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같이 면 많은 마음

밤새도록 안 자고 밤찬 라면보다 더욱 꼬부라진 아픔들

사색에 더 까맣게 질려야 하나

혼자 마구 가면 몸은 육신이 있으므로 못따라오나  / 삼십대 [김경미]

 

 

나이를 먹는 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열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스무살이 수월하게 멀어진다 / 서울 [강윤후]

 

 

 

서른 여섯을 넘긴 다음부터 거울 앞에 서지 않는다

거울에 비친 내가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내가 거울에 비친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명종 소리를 들으며 하루는 시작되고 만원 지하철의 졸음과 함께 하루는 끝난다

장례식과 결혼식 사이 잠시 나이 든 부모의 생일 잔치가 있고 잊혀진 여인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하지만

누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죽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 / 베니스에서 죽다 [남진우]

 

 

 

오래된 장롱을 열었을 때처럼 살다보면 세월에서 문든 나프탈렌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어딘가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온 사랑이

두고 온 마음이 쿡, 코를 찌를 때가 있다

...인생의 노래가 쓸쓸한 것은 과거가 흘러간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살면서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 불쑥 튀어나오는 낯익은 바람처럼

햇빛 아래를 걷다가 울컥 쏟아지는 고독의 멘스처럼. / 세월의 갈피 [권대웅]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서점의 시집코너에서 톡특한 표지와 끌리는 제목에 집어들었던 책.

후에 제일 좋아하는 시집이 되어 지인에게 빌려주고 못 돌려받아

다시 구입해서 또 밑줄 긋고 봤던 시집. 설운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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