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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 리뷰]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강세형 2 2012.04.04

 

 

내가 싫증이 쉽고 포기가 쉬웠던 이유는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어중간한 아이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저 내가 나를 어중간하게 만들어버린 걸지도. [싫증이 쉬운 아이. 17p]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무엇보다 가장 신났던 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는 것.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 것이였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유구나 싶었던 자취 초보생 시절.

그런데 언젠가 꽤 오래 혼자 자취를 한 선배 집에 갑자기 들를 일이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퍼지는 스테이크 냄새.

"선배는 혼자 스테이크도 해 먹어요?" 선배는 그냥 웃었다. 그런데 미니오븐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스테이크.

"너 먹고 싶으면 먹을래? 한 지 좀 되서 다시 데워야하긴 하지만."

좀 의아했다. 이렇게 먹음직스런 냄새를 풍기는 스테이크를 지금까지 왜 안먹고 놔뒀는지.

"그냥 갑자기 먹기 싫어져서."  그땐 그 선배가 참 이해가 안 됐는데 애써 만들어 놓은 스테이크를 왜 몇시간이나 방치해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는데. 어젯밤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치킨이야? 자꾸 야식을 먹어대니까 속이 안 좋지." 이런 잔소리는 존재하지 않는 나의 자취방.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냥 치킨을 시켰다. 그리고 방 안 가득 퍼지는 치킨 냄새에 흐뭇해하며 맥주캔을 똑 하고 따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나도 잘 모르겠는, 아니 어쩌면 두가지 다 아닌 듯한 묘한 느낌.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 거다.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자유로운 걸까, 외로운 걸까? [자유로운 걸까, 외로운 걸까? 47p]

 

 

"그것 봐, 인생은 타이밍이라니까!"

사랑을 시작할 때도 이별을 말할 때도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려 할 때도.

심지어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도 타이밍을 생각해야 하다니. 그래서 우리는 늘 피곤한가 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저지르고 싶은 일들을 이것저것 생각 안하고 확 저질러버릴 수가 없어서.

언제나 그 '적당한 타이밍'이란 녀석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해서.

그런데 정말 그 '적당한 타이밍' 이라는 게 있긴 하는 걸까. [적당한 타이밍. 61p]

 

 

많은 사람들이 말렸던 일을 덜컥 저지르고만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블로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언제까지 상상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내가 해봐야 하는 거다. 혹여 나중에 "거봐, 내가 뭐랬니?"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할지라도

정말 언제까지나 상상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니까. [엄마 마음. 93p]

 

 

"나 이렇게 살다 죽을까봐 두려워." 친구는 말했다.

그날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헉헉대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맞은편에 앉은 선배를 보니 5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건너편 과장님을 보니 1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저 멀리 부장님을 보니 2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갑지기 두려웠단다.

"그냥 그냥 이렇게 살다 죽는 건 아닌가 두려웠어. 그럼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세계여행. 113p]

 

 

남들은 다 뭐라도 하고 있는 것 같고 남들은 다 뭐라도 배우고 있는 것 같고

남들은 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가만히 서 있는 나는 마냥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

사실은 그것도 힘든건데. 제자리에 서 있는 것도, 제자리를 지키는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기며 사는 것도, 사실은 참 힘든 건데.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131p]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남을 테고 이렇게 고민하면서 시간만 끄는 것보단

뭐든 빨리 결정해서 시작하는 게 나을 테니까.

그래야 그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 나올 여유도 생길 테고. [동전던지기. 141p]

 

 

실망하면 어떻하지. 상처받으면 어떻하지. 실패하면 어떻하지. 그렇게 주저주저.

여러번의 실망. 여러번의 상처. 여러번의 실패.

그 사이 어느덧 나는 겁쟁이로 변해 있었다.

설렘보단, 두근거림보단,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 겁쟁이로. [실망하면 어떻하지. 143p]

 

 

스무살, 딱 그나이에만 할 수 있는 사랑

스무살, 딱 그 나이에만 꿀 수 있는 꿈.

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 내 나이 스무살 때.

내가 그리웠던 것은 그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

스무살의 꿈을 꾸던, 스무살의 내 자신이었을 뿐. [스무살, 딱 그 나이에만. 171p]

 

 

참 이상하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땐 상대를 알아가는 일이, 그리고 상대에게 나를 알려가는 일이 참 재미있다.

서로의 이름부터 생일, 성격, 식성, 취미,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긴장하면 눈을 자주 깜빡인다든가 거짓말할 땐 고개가 약간 오른쪽으로 기운다 등의 내 작은 습관이나

지나치듯 했던 내 말을 상대가 기억해주면 점점 더 즐거워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정보에 대한 공유는 즐거움이 아닌 당연한 것, 혹은 의무로 변해버려서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왜 나를 이해 못 해주지? 왜 그거 하나 기억 못 해주는 거냐고!'

상대에게 화가 나거나 짜증내는 일이 잦아진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오래 알아왔는데.'

그런 이유로 날 이해 못 해주는 상대가 답답하다 말하면서도

그렇게 오래 알아온 상대를 내가 이해해주자는 생각은 왜 못 하는 건지. [우리가 이렇게 오래 알아왔는데. 185p]

 

 

 

다른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

다른 사람들의 듣기 싫은 한마디를 흘려들을 수 없는 건,

웃어넘길 수 없는 건, 결국 그런 거다.

자격지심.

나 자신도 나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격지심. 271p]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이다. 내친구의 이야기. 어느 선배의 이야기. 동생의 이야기. 그 시절 그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가장 숨기고 싶은 나의 이야기. 2년전 서른의 나이에 읽으며, 지금의 나를 말해주는 책이라고 메모까지 남겨놨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또 여전히 이곳저곳에 나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렇게 어른이 되기에는. 아직은 더, 꿈꾸고 싶은 나. 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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