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전, 비교적 비용이 싸고 저렴한 비용 대비 잘 묵고 갈수 있을 만한 게스트하우스 검색에 열을 올리고 있던 차에

무료숙소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한경면 용수리라는 곳에 위치한 제주모모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유명한 관광지나 볼만한 것도 없는. 차를 탔다면 그냥 지나쳐 갈만한 그런 장소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왜 무료냐고?  단순히 아무조건없이 무료가 아니다. 하루 쉬다가며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게 무료숙박의 조건인 것.

부모님한테 효도하고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길 원한 주인어르신께서 정말 좋은 마음으로 이런 일을 하고 계신 것이다.

하루쯤은 의미있게 이런곳에서 묵고싶다. 라는 마음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제주여행 중 이틀째 되던 날 들렀다.


 

 

 

서일주버스를 타고 용수리 충혼묘지에서 하차. 협재해수욕장에서 15-20분정도 버스를 타고 오면 되는 정도의 거리. 

협재 방향에서 왔다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야 하고 모슬포 방향에서 왔다면 길을 건너지 않아도 된다.


 

 

특별한 이정표도 없다. 게스트하우스를 홍보하거나 수익을 위해 운영하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이런 조용한 시골길을 한참 터벅터벅 걷다보면 순례자의 교회가 나온다.

사실 제주모모에 묵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던, 이 교회. 특별한 이유는 없다. 

여행지를 검색하던 중 알게 되었고. 한번쯤 가보고 싶다. 라는 막연한 느낌.

그런 막연한 느낌은 막상 여행지에 당도했을때 뜻밖의 좋은 시간과 기억을 남기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고.

 

 

 

순례자의 교회를 지나 또 한참을 걷다가. 내가 길을 잘못 든건 아닐까... 고민할때 쯤.

제주모모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걸어 들어와야 한다.)  캡슐형태의 숙소가 네동이 있고  옆쪽에 조그만 집 한채가 보인다.

캡슐형 숙소에는 잠만 잘 수 있도록 되어 있고, 화장실과 간단한 취사는 숙소 옆에 붙어있는 이 집에서 해결할 수 있다.

숙소에 묵고가는 손님들과 동네 마을 어르신들이 수시로 편하게 드나들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저곳은 주인부부의 집이기도 하다. 그만큼 좋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믿고 마음을 열어뒀다는 뜻이겠지.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나갔다오려는데 숙소 앞에 자전거를 탄 남자분이 기웃거린다.

묵기 위해 온것이 아니라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제주모모를 한번 구경하고 싶어서 들러본 여행자라고 하신다.

담소를 나누며 간식을 나눠먹고, 여자가 묵기엔 위험하지 않겠냐며. 걱정도 나눠주고 가신다.  

 

 

 

 

숙소 내부. 정말 딱 누울 공간만큼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욕심없이 쉬다가기 좋은 곳.

이 주변 또한 밤이 되면 불빛 하나 없을 정도로 고요하다. 풀벌레 소리. 새소리만이 가득한 이 곳.

사실 본인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겁이 없는 편에 속하지만,  여자 혼자 이곳에서 묵고 가기에는 조금 더 간을 키워 와야할 듯 하다.

그날 따라 제주모모에 묵는 사람이 나와 동행한 친구. 그 둘뿐이였기에 그 무서움이 더했을지도..
 

 

 

 

밤새 모기가 너무 많아 좀 괴롭긴 했지만. 고요한 이 분위기 속에서 각자 편지도 쓰고.

서로 쉽게 속내를 들어내놓지 않던 12년지기 친구와도 조곤조곤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던 밤.

그야말로 나를 되돌아보고. 나에대해 생각하며 많은 걸 다짐할 수 있었던 밤.

 

밤새 쓴 편지를 봉투에 넣어 주소를 고이 쓰고. 후원금함에 감사의 마음을 조금 담아두고,

새벽 일찍 나서야 했기에 인사도 못드려 죄송한 마음은 방명록에 남긴 채. 그렇게 떠나왔다.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뒤 2주쯤 뒤. 제주 서귀포 소인이 찍힌 편지가 한통 날아왔다.

제주모모에서 내가 직접쓴 편지. 좀 감동적이다. 많이 감사하다.

너무나 좋은 뜻을 가지고 좋은 일을 하고 계신 제주모모 주인어르신께

두손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보내드리고싶다. 짝짝짝짝짝!!! 



 

제주모모 다음카페(예약 및 문의)  http://cafe.daum.net/jeju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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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올것 같지 않았던,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비행기 시간은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12시 타임.

일찍 일어나 함덕 서우봉 해변을 갔다 주변을 좀 둘러보고 가자. 라고 결정했었기에 오전7시에 짐을싸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날이 흐리다. 월정리의 흐릿한 아침 풍경.  안녕. 나 또올꺼야. 다음에 봐?

 

 

 

제주시 방향으로 가는 동일주버스를 타고 함덕 서우봉해변에서 하차.

바다를 휘--둘러본다. 만조때라 물이 차올랐지만 함덕의 해변은 중간중간에 이런 이쁜 모래길이 보인다.

이런 풍경만으로 수심이 얕을 것으로 판단해, 물놀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조심, 또조심.

 

 

 

우리는 조금 많이 아쉽나 보다. 삐죽삐죽



 

 

함덕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조천읍까지 걸었다. 대략 2시간 가까이 걸은 셈.

걷는 사이 하늘은 또 다시 방긋. 쨍- 하고 해가 떠오른다. 조천리 사무소에 도착해 동일주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길었던 5박6일의 제주도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향한다.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위로받고 싶었다. 충분히 위로받고, 행복했던 시간.

