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틀째. 여행을 오게되면 나름 얼리버드 여행자모드로 변신해서 새벽 6시에 기상.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쯤은 간단히 접고 길을 나섰다. 애월의 푸른 바다를 뒤로하고 떠난 시각은 오전 7시.

동행한 친구도 오늘부터 3일간 스킨스쿠버다이빙 라이센스 취득을 위해 다른 곳에서 일정을 보내기로 했으므로

오늘부터 좀 걸어볼까. 라는 걷기모드로 변신. 아침 일찍 나섰다.


 

 

애월에서 서쪽 서일주도로 라인을 타고 가다보면 곧 한담해안산책로가 나온다. 한담해안산책로 입구에 서있는 해녀 동상.

여기서 아래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산책로가 시작된다.




 

산책로의 길은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걷기 편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인적도 드물고 조용한 산책로를 파도치는 소리를 벗삼아 여유롭게 걸었다. 


 

 

걷다가 잠깐 쉬어가는 길에 만난 하늘.

 


 

산책로는 쭉 이어져 곽지과물해변까지 길을 통해 갈 수 있다. 

'혼자홉서예' 혼자 서 계신 해녀아주머니. 그리고 혼자 온 나의 그림자. 안녕?


 

 

저 멀리서 아저씨 한분이 자꾸 손짓을 했다. 여기 와 보라는 말인가..? 

무슨소리인지 잘몰라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따라 가보니 웬 노천탕..!

남탕, 여탕 구분도 되어있고 안을 들여다보니 바닷물이 스며들도록 만들어 놓은 노천탕이였다.

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흔적. 갯강구가 바글바글. 음...이런곳도 있구나. 까지 접수.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곳. '귀덕궤물동산'

처음엔 명칭이 특이하고. 주변에 세워놓은 하르방이 웃겨서 잠깐 멈췄다가, 여기서 좀 쉬다가지. 라는 생각으로 올라섰다.

 

 

 

계단을 올라서자, 정자를 통해 보여지는 탁트인 바다와 푸른하늘. 시원한 바람이 삼박자를 이뤄내던 곳.

아무 생각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다보니 한시간이 훅 지나갔다. 그 어떤 블로그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소.

제주도 여행책에는 실릴것 같지도 않을, 그렇게 지나칠만한 곳에서 나는 이번 여행중 가장 귀한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패드를 꺼내 이 장소에 딱 어울릴만한 음악, 이병우의 앨범을 플레이 시키고.

엽서를 꺼내 편지를 쓰고. 쓰다말고 하늘을 보고. 바다를 바라보고. 맥없이 웃고.

이곳이 나에겐 우도였고. 이곳이 나에겐 성산일출봉이였고, 섭지코지였다. (사실 저 세곳은 이번여행동안 가지 못한곳들..)

그만큼 나에게 느껴지는 이 순간의 감흥은 남달랐다. 그냥 '여유' 그 자체를 온몸으로 느꼈으니 말이다. 

계속 앉아만 있을 순 없었기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떼었다.

 

 

 

귀덕궤물동산을 시작으로 한림해안도로가 시작된다. 본인은 물론 걸어서 해안도로를 지났지만,

걷는 이 보다는 차를타고 드라이브 하는 사람에게 더 좋을 법한 곳. 인적이 드물고 좀 가다보면

냉동창고 같은 공장도 나오고 하길래 몇 키로 걷다가 다시 동네로 방향을 턴 했다.

 

 

 

한림리에서 버스를 타고 몇 코스 가지 않아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자마자 '아!' 하는 감탄과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해변의 풍경.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약간 흐려졌던터라 날씨가 약간 아쉬웠지만. 제주도에서 여러 바다를 봤지만

내 기억엔 비양도가 보이는 이 협재해변이 가장 아름다웠던 걸로 기억되었다.

협재해변에서 보이는 비양도는 드라마 <봄날>에서 유명세를 탄 작은 섬이다. (고현정이 맨발로 뛰어가던 곳..)


 

 

 

협재해변에서 조금만 걸으면 금능으뜸해변이 나온다. 협재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풍경.

그리고 금능으뜸해변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모습.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  



 

 

길을 걷는데 이상한 풍경이 눈길을 끈다. 돌사이에 삐쭉삐죽 선인장같이 생긴 아이들이 엄청나게 군집해 있는 풍경.

이게 말로만 듣고 마트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백년초. 이래서 자연을 통한 학습이 중요하다는거다.

 


 

 


 

금능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용수리로 왔다. 둘째날 묵을 숙소가 용수리 한경면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

일단 짐을 잠깐 내려놓고 그 근처를 돌고자 했던터라, 숙소를 찾아가는데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순례자의 교회>

무인교회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입구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기도를 드렸다. 여행 중 갑작스럽게 만난 그 기도의 시간은

일상에서의 묵은 짐을 조금더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곳.


 

 

 

교회에서 나와 조금더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제주모모하우스. 무료숙소로 운영되고 있는 캡슐하우스.

이곳에 대한 소개는 조금 더 자세히 따로 포스팅 하겠다. 일단 짐을 풀고 근처를 좀 더 돌아볼까 싶어 나섰다.

 


 

 

 버스를 타고 모슬포까지 내려와 모슬포항에서부터 하모해변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서쪽바다에 해가 질 무렵이라 바다의 풍경이 발길을 자꾸 멈추게 만들던 시간. 



 

 

걷다보니 이곳이 올레길임을 표시해주는 리본끈과 화살표 조형물을 자꾸 만나게 된다.

올레길을 걸어야지. 라는 특별한 다짐이 없어도 걷다보면 걷는 그 길이 올레길이 되는 제주. 그만큼 모든 길이 아름답다는 말이겠지. 


 

 

이렇게 모슬포의 바다를 바라보며 이틀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던 하루.

하지만 걸어도 새롭고 또 걸어도 새로웠던 제주의 풍경. 걸으며 행복했던 여행 2일차는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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