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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 리뷰] 그녀가 말했다-김성원 2 2012.04.04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우연히 스쳐 지나간 적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그런데 헤어지고 난 후에는, 우연히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너지게 했다.

영원히 머물줄 알았던 사랑이, 또다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세상에서 배운 가장 슬픈 사실이다. [어떻게 만났는데 이렇게 잃어버리는 거니]

 

 

그녀가 말했다. "쿨하다는 건 모든 것으로부터 일부러 거리를 두는거지. 새한테 먹힐까봐, 커다란 소라껍질을 쓰고있는 게처럼"

[마음의 온도]

 

 

우리는 작고 연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어떤순간에는 크고 강하고 담대해진다.

사람들은 강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린 모두 괜찮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밥을 먹기 위해 시내를 헤매고 있다.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은 배고픔이니까.

하지만 배불리 먹고 나면 또 다른 걸 원하게 되지 않을까.

"지금은 나한테 월남쌈이 가장 중요해. 언제나 현재만 생각하려고 하거든.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만 생각하려고.

너무 멀리 생각하면, 현재를 즐길 수 없잖아." 라고 말했다.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평선을 쳐다보고,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발밑을 쳐다본다. [지평선을 볼 때와 발밑을 볼때]

 

 

"네가 그리워하는게 무엇인지 알아? 내가 보기엔 그건 그냥 외로움이야"

무언가 막연히, 하지만 못 견디게 그리워질 때, 외로움이 그대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외로움이 말을 걸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엄마와 난 똑같은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희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순간, 그리움은 조금씩 증발한다. [증발]

 

 

매일의 삶은 내면의 보석을 발굴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자기만의 색깔로 빛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보석을 품고 있는 거대한 별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 반년 만에 들른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옛 친구의 안부 쪽지.

피로에 지친 하루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이불을 잡아당길 때의 느낌.

새로 산 신발이 발을 편하게 만들어 줄 때의 안도감. 유난히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라디오.

이런 목록들을 만들고 나니 우리의 24시간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복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 된다.

 

 

 

 

이런류의 에세이를 좋아해서 종종 사보고 다시 중고서적으로 되팔고는 하는데.

그 중 마음에 들어 소장할 정도의 가치를 지닌 에세이가 나타나면 줄을 긋고 본다.

그 줄긋기의 의미는 내 감성을. 내 기억을. 내 마음을 콕 하고 찌르는 타이밍.

이책을 읽다보면 상처받고 외롭던 젊은 날의 나와 닮아 있어 서글픈 웃음이 피식피식 난다.

나뿐만 아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랐던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글들이 가득 담겨있다.

라디오 작가의 감성이 녹아 있어서인지. 모든 챕터의 글들이 깊은 밤 라디오에서 흐르는 사연같고. 내 이야기 같은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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