걷느라 힘들었지만 걸었기에 볼 수 있었던 제주도의 느릿한 풍경.

마음에 한 평 남짓한 여유를 품고. 열평 남짓한 추억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떠난다.

다시 그렇게 복작대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면, 나는 또 어느새 어디론가 향한는 여행의 길에 올라있겠지.

그 두근거림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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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5일차. 월정리에서 맞이한 아침.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 나섰다.

일단 또 걷기시작. 지난 몇일 새. 참 많이도 걸었다. 나의 제주도 여행의 8할은 걷고 또 걷는 일들로 기억될듯도 하니..

5박6일의 일정으로 떠나 온 터라 어렴풋이 마지막 날이라고도 할수 있는 하루라 뭔가 욕심이 생길 것 같기도 하였으나

온전히 그 하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지난 몇일 새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월정리에서 김녕리 방향으로 난 해안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아침의 하늘은 조금. 어렴풋이 흐렸다.

오전엔 흐리다가도 점심나절엔 비가 내려치고. 오후가 되면 해가 쨍-하게 뜨기도하는.(실제로 이 날이 그랬음)

알수 없는 제주의 하늘은 여행자들을 긴장시킨다.

 

 

 

잘 몰랐었는데 내가 걱던 저 길은 김녕-월정-세화로 이어지는 올레길 20코스..

니네 집주인 어디갔니?


 

 

 

조금 걷다보니 금새 김녕 성세기해변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나절이라 해변에는 몇명의 관광객들 뿐이다.

파도소리와 찰칵대는 카메라셔텨 소리만이 해변을 채운다.


 

 

제주의 바다는 참 깨끗하다. 이런 풍경 또한  흔하고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것' 까지 카메라에 담는 나에게는 지나치는 제주의 모든 풍경이 경이롭지만

외지에서 제주로 살기위해 들어간 정착민들에게는 처음의 이런 경이로움도 일상이 되겠지.

그만큼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잊고 살게되는것 같다고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언니의 말이 생각났다.

 

 

 

해변에서 큰길가로 나와 다시 돌아왔던 길로 가는 동일주버스를 탔다. 세화오일장이 열리는 날. 세화리로 향했다.

 

 

 

세화오일장은 그렇게 큰 규모의 장터는 아니였지만 소박하게 있을건 다 갖춰져 있었다.

점심때를 맞춰 갔던지라 장터에 선 식당에서 칼국수 한그릇을 시켰다. 바로 옆 테이블에선 아저씨들이 대낮부터

막걸리 한사발을 시원하게 들이키신다. 꿀꺽. 캬-- 삐뚤삐뚤하고 큼직하게 썰어져 나온 칼국수의 면발. 맛있다. 정말.

 

 

 

세화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근처 용눈이오름으로 가자고 하자 택시비를 대략 8000원정도를 부르신다.

조용한 2차선 도로를 한참 달리자 용눈이 오름이 나타났다. 택시에서 내리는데 나갈때 전화하라고 명함 하나를 내미신다.

확실히 이 근방이 버스나 택시가 다닐만한 길목은 아니였지만 나갈땐 걸어나가기로 마음먹었기에 명함은 그냥 가볍게 받고 말았다.

 

 

 

용눈이오름에 도착했을 땐 날이 흐릿흐릿. 하늘이 금방이라도 울것 같았고, 오름에 점점 오를수록

구름이 오름을 덮어버려 멋진 경치는 반쯤 포기해야만 했다.

 

 

오름이야말로 조용히. 소박하게. 여행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제주도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

조용히 한발짝 한발짝 오르며 주변을 둘러보다 저 멀리까지 난 길을 바라보고. 올라오다 뒤를 돌아본다.

내가 걸어온 길과 저 멀리 풍경을 함께 공유한다. 마음이 넉넉해지고 푸근해 졌던 오름길.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렬한 그 순간을 위해 같은 장소를 헤아릴 수 없이 찾아가고 또 기다렸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 아니라 대자연이 조화를 부려 내 눈앞에 삽시간에 펼쳐지는 풍경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 한 순간을 위해 보고 느끼고, 찾고, 깨닫고, 기다리기를 헤아릴 수 없이 되풀이했다."   -김영갑

 

 한 사람이, 그 곳의 아름다움을 셔터에 담아내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다 바칠만큼.

그 만큼 오름의 아룸다움은 내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내기에 충분했다.

 


 

 

다시 월정리로 돌아오니 해가 쨍-하게 떴다. 제주의 날씨란. 참.

어제 다른 곳에서 묵었던 친구가 올때까지 게스트하우스 옥상 테라스에서 여유를 부려본다.

아이패드를 꺼내 파도소리 피쳐링이 제법 어울릴만한 음악을 선곡한 뒤, 책을 펼쳐들고 맥주를 홀짝인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그래. 바로 이게 여행의 여유지.

 

 

 

좀쉬었다고 또 그새를 못참고, 친구를 이끌고 바다로 향한다.

 

 

 

아무런것도 내 시선을 방해 하지 않을 만큼 투영하다. 제주의 바다란 이런 것.

 

 

 

잠깐 스노쿨링을 해보지만 월정리 또한 얕다. 스노쿨링은 수심이 깊은 애월에서 하는게 제일인 듯 싶다.

 

 

 

월정리 최고의 대명사. 고래가 될 Cafe.

사이좋게 발 한짝씩 나눠 씻기.


 

 

오늘도 여전히 북적인다. 


