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散策

Posted at 2012. 4. 9. 23:08// Posted in 우뎅빵긋/감성백만개

 

슈퍼를 가기위해 동네어귀를 어슬렁 거리는일.

복잡해진 머리를 말끔히 비우기위해 햇살아래를 신나게 걷는 일.

한가로운 휴일 오후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고 보는 일.

 

이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산책의 일부분이다.

올해는 더군다나 길고 긴 겨울의 끝자락이 4월초까지 질질 끌려오는 바람에, 조금 늦어진 봄 산책.

머릿속이 복잡했고, 일단 햇살을 받으며 걷다보면 그 복잡한 생각마저 풍경으로 흘려보낼 수 있었기에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 날도 골목을 헤맸다. 모르는 골목을 걷고, 또 걷다 길을 발견하는 일.

매우 짜릿한 경험이라는건 길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골목은 나를 이끌어 또 다른길로 데려다 놓더니 이내 막다른길 앞에 나를 세웠다.

막다른 모퉁이에서 길을찾지 못한 채 돌아 나오느라 발길을 돌려야 하는 수고를 얻는 대신에

골목을 들어 설 때와는 또다른 내려올때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고민하고 전전긍긍하던 일 또한 그런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막다른 골목을 만나면 다시 돌아나오면 될 일.

저 앞을 꺽고난뒤 어떤 길이 나올까 두려워하며 한걸음 더 떼지 못하고

늘 다니던 길, 내게 편한 길만을 걷는다면 가보지 않은 그 골목이 어떤 새로운 길을 안내할지.

어떤 풍경을 준비하고 있을지, 평생 알수 없을 일.

 

그래서 오늘도 난  산책을 나간다. 모르는 골목을 헤맨다.

그리고 보지 못했던 풍경을 만날것이다. 산책은 그런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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