇게 그 친구에게 실망에 실망을 더해 큰 상처를 받은 어느 날. 나는 마음을 닫아버리고 연락도 끊어버렸다.
"이제 넌 더이상 내친구가 아니다" 라는 연락한통을 한 채.
이 무슨 삼류드라마 삘이나는 대사란 말인가!.....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런일들도 이젠 정말 별것 아닌 일이 되어갈때 쯤...
그당시 남자친구가 내게 그 일에 관련해서 한마디 충고를 해주었다.
너에게는 별것 아닌일로 이렇게 잊혀지고 있겠지만. 그 상대방은 그 일때문에 몇년을 마음한켠이 불편한채로
지낼수도 있을꺼라고. 정말 이제 별것아닌 일이 되었다면 별 대수롭지 않게 연락을 할 수 있는거 아니냐고.


그리고,.. 그렇게 7년이 흐른뒤. 나는 그 친구와 쑥쑥하게 동네 카페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시간이 만들어낸 공백.그리고 어색함.

그친구와는 지금도 간간히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사실 예전의 그 관계로는 다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에 서로 너무 각자의 시간을 보내왔고. 그 시간동안 내 속에 그사람의 존재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소중했던 사람을 쉽게 놓아버렸던 관계에 대한 후회.




그렇게 후회할 만한 짓을 하고, 또 이 미성숙한 자아는 했던 짓을 또 반복하려고 하고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 마음과 내 일상을 더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더 나를 내려놓고 조금더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관계'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본의아니게 또 상처를 받게 되고.
그 상처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하고 나는 셔터를 내리려고 하고있다.

분명 이것 또한 지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것이고 후회만 남을거란걸 잘 알고있다.
하지만. 관계맺음에있어서 오는 기대. 바램. 그런것들에 있어 덜 상처받고 덜 힘들고 싶어서.
심플하게 살아가고 싶어서 그런 관계조차 놓아버리려 하고있다.

언제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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