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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막다른 골목의 추억

Posted at 2012. 12. 14. 10:14// Posted in 리뷰놀이/책이라는삶


 

 

요즘 다시 독서에 심취 중,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예약까지 다해놓고

'예약도서 받으러 오세요' 라고 친절히 문자까지 받아놓고,. 너무 추워서..

그냥 오프라인에서 덥썩 사고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책은 처음이라 작가의 필체가 어떨지 좀 걱정도 됐는데.

나름 책하나를 읽는데도 작가의 필체를 따질만큼 좋아하는 스타일이 확고해서인지

일본소설을 특히나 좋아하는 이유가 간결한 문체에 따스한 감성이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인데

그 간결함과 특유의 따뜻함은 이 책에도 어김없이 스며들어 있더라.


 

 

그 날의 그 시간을 상자에 담아 평생의 보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그때의 설정이나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무자비 할 정도로 무관하게, 행복은 불쑥 찾아온다.

어떤 상황에 있든, 누구와 있든. 다만 예측은 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다음 순간에 찾아 올지도 모르고, 줄곧 기다려도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마치 파도와 날씨의 변화처럼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다. 기적은 누구에게나 고루,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

 

 

가을 하늘은 투명한 색감으로 경치에 녹아드는 곳까지 맑게 개어 있고,

한없이 애매하고 분명한 느낌이 하나도 없이 어중간하게 지내는 나를 부드럽게 위로했다.

 

 

약혼이라는 그 말의, 그 축복 같은 형태에 나는 매달리고 있었다.

모두가 두말없이 '그것은 행복한 일이다. 견고한 것이니까 걱정없다' 라고 생각하는 힘이 그 말에는 숨겨져 있었다.

그것을 한없이, 이렇게 썩어 빠지도록 소중하게 여겼던 자신이 한심했다.

 

네가 있는 자리에서 큰 원을 만들어 나가면 되는거야. 너에게는 그럴 힘이 있고 그게 너의 인생이니까.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할 필요없어. 상대가 너의 인생에서 뛰쳐나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그날들은,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던 내게 신이 덮어 준 포근한 담요처럼, 어쩌다 우연히 찾아온 것이었다.

카레를 만들다 먹다 남은 요구르트와 스파이스, 사과 같은 것까지 넣다 보니, 그리고 양파의 양을 평소보다 좀 많게 했더니,

정말 백만분의 일이라는 확률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카레로 완성된 경우처럼.

두번 다시 재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의 행복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내 마음 속 보물상자 같은 곳에 간직되어 어떤 상황에서 보았는지, 어떤 기분으로 보았는지,

까맣게 잊힌 후에도 내가 죽을 때 행복의 상징으로 반짝반짝 빛나며 나를 데리러 와 줄 광경과 하나가 되리라.

 

 

 

이번책을 통해 요시모토 바나나 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유빛으로 번진 달콤한 겨울 하늘 아래' 라는 한줄의 문장에서도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진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지금의 나를, 저 멀리멀리 이끌어서

푸른 봄의 새싹냄새를 맡게하고, 노란 가을하늘을 올려다 보게 해주고, 겨울의 우유빛 하늘도 보고 오게 해준 이쁜 책.

요시모토 바나나 <막다른 골목의 추억> 서평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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