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Posted at 2014. 5. 29. 09:25// Posted in 우뎅빵긋/냐옹삼남매



  11년전. 철없던 시절, 손바닥만한 아이들을 함께 분양받아와 7년을 함께 키워왔고.

이 아이들을 위해 이사까지 감행한 그 사람에게로.  호야, 미요, 두부 세녀석을 보내기로 했었다.

그 누구에게도 못보내고 못맡기지만. 이사람에게만은 믿음을 가지고 보낼수 있었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이사를 하고 준비가 되면 연락한다는 말 한마디를 유언처럼 받아놓고.

연락이 오면 어떻하나.. 무서워서 덜덜 떨기도 했었다. 시간이 흘러 연락이 왔고. 

날짜가 정해지고. 날짜를 받아놓은 시한부마냥..  아이들을 만지고 쓰다듬고 보듬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주지 못할 마음을 다 쏟았다. 후회가 없도록.

틈만나면 세마리의 귀에다 대고 "고마워, 사랑해. 이렇게 이쁜 고양이가 나한테 오다니.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를 속삭여댔다.

전에는 귀찮아서 잘 해주지도 못했던 빗질을 하루에 한번 꼭꼭 해주며 아이들과 눈을 맞췄다.

그렇게 떠나는 날 4일을 남겨둔 날 밤. 소파에 누워있던 호야는 불꺼진 부엌으로 나가더니 켁켁 거리며 쓰러졌고..

그렇게 호야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자신이 몇일 뒤 가게될걸 알았던건지.. 그 길이 힘들 것 같아서 그랬던건지.

쩔뚝이는 다리도, 건강도 제일 걱정됐던 내 마음을 알았던건지.

그렇게 나 마음편하라고 내 옆에서 떠난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우리 호야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내 옆에서 떠나고 싶었던 걸까.,

 

호야를 보내러 간다고 연락했더니 그 사람도 심야버스를 타고 아침일찍 서울로 올라왔다.

호야 가는 길이라도 보고 싶다고 해서. 무리해서 올라와줬다.

4일 뒤면 만날 줄 알았는데... 그거 못참고 이렇게 가버렸냐며 마지막 인사를 해줬다. 

 

그렇게 호야는 갑자기 떠났다.

지난주에 목욕도 하고. 두부랑 같이 마당나들이도 가감하게 한번해주고. 

아침까지 내 뒤꽁무니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다가. 그렇게 아픈내색없이 떠났다.

그래선지. 자꾸 저기 부엌어디선가 다리를쩔뚝이며 쫄래쫄래 걸어올것만 같고. 호야의 빈자리가 실감이 나지 않아 

걸레를 빨다가도 울고. 설겆이를 하다가도 울고. 잠들기전 불꺼진 방에서도 울어버리고 만다.

자꾸 저기서 걸어올것만 같아서. 소파에 누워있었는데. 하면서 엉엉 울게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두부가 가장 애교도 많고 이쁘다고도 한다.

하지만  자식을 선택해서 낳지 않듯이 세마리중 유일하게 선택하지 않고 내게 왔던 고양이가 호야다.

남포동에서 쌀가게를 운영하시는 부부가 가게 뒷편에서 어미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감당이 안되 분양한다는 글을 보고 갔었다.

'새끼고양이 얼굴좀 보여주세요' 했더니 얼굴보고 데려갈꺼면 안보낼꺼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며

얼굴보고 데려가면 새끼 땐 귀여워하다가 크면 내다버린다고. 그래서 가장 건강한 아이로 데려가라며

첫째로 태어나 제일 건강하다고 이동장에 넣어주셨던 고양이 호야. 

그렇게 돌아서는데 선반위에 누워있는 새하얗고 이쁜 고양이가 눈에 밟혀서 같이데려가겠다며 데리고 온 호야의 남매, 미요. 

그리고 1년뒤 눈도 못뜬 채 길위에서 어미를 잃고 울고 있던 고양이 두부.

그렇게 세마리는 나랑 함께 10년을 뒹굴었다.

 

튼튼한 첫째고양이로 태어나 병치레 한번안하고 속한번 안썩이고.

순하고 착한데다가 애교까지 많았던 우리 뚱땡이 고양이. 

사람들이 세마리중 누가 제일 좋아요. 하고 물으면 "호야요" 하고 대답할 수 있게 해줬던 고양이.

 

가난하게 자취생활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할때부터 내곁에 있어주며

힘들때마다 이 아이들의 존재자체가 짐이 되는게 아닌. 힘든 상황속에서 내게 의지가 되어 주었던 세마리들.

하루는 귀에 상처가 난 미요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했었는데.  돈이 없어서 갈수 없었던 그 형편을 원망하며 미요를 안고 울었던 적도 있었다.

하루종일 울며 미요를 안고 만지고 "아프지마.아프지마. 미안해." 이러고 울면서 하루를 보내면

아이들은 나를 이해하는 것마냥 다음날 말끔히 상태가 괜찮아 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미안한 마음, 애틋한 마음이 많았기 때문에 호야가 그렇게 갑자기 떠나서. 더 미안하고 더 슬펐는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나를 만나서. 이사도 많이 다니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최근 4년은 빛도 잘들고 마당있는 조용한 성북동 보금자리에서 마음편히 살아줘서. 그렇게 살다가 가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호야가 떠나고 난 뒤, 밥그릇에는 항상 밥이 남아있다. 그것도 너무 많이.

우리 호야가 참 잘먹었구나. 가리는거 없이 다 좋아해줘서 많이도 먹어치웠구나.

 

혼자서 참 많이도 의지를 했었나 보다. 

고양이가 나때문에 잘 지낸게 아니고 이 아이들 때문에 내가 온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내일이면 두부, 미요도 대전으로 이사를 간다.

또 한차례..  감당할수 없이 슬프겠지만. 그 사람은 또다른 대답으로 나에게 힘을 준다.

아이들 가기전에 자신도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내 고양이 미요호야두부. 사랑해. 고마워. 나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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