 

 

 

어이. 거기. 떨어져. 떨어지라고.

 

 

 

여행을 떠나왔고. 다시 떠나가기 전 날.

'돌아간다' 라는 말보다는 '다시 떠나간다'가 아무래도 더 희망적으로 들린다.

물론 나는 다시 돌아가 일상을 살게 되겠지만, 떠나온 그곳에서 나는 다시 떠나감을 기다린다.

일상을 향한 애틋함이 더해진다. 떠나온 시간만큼 소중히 보내고. 다시 떠나갈 그곳을 기다리는 것.

소중한 여행 5일차. 떠나가기 전날. 떠나갈 곳을 다시 그려보자. 요.이.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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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5월1일에 근무를 하는 대신 뜻하지 않게 토일월 연휴가 생기는 덕분에.

'5월 첫주 주말에 캠핑이나 갈까?' 한마디 건넷더니 행동력 빠른 배나가 계획을 착착착. 세워줬다. 

원래의 계획이였던 춘천에서 몽산포로. 몽산포에서 영흥도까지. 장소가 변경도 배나의 의지대로 착착.


 

 

첨엔 4명이였던 인원이. 너도가자. 재도간대. 가 되어 캠핑채팅방에는 9명이나. 뚜둥--

계획쟁이 배나의 철저한 사전 장보기 및 계획.

아이패드를 엄청 과학적으로 쓰는 배나.... 아이똑떡도하여라..


 

 

토요일 아침 9시에 양재에 모여서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으로 출발.

예상보다 차가 많이 안막혀 오전 10시반쯤 도착. 그 시간에도 괜찮은 자리는 이미 텐드들이 수두룩-..

선발대에 남자는 범철이뿐이여서. 범철이를 돕기위해 네여자들이 분주하게 꼼지락꼼지락.

어느새 텐트 두 동에 타프, 해먹까지 다 세팅하고 편히 앉아 자, 이제 먹어볼까? 


 

 

밖에 나와먹으면 팅팅불은 라면이든. 싱겁든. 짜든. 그 맛은 원래 맛의 두배는 족히 넘는 것같다.

팅팅 불은 면도 맛있고. 싱거워도 맛있네. 후루룩.


 

 

다먹고 노닥대며 앉아있다 보니. 5월의 따뜻한 햇살 아래에도

바닷가라고 날씨가 으슬으슬 추워진다. 아직 해가 중천이긴 하지만 불좀 때볼까?

장작에 강한 집착이 있는 배나가 애저녁에 모아온 나무들로 불을 때기 시작. 퐈이아--

 

 

 

막간을 이용해 셀카를 엄청 찍는다.  배나의 초상권은 우뎅이 지켜드림.

신나나-!!? 즐겁나아--

 

 

전날 올리브영에서 5봉 들어있는 투썸 핸드드립커피를 샀는데.

마침 이때다 싶어 챙겨온게 은근 유용했다.

야외에서 마시는 핸드드립의 맛이란. 캬-

 

 

 

커피를 한잔 마시고 4시즈음. 바닷물이 다 밀려 나가고 우리는 조개를 캐러 갯벌로 나가보자며 나섰다.

목장갑을끼고. 조개를 캐면 담아올 망태기를 들고. 해감시킬 박스까지 들고 나서본다.

뭔가 엄청난걸 캐올 아이들 마냥..

 

하지만 현실은.. 장화가 갯벌에 푹푹빠져 한걸음조차 내딛기 힘든사태가...

결국 배나가 조개하나 캔걸로 만족하고 돌아올수 밖에 없었다.


 

 

해가 슬슬 지려하네. 또 불을땐다. 끈임없이 땐다. 저 장작을 향한 강렬한 집착.

 

 

 

서해의 일몰을 카메라에 담아보고자 백사장으로 나섰다.

요즘 갈매기들 트렌드도 바꼈나 보다. 등대 대신 가로등으로.  끼룩끼룩-

 

 

 

여기서도 셀카질은 빠질수 없다. 일몰을 배경삼아 옥언니와 촬칵삼매경.

 

 

 

부산에서 나고 자란지라. 서해바다는 늘 바다 처럼 와닫지 않는 느낌이 있다.

파도가 철썩대고 넘실대지는 않지만. 그런 아름다움은 없지만,

끝없이 펼쳐진 갯벌이 주는 반짝임. 평온함. 그래, 너 오늘은 좀 아름답다.

 

 

 

일몰을 감상하고 돌아오니. 어디서 구해왔는지 엄나게 큰 나무가 타고 있다. 타닥타닥.

배나는 포항시 흥해읍에서 어릴때부터 장작좀 땐 아이로 유명했나보다.

 

 

 

드디어 기다리던 후발대가 도착.(후발대가 와야 고기를 먹을수 있으므로..)

캠핑의 하이라이트. 목살이 구워지고. 버섯을 세팅하고. 범철이네 밭에서 뜯어온 싱싱한 야채와

배나가 집에서 해온 쌀밥. 그리고 싸게 산 와인.  배나 & 범철 만세!! 

 

 

 

 

먹고 또 먹고. 또먹고. 쉴새없이 먹다가. 기타를 가져온 선호선배가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5월이지만 차가운 바닷바람에 덜덜떨던 우리는 불주변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그때부터 계속 불구경을 했다. 불아지랭이를 보며 시간이 훌훌.

 

그렇게 캠핑의 밤은 저물어 갔다.

결론은. 아직은 바닷바람이 추워 덜덜 떨며 잤다는거.

