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41

Posted at 2013. 6. 9. 20:40// Posted in 우뎅빵긋/제목없는글


 

#_1

부산에는 참 비슷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산다.

그만큼 인구도 줄었고 공동체도 좁다. 친구들은 다 비슷한 단계를 밟으며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조금 다른 생활을 하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고있는 난

그들에게는 '이상한 사람' '좀 특이한 사람' 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이상한 사람' 도 서울에 오게되면 '평범한 사람' 이 된다.

그만큼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이 섞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_2

그 친구와는 정말 친했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며 10년뒤 개봉할 타임머신 편지를 나눠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부산-서울에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다 보니, 서로를 나눌 시간이 충분치 못했었다.

5년전 마지막으로 봤던 그 친구의 모습은 신랑의 손을 잡고 화사하고 수줍게 웃던 새신부였는데

5년이 흐른 뒤, 4살된 아이와 남편. 그리고 일주일 뒤 출산할 둘째까지 뱃속에 품은 채, 나타났다.

내 친구지만 내 친구 같지 않은 느낌. 내 소중한 그 시절이 사라진 아쉬운 느낌.

 

 

#_3

"그래서, 시집을 가긴 갈라고?" 그 친구는 덜컥 그런 말을 했다.

요즘의 내 일상과. 내 생각. 내 감정과 내 생활에 대한

교류가 없던 친구에게서 무시무시한 말의 상처를 입는다.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틀린 사람이 아니다.

나는 단지 너랑 다른 사람이지. 네 기준에서 내가 틀린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다른데서 받은 상처까지 그친구한테 풀어버린 것 같아 조금은 미안했다.

돌아가는 길에 문자를 한다. 아깐 미안하다고.

 

 

#_4

함부로 논하지 말라.

아무리 개 망나니처럼 살고있다해도.

그 당사자가 아닌이상 그 속에서 어떤 꿈틀거림이 있는지.

어떤 생각과 어떤 꿈을 품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나이먹는게 참 쉽지 않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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