하지만 야생은 늘 즐거워. 뭐,.물론 릴선까지 들고와 충전할꺼 다하고.

문명이 반쯤 잠입한 야생이였지만..

그래도 즐거웠다는거. 그거면 됐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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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제주도를 오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방주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교회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전날부터 예배시간을 맞추려면 언제 기상해야하는지. 시간계획을 짜놨던터. 일찌감치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땅이 약간 젖어있고, 곧 비가 내릴 것만 같은 하늘. 3일째 묵었던 대평리는 교통이 좀 불편한 곳인지라.

동네를 나가는 버스 한대를 무작정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기사아저씨께 여쭤봤다.

중문까지 갔다 중문에서 다시 버스를 타야된다는 것이다. 아뿔사. 내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황급히 다음 지도앱을 키고 내가 탈 버스가 있는 버스정류장을 검색하다

중간에 길이있는 것을 확인하고. 중문까지 가는 시간에 이길을 걸어서 통과하자. 라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기사아저씨가 '여기서 내려서 어디로 가려고요?'라고 말씀하시며 고개를 갸우뚱 할 때.

난 알아차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내게 벌어질 험난한 시간들을...


 

 

다음 지도어플을 켜놓고 방향을 확인하며 길을 따라 가다보니 골목길이 점점 좁아지며 길은 이미 산길로 변해있었다.

어..머..나....세..상..에......   지도에 나타나있던 이길은 산길이였던 것...!

산등성이 중간중간 감귤밭이 있고 그 옆엔 창고가 하나씩 있고 가끔씩 좁은 그 길사이로 차가 한대씩 지나갔다.

웬지모르게 창고의 분위기와 그 길. 그리고 지나가는 차에서 어떤 미친놈이 "헤이 아가씨~"

외치는 순간. 그때부터 긴장감이 배로 엄습해오며 식은땀을 흘리며 흙탕물이 튀는지도 모른채 산길을 넘었다.


 

 

그 길을 넘고나니 만신창이가 된 내 신발과 샤워를 한듯 땀에 쩐 몰골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잠시 생각. 방주교회를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고민.

그래도 이렇게까지 개고생하며 산하나를 넘었는데, 이제와서 일정을 접기엔 아쉬워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방주교회로 향했다.


 

 

교회는 산 깊숙한 곳에 있어서 택시아저씨조차 지도로 확인이 안되는 곳이라 교회에 몇번이나 전화를 해

위치 안내를 받은 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주교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회당 주변으로 물길이 나있었고 정갈한 느낌의 건축디자인이 마음까지 차분하게 가라 앉혀 주는 듯했다.

방주교회에 들른 목적이였던, 본당예배는 아무래도 관광객에게는 오픈되지 않는 듯하였다.

예배당 자리가 다 찼던탓인지. 아니면 관광객에게는 본당예배를 오픈하지 않는 까닭인지.

지하예배실로 안내를 받아 티비생중계로 애배를 조금 보다가 이내 나왔다.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아 가는 길. 이 시간은 지금 돌이켜봐도 어찌나 막막하고 끝이없던지.

7km정도의 거리의 2차선 도로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며 지나가는 택시를 애처롭게 기다렸던 시간.

이 부근이 제주도의 정가운데. 산중턱 부근으로, 여길 걸어다닐 생각을 하는 여행자는 아무도 없을 수 밖에!.

(주변에 있는거라곤 골프장 뿐이였으니...)

걷고 또 걷고. 걷는걸 좋아해서 시작한 걷기여행은 어느새 걸어야만 하는 여행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결국 택시를 한번 타고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렸지만 실제로 버스가 서지않는 무정차 구간이였고.(택시아저씨 밉습미다.)

또다른 택시를 겨우 붙잡아 제주시까지 갈수 있었다. 

 

 

 

제주시터미널에서 동일주버스를 타고 50여분 정도를 달려 월정리에 도착. 날이 흐릿흐릿

사실 여행 4일차인 오늘은 대평리에서 출발해 제주도의 동남쪽 구간을거쳐 성산과 섭지코지를 갈 계획이 있었으나.

험난한 산길 통과 및 방주교회라는 거대한 산을 만난 결과. 예약해놓은 숙소로 바로 올수 밖에 없는 컨디션이였기에

월정리로 일치감치 방향을 선회하였다. 


 

 

월정리. 제주도에 오고싶었던 하나의 이유를 꼭 꼽으라고 한다면 앞뒤 안보고 월.정.리.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해야만 하는 한가지가 있었다. 나름 로맨틱(이라고 해둡시다) 한 사람인지라.

여행을 가기위한 동기부여는 한가지 이유에서 시작되곤 한다. (한가지의 이유,또는 한줄의 카피. 누군가의 한마디....등등)

이번 제주도 여행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월정리 해변을 바라보며 커피마시고 돌아오기' 를 꼭 해야만 했기에.

월정리에 이틀숙박을 잡고 유유자적하게 남은 일정을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월정리 대표카페 '고래가 될 cafe'  일요일이였고, 날씨까지 흐릿해서 관광객이 한차례 빠져나간 상황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명세를 탄 이 카페 부근은 사람들의 발길이 제법있었다.

커피한잔하러 들렀더니 때마침 무료 공연이 있다고 해서 잠깐 기다리다 어쿠스틱 공연을 잠시 관람했다.

비가오는 월정리 해변. 어둑어둑한 오후 5시의 창밖. 두눈을 감게 만드는 따스한 기타 소리. 온기를 머금은 아메리카노 한잔.


 

 

 

험난한 길들을 만나며 길위에서 길을 찾은 하루.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결국 길의 끝엔 또 다른 길이 나타나더라.

계획과 예상이란게 없었던 여행 4일차도 이렇게 지나갔다.

가끔은 이런 예상밖의 일도. 지나고 나면 다 즐거운 기억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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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차. 오늘도 얼리버드 여행자 모드. 어제와 같이 새벽 6시에 기상해서 7시에 길을 나섰다.

용수리에서 버스를 타고 산방산근처에서 하차. 사계리 형제해안도로를 찾아 나섰다.

여행 3일째쯤 되니 이제 버스나 길찾는것쯤은 식은 죽먹기. 라고 자만감이 고개를 쓱- 하고 내밀 정도.

(하지만 실상은,. 스마트폰과 어느 정도의 방향 감각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수월한 일이라고..)

 

 

 

여행오기 전, 서점에서 제주도 관련 책들을 펼쳐보다가 형제해안도로에 대한 소개를 봤는데,

정면엔 산이 보이고 길옆엔 바다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하기 좋은 길. 이라는 말에 혹하고 빠져

냉큼 여행 일정에 콕. 집어넣었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 우리나라에서 걷기 아름다운 길 네손가락안에 꼽힌다는 말까지.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뭐. 크게 실망한 정도까지는 아니였지만.

이틀동안 제주도의 이길, 저길을 걷다보니 형제해안도로가 너무너무 감격할 정도의 뷰는 아니였다. 라는 정도..?

그래도 정면에 위풍당당하게 솟은 산방산을 바라보며 바다를 끼고 걷는 산책로가 아침의 기운을 한껏 느끼게 해줘서 참 좋았다.

 

 

 

오전 8시. 이른시간이였지만 모닝카페인이 너무 땡겼고. 당연히 이시간에 문연 카페는 없겠지... 했지만

길가에 문이 열려있는 카페 하나 발견. 여행 전 블로그 검색을 통해 봤던 씨앤블루cafe. 

정식 오픈시간은 멀었고 청소도 하기 전이였지만, 인심좋으신 사장님이 허허 웃으시며 흔쾌히 한잔을 내려주셨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illy커피! 덕분에 아무도 없는 2층에 올라가 나혼자만을 위해 틀어진 음악을 들으며 

잠깐 넋놓고 바다를 바라보며 쉬다갈 수 있었다.

 

 

 

카페를 나와 다시 길을 나서는데. 고양이 대가족 발견! 다들 고만고만 한게 형제 또는 남매. 아니면 이웃사촌쯤으로 보이는 대가족이였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저 똘망한 눈빛들. 아가들 안녕? 여기 인심은 좀 살만하니?


 

 

 

 

산방산이 더욱 가까워 지는 길. 용머리 해안을 찾아 나서는 길.


 

 

 

용머리해안 도착. 입장료가 2000원 남짓. 용머리해안은 오랜시간에 걸쳐 바람과 파도에 의해 깍여나가고 만들어진,.

말그대로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곳. 이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 이라니.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위대하고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용머리해안 끝에 걸쳐있는 산방산의 절경이. 감탄을 자아내던 곳.


 

 

 

위대한 자연의 풍경앞에 선 사람이 정말 보잘 것 없어 보일정도로. 이 겹겹이 쌓인 해안의 절경은 내 눈을 이끌었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게 만들었다.  중간중간에 관광객을 위한 해산물 즉석 시식코너(?)도 간간히 보였다.

 


 

 

셋째날 숙소가 있는 대평리를 잠깐 들러 짐을 풀고, 쇠소깍 투명카약을 타보고 싶어 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갔지만...

이리도 좋은 날씨에 '기상 악화로 운행 중단' 이 웬말!! 아무래도 카약을 띄우는게 파도의 영향을 받아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가득안은 채.. 돌아가야만 했다. 

 

 

 

 

아쉬운 마음은 올레꿀빵으로 달래자. 냠냠


 

 

 

쇠소깍에서 돌아가는길에 일부러 서귀포에서 하차했다. 서귀포에가면 꼭 먹어봐야 할 '오는정김밥'

김밥도 워낙에 좋아하는데다가. 여행내내 도보 및 버스를 이용하다보니 수두룩한 맛집정보도 무용지물이였고.

찾아갈수 있는 곳이 시내에 버스가 다니는 곳. 정도로 한정되어 있던터라. 여기는 꼭 가봐야지. 하고 미리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 주문을 하려하니 '전화로 예약하셨어요?' 라고 묻는다. 김밥 한줄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될 곳.

거의 모든 판매가 전화예약을 통해 이루어지고, 예약없이 직접 가서 주문을 하면 조금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오래 안기다리고 김밥 두줄을 사서 다시 숙소가 있는 대평리로 돌아왔다.

김밥맛은,. 평범한 것 같지만 꽤나 맛있다. 일반 김밥 맛에 뭐가 하나 더 추가된것 같은 맛. 근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는 거.

(비법이 뭐지...)

 


 

 

제주도 위쪽동네 중 월정리가 대세라면, 아랫동네는 대평리가 대세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대평리에는 그 만의 톡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교통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셋째날 머물 게스트하우스를 부러 이곳으로 잡은 이유도 이 마을을 좀 느껴보고 싶었던 터.

동네를 한바퀴를 돌다보니 소소한 재미가 느껴진다.

 

귀여운 벼룩시장에서 친절한 언니와 인사도 나누고. 부메랑도 하나 구입했다. 재밌는 옷가지들도 싼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2000원 짜리 신기한 홀터넥을 안사온건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하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영화나 한편 볼까 하고 들어선 카페.

마침 다음주가 오픈이라며 아쉬운대로 공짜 커피 한잔을 내려주신다. 아.! 대평리 만세.


 

 

 

동네를 돌다가 또 발견한 카페. 아무생각없이 들어섰는데 손님이 은근 많다.

아.!? 이곳이 얼핏 들었던 영화감독 장선우가 내려와 운영하고 있다는 그 카페. 인가보다.

직접 주문도 받으시고 계산도 하시고. 서빙도 직접 하신다. 식사와 주류도 가능한 곳이라 카페안은 파스타 냄새가 솔솔 피어올랐다.


 

 

이렇게 대평리 동네탐험까지 마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사랑하는 무한도전 본방사수로 여행 3일차를 마무리.

더 많이 보고 싶은 욕심과 더 많이 느끼고 싶은 욕심을 조금 접어놓고, 계획한대로 되지 않은 것도.

계획에 없던 것들을 겪는 것도. 모두가 조금 더 천천히, 느리게 느끼기 위한 것이였음을 깨달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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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틀째. 여행을 오게되면 나름 얼리버드 여행자모드로 변신해서 새벽 6시에 기상.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쯤은 간단히 접고 길을 나섰다. 애월의 푸른 바다를 뒤로하고 떠난 시각은 오전 7시.

동행한 친구도 오늘부터 3일간 스킨스쿠버다이빙 라이센스 취득을 위해 다른 곳에서 일정을 보내기로 했으므로

오늘부터 좀 걸어볼까. 라는 걷기모드로 변신. 아침 일찍 나섰다.


 

 

애월에서 서쪽 서일주도로 라인을 타고 가다보면 곧 한담해안산책로가 나온다. 한담해안산책로 입구에 서있는 해녀 동상.

여기서 아래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산책로가 시작된다.




 

산책로의 길은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걷기 편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인적도 드물고 조용한 산책로를 파도치는 소리를 벗삼아 여유롭게 걸었다. 


 

 

걷다가 잠깐 쉬어가는 길에 만난 하늘.

 


 

산책로는 쭉 이어져 곽지과물해변까지 길을 통해 갈 수 있다. 

'혼자홉서예' 혼자 서 계신 해녀아주머니. 그리고 혼자 온 나의 그림자. 안녕?


 

 

저 멀리서 아저씨 한분이 자꾸 손짓을 했다. 여기 와 보라는 말인가..? 

무슨소리인지 잘몰라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따라 가보니 웬 노천탕..!

남탕, 여탕 구분도 되어있고 안을 들여다보니 바닷물이 스며들도록 만들어 놓은 노천탕이였다.

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흔적. 갯강구가 바글바글. 음...이런곳도 있구나. 까지 접수.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곳. '귀덕궤물동산'

처음엔 명칭이 특이하고. 주변에 세워놓은 하르방이 웃겨서 잠깐 멈췄다가, 여기서 좀 쉬다가지. 라는 생각으로 올라섰다.

 

 

 

계단을 올라서자, 정자를 통해 보여지는 탁트인 바다와 푸른하늘. 시원한 바람이 삼박자를 이뤄내던 곳.

아무 생각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다보니 한시간이 훅 지나갔다. 그 어떤 블로그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소.

제주도 여행책에는 실릴것 같지도 않을, 그렇게 지나칠만한 곳에서 나는 이번 여행중 가장 귀한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패드를 꺼내 이 장소에 딱 어울릴만한 음악, 이병우의 앨범을 플레이 시키고.

엽서를 꺼내 편지를 쓰고. 쓰다말고 하늘을 보고. 바다를 바라보고. 맥없이 웃고.

이곳이 나에겐 우도였고. 이곳이 나에겐 성산일출봉이였고, 섭지코지였다. (사실 저 세곳은 이번여행동안 가지 못한곳들..)

그만큼 나에게 느껴지는 이 순간의 감흥은 남달랐다. 그냥 '여유' 그 자체를 온몸으로 느꼈으니 말이다. 

계속 앉아만 있을 순 없었기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떼었다.

 

 

 

귀덕궤물동산을 시작으로 한림해안도로가 시작된다. 본인은 물론 걸어서 해안도로를 지났지만,

걷는 이 보다는 차를타고 드라이브 하는 사람에게 더 좋을 법한 곳. 인적이 드물고 좀 가다보면

냉동창고 같은 공장도 나오고 하길래 몇 키로 걷다가 다시 동네로 방향을 턴 했다.

 

 

 

한림리에서 버스를 타고 몇 코스 가지 않아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자마자 '아!' 하는 감탄과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해변의 풍경.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약간 흐려졌던터라 날씨가 약간 아쉬웠지만. 제주도에서 여러 바다를 봤지만

내 기억엔 비양도가 보이는 이 협재해변이 가장 아름다웠던 걸로 기억되었다.

협재해변에서 보이는 비양도는 드라마 <봄날>에서 유명세를 탄 작은 섬이다. (고현정이 맨발로 뛰어가던 곳..)


 

 

 

협재해변에서 조금만 걸으면 금능으뜸해변이 나온다. 협재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풍경.

그리고 금능으뜸해변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모습.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  



 

 

길을 걷는데 이상한 풍경이 눈길을 끈다. 돌사이에 삐쭉삐죽 선인장같이 생긴 아이들이 엄청나게 군집해 있는 풍경.

이게 말로만 듣고 마트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백년초. 이래서 자연을 통한 학습이 중요하다는거다.

 


 

 


 

금능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용수리로 왔다. 둘째날 묵을 숙소가 용수리 한경면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

일단 짐을 잠깐 내려놓고 그 근처를 돌고자 했던터라, 숙소를 찾아가는데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순례자의 교회>

무인교회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입구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기도를 드렸다. 여행 중 갑작스럽게 만난 그 기도의 시간은

일상에서의 묵은 짐을 조금더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곳.


 

 

 

교회에서 나와 조금더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제주모모하우스. 무료숙소로 운영되고 있는 캡슐하우스.

이곳에 대한 소개는 조금 더 자세히 따로 포스팅 하겠다. 일단 짐을 풀고 근처를 좀 더 돌아볼까 싶어 나섰다.

 


 

 

 버스를 타고 모슬포까지 내려와 모슬포항에서부터 하모해변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서쪽바다에 해가 질 무렵이라 바다의 풍경이 발길을 자꾸 멈추게 만들던 시간. 



 

 

걷다보니 이곳이 올레길임을 표시해주는 리본끈과 화살표 조형물을 자꾸 만나게 된다.

올레길을 걸어야지. 라는 특별한 다짐이 없어도 걷다보면 걷는 그 길이 올레길이 되는 제주. 그만큼 모든 길이 아름답다는 말이겠지. 


 

 

이렇게 모슬포의 바다를 바라보며 이틀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던 하루.

하지만 걸어도 새롭고 또 걸어도 새로웠던 제주의 풍경. 걸으며 행복했던 여행 2일차는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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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된지도 어언 두달째. 뭔가 새로운 일이 없을까 두리번 거리던 중. 해외여행을 한번 지르고 싶었으나,

빠른시일 안에 해치워야 하는 일정을 살펴보니 최고가 항공료를 부담해야 하는 압박에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제주도. 안그래도 작년부터 주변에서 제주도여행 뽐뿌가 곳곳에서 나를 찔러댔고,

일 때문에 출장만 두 번 가봤을 뿐. 여행또는 놀 목적으로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터라. 내심 조만간,곧..

하고 있었기에 바로 소셜사이트에 접속. 싸게 나온 항공권을 곧장 예매했다.

 

 

 

 

일사천리로 여행계획 착수. 동행할 친구와 동네 별다방에 안장 여행계획 삼매경. 응쌰.

 

 

 

그리고 일주일 뒤. 제주도 여행 시작. 소셜로 항공권을 구입하다 보니... "새벽 6:25분 인천국제공항 출발" 티켓뿐이였던지라..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겨우 오전7시를 조금 넘긴시각. 근처 시내로 일단 방향을 잡았고.

가까이 갈수있는 곳을 검색하니 한라수목원이 나왔다. 그래서 시간때움용으로 방문한 한라수목원.

그냥 풀있고. 나무있고. 뭐 운치있고. 거기에 수학여행온 초딩, 중딩, 고딩이 바글바글. (아뿔사...)

한라수목원 입구를 지키는 야옹이. 사람이 오든말든 신경안쓰고 여유롭게. 늘어지게. 잠만잔다.

 

 

 

이제 서쪽라인을 돌아 첫째날 목적지인 애월까지 가기위해

일단 서쪽라인의 시작이라고 할수 있는 이호테우해변으로 향했다.


 

 

 

나이 서른둘, 서른하나를 먹도록 둘 다 면허가 없는 순수한(..) 처자들이였기에 뚜벅이+버스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의 허벅지와 내 외다리. 그리고 쉴새없이 나를 도촬한 그녀의 카메라.

4박5일의 짐을 넣은 배낭을 메고 계속 걷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였다.

더군다나 9월초의 제주도 날씨란.. 한여름을 능가하는 뜨거운 햇살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호테우해변. 처음에는 지명이 참 외국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봤더니 '이호리'의 지명인 '이호'와

배를 뜻하는 '테우' 가 합쳐져서 '이호테우' 라는 지명이 된것이였다.

이호테우해변에는 귀여운 빨간 목마등대와 흰 목마등대가 나란히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다.

 

 

 

조용한 해변 정자에 자리 잡고 앉아 근처 중국집에서 매운 쟁반짜장과 굴짬뽕을 시켰다.

어플의 힘은 대단하다. 이런곳에 앉아 즉석주문까지 가능한 시대를 살고있다니.

해변의 풍경을 벗삼아 먹는 여유로운 짜장 한 젓갈. 여행의 쾌감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다.

 

 

 

먹고 다시 해변을 끼고 난 길을 따라따라 다음 목적지. 내도 알작지로 향했다.

차를 타고 다녔다면 보지 못했을 제주의 소박한 길 풍경.

 

 

 

이호테우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내도 알작지.

제주에서 유일하게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 그리 크지도. 그다지 멋진것도 아닌 조용한 동네의 조그만 자갈해변이다.

단지 다른것이 있다면 자갈에 씻겨내려가는 파도의 소리에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 이란 것.

 

 

 

신발을 벗고 발만 첨벙대다 이내 발길을 재촉한다. 아직 갈 곳이 많이 남았기에, 조금 더 걷다가 지친 우리는 남은 구간은

버스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서일주도로 버스를 타고 애월로 향했다. 첫날의 숙소, 봄날 게스트하우스가 그날의 목적지였으므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짐을풀고 애월 봄날 게스트하우스에 온 단 하나의 목적!

스노쿨링을 하러 애월바다에 첨벙 뛰어들었다. 처음 해보는데다가 바다가 깊어 초반엔 꽤나 겁을 먹었다.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신나게 첨벙첨벙. 온몸이 오돌오돌 추워질때까지..

 

 

 

스노쿨링을 하며 제주도가 이리도 깨끗한 곳 이였음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어쩜이래? 어쩜. 말도안되!" 를 연발하게 만들었던 제주 바닷 속.


 

 

 

 

'여행의 첫날' 이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행복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그렇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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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백수생활을 또 맞이 하게 되고. 이런저런 고민들로 인해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

해외여행의 사치는 누릴 수 없기에 여기저기 검색해보다가 예전부터 내 즐겨찾기 폴더에 저장되어있던

비앤비아다지오로 떠나야겠다!! 라고 결심한 그 다음날.

나는 생애 첫 혼자만의 외박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외박이라고 해봐야 어디 멀고 먼 곳도 아닌 인천 국제공항 옆동네. 운서동.

공항철도를 타고가면 한시간 남짓 걸리는 위치.

사실 내가 묵고싶었던 방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1인실용 공간으로 침대하나와 탁자하나로 꽉차는 작은방이였다.

하지만 예약창이 뜨질않아 문의해 본 결과, 그 1인실 방은 올해 2월까지만 운영하였고 지금은 주인부부가 사용하기 위해

공사중이라는 답을 받았다. 어쩔수 없이 다른 방을 예약하고 다음날 3시 체크인 시간을 얼추 맞춰서 공항철도 운서역에 도착.

바로 옆 검암역에 거주하는 후배 왈. "그 동네가 펜션이 있을만한 동네는 아니던데.."

라는 말이 딱 맞을 만큼 운서역 주변은 도심의 변두리쯤으로 보이기에 적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비앤비 아다지오만의 분위기를 잘보여주고 있는 홈페이지 >>  http://www.bbadagio.x-y.net/

 

 

 

주소대로 조금 걷다보니 전원마을스러운 동네가 나오고 그 동네 사이에 위치한 비앤비아다지오를 찾을 수 있었다.

유치원 앞에 자리하고 있어서 펜션이라는 느낌보다는 정말 외곽에 사는 친구집에 들리러 온 느낌이랄까.

 

 

일단 체크인을 하며 자전거를 쓰고싶다고 미리 말씀 드렸더니 자전거를 조금 손을 봐야 한다고 해서 그 시간동안 1층을 둘러보았다.

나중에 거실있는 집을 갖게 된다면 꼭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확 끌었던 1층의 소박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 저런 작은 창이 너무 좋다.

 

 

비앤비아다지오는 이탈리아로 요리공부를 하러 떠난 한국여자가 유학중 로마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이곳에 와서 함께 운영을 해 나가는 조금은 특별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부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서 동서양의 조화로운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비앤비아다지오는 취사가 가능한 곳이 아닌 특성상 숙박 전 이탈리아 코스요리를 신청하면

저녁시간에 맞춰 1층 식탁에서 멋진 솜씨의 주인이 직접 만든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그외에도 저 넓은 주방에서 쿠킹클래스 수업 또한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번에 누군가와 함께일때는 꼭 한번 신청해보고 싶은 생각이 불끈.

 

 

2층으로 오르는 계단. 2층에는 손님이 묵을 수 있는 방이 3개가 있다.

 

 

하루동안 내가 묵은 방. 깔끔하고 심플한 인테리어에 환한 채광.

 

 

자취를 쭉 해오는 사람으로써. 이런 방이 참 부러울 따름이다.

 

 

짐을풀고 자전거를 타고 인천 국제공항까지 다녀오려고 했으나.

너무나도 쌀쌀한 날씨덕에 그건 포기하고 돌아와 씻고 일찌감치 머리를 식혀 줄 책들의 향연.

 

 

특별한 경관은 없다. 바다가 보이는 것도. 멋들어진 산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듯한 풍경에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졌고 여행이라는 느낌보다는

마치 내방에서 온전히 나의 하루를 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먼곳으로 떠나는 여행과는 또  다른 설레임. 또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공간.

 

 

해가지고. 이쁜 방에 불을 밝히니 양쪽의 조명등에 내마음도 반짝반짝.

감성이 충만해져 책을 읽다 울기도 하고 또 이런저런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던 시간.

 

 

밑에서 식사를 하던 주인부부가 금방구운 빵이라며 갖다주셨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쉬폰 빵.

그리고 욕심내어 가방에 꾸역꾸역 넣어 갔던 세권의 책. 내마음에 저 욕심 만큼. 딱 그 욕심만큼의 위로가 필요했던가 보다.

 

 

다음날 아침. 9시에 조식을 먹겠다고 전날 미리 말씀드렸고.

9시에 맞춰 내려갔더니 이런 달콤한 조식이 준비 되어있었다.

토스트와 크로와상. 오렌지주스와 나의 혼을 빼앗아버린 모카포트로 내린 아메리카노.

판매를 하기도 하는 모카포트용 원두는 직접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오신다고 하며 보여주셨다.

250g 에 15000원이라는 가격에 한번 혹하고. 커피맛에 두번 혹해서 결국 원두를 사오고야 말았다.

모카포트도 없었지만 커피맛에 혹해서..(결국 돌아온 직 후 모카포트 바로 지름)

 

하루동안의 짦은 외박여행이였지만. 나혼자 외박여행을 시도했다는것. (나이 서른둘이나 먹고. 그것도 이제서야..)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조금은 더 웃을 수 있게 된 지금을 맞는다는 것.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이 긍정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경험들과 그러한 기억들로 내가 조금씩 나스러워지고 있다는것.

역시. 여행은 삶속의 오아시스다.

그것이 단지 도심속의 하루일 뿐이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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